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 조수아 디자인기자
10일 주요 시장조사업체와 업계 예측치 등을 종합하면 2030년 글로벌 AI 가전 시장 규모는 585억달러(한화 약 79조원)로, 올해부터 연평균 9.2%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가전 시장의 연평균성장률(CAGR) 4.86%보다는 높지만, 올해 가전 시장 규모(약 907조원)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지난해 중국 가전 시장(159조원)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 인도의 시장 전망치와 비슷한 크기다.
AI 가전 시장이 침체되면 가장 민감한 것도 국내 기업이다. 양사가 AI 가전을 수요 침체의 돌파구로 삼고 투자와 라인업 확대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세탁기와 청소기, 냉장고 등 비스포크 라인업에 AI 제품을 대거 출시했으며, LG전자는 가전 전용 AI칩도 개발 중이다. 양사 가전 사업부의 전체 연구개발(R&D)비용 중 AI 관련 비용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때문에 라인업이 주로 프리미엄 제품군에 치우쳐 있어 아직 중저가 소비자 시장에서는 선호도가 높지 않다. 특히 중국이나 인도 등 구매력이 낮은 시장에서는 AI 가전을 찾는 소비자도 적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유럽 등 프리미엄 제품군의 선호도가 높은 시장에서는 AI 가전 매출이 점차 늘고 있지만, 중국·인도에서는 아직 저가형 가전의 선호도가 훨씬 높다"고 말했다.
보안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달 자국 내에서 판매되는 AI·사물인터넷(IoT) 가전 제품의 해킹 위험성 해소를 위해 보안 인증 정책을 시행하기로 의결했다. 미국 소비자 데이터 침해 보고서에 따르면 1년간 미국에서 스마트 가전을 통해 유출되는 소비자 기록은 28억개다. FCC는 "해킹 집단이 (AI 가전을 이용해) 일반 가정을 감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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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중저가 라인업의 확대, 보안 솔루션 강화 등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가전 시장의 전반적인 수요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중국산 가전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는 만큼 시장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전업계 핵심관계자는 "AI 가전의 성능은 입증됐으나, 여전히 가격 문제로 구매를 꺼리는 소비자가 많다"며 "좀 더 가격대를 다양화해 선택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