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DL·대우·GS·현엔·롯데·현산 올해 정비사업 수주 '0'…몸사리는 건설사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2024.04.05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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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DL·대우·GS·현엔·롯데·현산 올해 정비사업 수주 '0'…몸사리는 건설사


래미안도 없고, e편한세상도 없고, 푸르지오도 없고, 자이도 없고 롯데캐슬도 없다. 국내 10대 대형 건설사 중 7곳의 올해 수주 도시정비사업 수가 '제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몇 년 간 공사비가 크게 오른데다 지난해 잇달아 발생한 부실시공 여파로 정비사업 수익성이 떨어진 여파다. 자칫 '승자의 저주'가 될것이란 우려에 건설사들이 몸을 사린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3월말 누적) 10대 건설사 정비사업 수주액 합계는 3조9994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4조5242억원) 대비 약 12% 감소한 것. 2022년 6조7786억원과 비교하면 40% 줄어든 규모다.



건설사별로 △포스코이앤씨 2조3321억원 △현대건설 (35,450원 ▲50 +0.14%) 1조4522억원 △SK에코플랜트 2151억원 등 3곳만 수주실적을 남겼다. 나머지 삼성물산 (150,100원 ▲100 +0.07%)대우건설 (3,835원 ▲50 +1.32%),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16,480원 ▲840 +5.37%), DL이앤씨 (37,400원 ▲750 +2.05%),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17,600원 ▼240 -1.35%)은 아직 올해 마수걸이 수주가 없다.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자 사업을 늘리는 대신 몸을 웅크리며 위기를 관리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건설사 상당수는 올해 수주 목표를 낮춰잡았다.



지난해 연말까지 수주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한 포스코이앤씨와 현대건설만 앞서나가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초 1조3274억원 규모 부산 '촉진2-1구역' 시공권을 따냈다. 현대건설은 상징성이 큰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7740억원 규모) 수주경쟁에서 포스코이앤씨를 따돌리고 승리해 자존심을 챙겼다.

하지만 여의도 외에 다른 지역에서는 수주시장 분위기가 냉랭하다. 시공사를 구하지 못해 유찰된 정비사업장도 다수 나올 정도다. '무주공산'으로 경쟁없이 수주권을 따내기도 한다. 사업비 1조원 규모의 '노량진1구역' 사업에 포스코이앤씨가 단독 입찰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심지어 강남권인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도 대우건설만 입찰했다. 송파구 '삼환가락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에도 DL이앤씨가 단독 입찰해 유찰되면서 재입찰 공고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1분기 수주실적이 1조원을 넘겨 2위였던 GS건설은 지난해 '승자의 저주'를 겪었다. 인천 검단 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를 책임지면서 수천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로부터 받은 영업정지 처분은 일단 집행정지된 상태임에도, GS건설은 수주 확보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사업성이 확실한 '알짜 사업지' 외에는 최대한 몸을 사린다. 공사비 문제가 가장 크다. 롯데건설은 강남구 '청담르엘(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 현장에서 공사비 분쟁을 겪고 있다. 분양시기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현대건설은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은평구 '대조1구역', 서대문구 '홍제3구역' 등 에서 공사비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정비사업장 52곳과 리모델링 사업장 5곳의 3.3㎡당 평균 공사비는 지난해 687만5000원으로 2021년(518만7000원)에 비해 32.5% 늘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최근 '주택공급 활성화와 부동산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일반분양 수입이 줄었고 공사비가 급등해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며 "그 결과 지연되거나 사실상 중단되는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려면 불필요한 사업비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또한 금융구조 도입을 통해 분담금 부담 능력이 부족한 조합원을 지원하고, 사업 리스크를 절감할 수 있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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