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단 ETRI 모빌리티로봇연구본부 본부장이 18일 머니투데이와 만나 '멀티모달 모빌리티 서비스'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건희 기자
지난 18일 대전 ETRI 본원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난 최 본부장은 대전시 유성구 외삼동 일대에서 진행한 자율주행 시범 영상의 편집을 완료했다며 기자에게 보여줬다. 모빌리티로봇연구본부가 개발한 자율주행차는 지난해 11월 대전시 유성구 노은동-반석동-외삼동 일대 약 7.2km에 달하는 구간을 자율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좁은 길목에서 맞은편 차량과 마주치자 차량은 스스로 주행 속도를 낮추며 방향을 살짝 틀어 제 길을 찾았다. /사진=ETRI 모빌리티로봇연구본부
모빌리티로봇연구본부의 차량은 외삼동 일대의 좁은 도로를 능숙하게 지났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운전석에 연구원이 탑승했지만 회전 구간이나 터널 입성 등 '위기 순간'에도 핸들을 잡지 않았다. 주행영상은 반복 녹화없이 '원테이크'로 촬영했다. 최 본부장은 "우리 기술력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결과"라며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굴다리를 지나는 자율주행차. 굴다리에서 빠져나올 땐 갑자기 빛이 한 번에 많이 들어오면서 시야를 확보하기 어렵다. 차량은 주행 속도를 자동으로 줄였다. /사진=ETRI 모빌리티로봇연구본부
하지만 동시에 자율주행차 시장이 '몰락한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약 10년에 걸쳐 자율주행차 '애플카'를 개발해왔던 애플이 지난달 애플차 연구팀을 해산시켰다.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 개발에 착수했지만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출시 계획이 자꾸 지연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완전한 철수'는 아니다. 최 본부장은 "애플이 장기화에 대한 비용 부담으로 규모를 축소했지만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포기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미국보다는 중국이 더 무서운 경쟁상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원리에 의해 투자자가 우후죽순 몰렸다가 빠지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달리 중국은 정부가 사업자를 지정해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더 위협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바이두, 포니닷에이아이 같은 중국 자율주행기업을 보면 알 수 있듯 중국의 수준은 매우 높다"며 "실리콘밸리가 사업을 축소했다고 한국도 주춤한다면 결국 몇 년 내 기술 경쟁에서 금방 밀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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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함께 향후 5년 내 국내 지역 곳곳에 자율주행트램·자율주행운송차량 등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고신뢰 멀티모달 모빌리티 서비스' 개발에 도전할 예정이다. 초고령화 시대에 맞춰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누구나 이동할 수 있는 자율주행 대중교통 수단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최 본부장은 "정부가 나서서 국민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한국형 자율주행시스템'을 구축해야할 시기"라면서 "한국의 자율주행기술은 미국에 비해 2.9년 정도 늦은 수준이지만 미국이 주춤할 때 빨리 움직인다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한국은 AI(인공지능) 등 원천기술을 산업에 응용하는 데 매우 강하다"며 "5년 내에 제대로 연구한다면 아직까지 최종 승자가 없는 자율주행시장에서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