엔비디아 노리는 삼성, SK하이닉스 '맹추격' 나섰다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한지연 기자 2024.04.22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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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 = 임종철 디자인기자


국내 양대 메모리 제조사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이 치열하다. 글로벌 1위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과 협업하거나, 전담 팀을 구성해 제품 기획에 박차를 가한다. 승부처는 5세대~6세대 HBM으로, 양사 모두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용량 확보에 성공하면서 대형 고객사와의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2분기 말~3분기 초 중 5세대 HBM3E를 엔비디아에 납품한다. 당초 시장이 예측하던 3분기 말~4분기 초보다 훨씬 앞당겨진 시점이다. 납품 제품은 HBM3E 12단으로, 기존 HBM보다 많은 단을 적층해 만들기 때문에 처리 용량이 최대 2.25배 크고(8단 HBM 대비), 속도가 훨씬 빠르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가 보낸 샘플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공급 시기를 앞당기고, 기술 개발도 서둘러 HBM 주도권을 되찾아오겠다는 방침이다. 마이크론 등 다른 메모리 업체의 HBM이 사실상 경쟁력 확보에 실패하면서, 시장은 HBM 1위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양강으로 좁혀진 상태다. 삼성전자는 내부에 관련 팀을 꾸리고, 대형 고객사와 5세대 HBM3E 공급을 논의하는 한편 6세대 제품을 내년 공개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공급이 가시화되면 4세대 HBM3를 독점 공급해 오던 SK하이닉스는 부담스럽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5세대 8단 HBM3E를 고객사에 공급했으나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납품한 샘플은 8단보다 성능이 개선된 12단이다. HBM이 쓰이는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 성능이 점차 고도화되면서 고성능 HBM 수요는 지속 증가한 데 따른 결과다.



SK하이닉스는 TSMC와 함께 HBM 기술경쟁력 확보를 도모한다. SK하이닉스는 5세대까지는 자체적으로 다이를 만들었으나, 6세대부터는 TSMC와 협업해 성능과 전력 효율을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 등 모든 공정을 한번에 해결하는 '턴키'(일괄 공급) 역량을 갖추고 있는데,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이 분야 역량이 미흡하다.

SK하이닉스는 이전에도 TSMC의 파운드리를 활용해 HBM을 생산해 왔는데, 서로 부족한 역량을 메우고 효율적으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어 협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TSMC의 협업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지만, HBM 개발 단계에서부터 협력하기로 한 것은 성능 개선을 서두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HBM의 최대 수요처인 엔비디아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당초 시장은 5~6세대에서도 SK하이닉스의 HBM이 채택될 것으로 전망했으나,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15일 "삼성과 파트너십(협력)을 지속하게 돼 기쁘다"고 언급하는 등 승부의 향방이 아직 안갯속이다.


업계 관계자는 "HBM 비중은 전체 D램에서 조만간 30%를 넘어설 것"이라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주요 기업과 협업을 늘리고 있는 만큼 조만간 HBM 분야에서 대형 계약이 체결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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