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기근 시작됐다"…ICJ, 이스라엘에 구호 조치 추가 명령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2024.03.2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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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명령 이어 추가 명령… 법적 구속력 있어도 강제 수단은 없어

지난 2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공에서 스페인 공군이 구호품을 투하하고 있다./로이터=뉴스1지난 2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공에서 스페인 공군이 구호품을 투하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기근이 시작됐다"고 경고하며 팔레스타인들에게 더 많은 식량과 구호품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6개월째로 접어들며 최소 31명이 영양 실조와 탈수증으로 사망했다.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즈 등에 따르면 ICJ는 28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지체 없이 기본적인 식량이 공급되도록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명령했다.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더 이상 기근의 위험에 직면한 것이 아니라, 실제 기근이 시작되고 있음이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국가 주도의 대량학살 행위를 하고 있다며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제기한 소송의 일환으로 요청됐다. '세계의 법원'으로 불리는 ICJ는 지난 1월 이스라엘에 가자지구에서의 집단학살 행위를 자제하라고 명령한 바 있다. 이번 명령은 1월의 조치를 재확인한 추가 명령이다.

ICJ는 이스라엘에 구체적으로 가자지구에 구호품이 전달될 수 있게 육로 횡단지점의 수와 수용력을 늘리고 필요한 기간 동안 개방상태를 유지할 것을 명령했다. 이스라엘은 판결을 어떻게 이행했는지 등에 대한 보고서를 명령 이후 한 달 내 제출해야 한다.



앞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포위 공격한 이래 점차적으로 소량의 구호품이 들어오는 것을 허용했으나 구호단체들은 구호 물량이 필요한 것보다 절대적으로 적고, 이스라엘이 배송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유엔은 이번 달 가자지구 인구 110만명이 '파멸적 수준의 식량 불안'에 직면해있고 급성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어린이 수가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엔에 따르면, 어린이 27명을 포함해 최소 31명이 이미 영양실조와 탈수증으로 사망했다.

ICJ는 이번 추가 명령에 대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직면하고 있는 생활 조건의 악화, 특히 기근과 기아의 확산을 고려해 추가 명령을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스라엘이 하마스와의 전쟁 이후 가자지구에서 대량학살을 저질렀다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소송에 대해 이스라엘은 "거짓이며 터무니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은 수 년이 걸릴 수 있으나 ICJ는 지난 1월 이스라엘에 대량 학살에 관한 국제법을 준수하도록 명령하는 임시 긴급조치를 발표했다.


그 이후로도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이 더 악화되자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이번 달 법원에 임시 명령을 다시 수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긴급 조치에 관한 법원의 결정은 법적구속력이 있어도 강제할 수는 없다. 2022년 3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작전을 중단하라고 명령했지만 모스크바는 이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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