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받은 이재용, '사법 리스크' 털고 '뉴삼성' 시동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유선일 기자 2024.02.0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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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는 5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4.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박정제 지귀연 박정길)는 5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24.2.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 불법이 없었다고 판단하고 무죄를 선고하면서 삼성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 전현직 삼성 임직원들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을 열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 회장이 2015년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춰 제일모직에 합병되도록 개입했다며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줄곧 사업상 필요에 따른 경영 판단이라고 반박해 왔다. 두 회사 합병 목적이 부정하지 않고, 주주의 이익에도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이 사건과 관련해 저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이 없다"며 "제 지분을 늘리기 위해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생각은 상상조차 한 적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 목적만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사업적 목적도 인정된다"며 "두 회사간 합병이 주주들에게 손해를 줄 의도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당시 이 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도움을 받으려고 최서원씨(개명 후 최순실) 측에 말 3필 등 86억원 규모의 뇌물을 건넨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로 판단했다고 하더라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이 회장이 삼성물산 의사를 배제하거나 의사에 반해서 합병이 추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서는 "분식회계 고의를 인정하기 힘들고 회계 기준을 위반했다고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놓고 재판은 3년 5개월 동안 106차례 열렸다. 이 회장은 이 중 대통령 해외순방 등 주요 일정 참여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95차례 법원에 직접 출석했다. 지난해 10월 회장 취임 직후로 국한해 봐도 33차례 서초동으로 향했다. 재판 일정 탓에 조부인 고(故) 이병철 창업회장의 36주기 추도식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사법리스크로 인해 삼성의 경영 행보도 제약 받아 왔다. 4대그룹 회장 중 '무보수'와 '미등기' 상태인 오너는 이 회장이 유일하다. 삼성이 오너의 사법 리스크 해소에 집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미래 먹거리 발굴의 우선순위가 낮아졌다. 중소형 인수합병(M&A)과 신사업 투자 발표가 꾸준히 이어졌으나, 대형 M&A는 7년 전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것이 마지막이다.

재계는 이번 판결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무죄 판결 후 퇴장하는 참관객 속에선 "잘됐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현장의 삼성 임직원들은 말을 아꼈지만, 서로 밝게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정도(전부 무죄)까지 나올 줄 몰랐다"며 "표정관리를 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1심 선고 이후 검찰 항고로 재판이 계속 이어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3~4년 더 걸릴 수 있다.

일단 재계는 판결 이후 삼성의 미래 행보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일단 무죄 판결을 받은 이 회장이 자신감을 갖고 본인의 경영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으로 사라졌던 그룹의 '컨트롤 타워' 재건이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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