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25만원, 비싸서 못 썼는데"…수혈 고통 줄여줄 이 약, 급여 청신호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2024.01.1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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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량 철분 주사제 '페린젝트', 급여 적정성 인정
JW중외제약 매출의 3% 담당… 급여 후 처방 확대 기대
갈수록 헌혈 주는 한국, 페린젝트 처방 확대로 혈액 낭비↓

"한방 25만원, 비싸서 못 썼는데"…수혈 고통 줄여줄 이 약, 급여 청신호


JW중외제약 (30,350원 ▼450 -1.46%)의 고용량 철분 주사제 '페린젝트'가 네 번째 도전 끝에 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할지 주목된다. 페린젝트는 지난해 200억원 매출을 올리며 JW중외제약 실적에 기여했다. 그러나 2011년 국내 출시 이후 지금까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했다. 회사의 의지가 강한 만큼 이번엔 급여 목록에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 페린젝트 처방이 확대되면 무분별한 수혈이 줄어 우리나라 혈액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이 기대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은 전날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에서 JW중외제약 페린젝트의 급여 적정성을 인정했다. 페린젝트는 하루 최대 1000㎎ 철분을 15분 만에 몸 안으로 신속히 보충할 수 있는 고용량 철분 주사제다. JW중외제약이 2011년 국내 출시해 판매해왔다. 기존의 철분제는 저용량 제품만 있었기에 환자가 여러 차례 병원을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페린젝트는 단 한 번의 방문으로 환자의 철분을 보충할 수 있다.



약평위를 통과한 페린젝트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약가 협상을 거친다. 이후 보건복지부 고시를 거쳐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등재된다. 일반적인 절차를 고려하면 약 4개월 후 급여 등재가 마무리된다.

페린젝트의 급여권 진입 도전은 처음이 아니다. 이번이 네 번째 시도다. 2014년과 2018년에는 심평원이 페린젝트의 급여 적정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2020년에는 페린젝트가 약평위를 통과해 약가 협상 단계까지 갔다. 그러나 정부와 제약사 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협상에 실패했다.



이번엔 페린젝트가 무사히 약가 협상까지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JW중외제약의 페린젝트 급여 등재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페린젝트 매출은 매해 꾸준하게 늘며 회사 실적에 기여했다. 그러나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환자가 사용하는 데는 아직 부담이 크다. 페린젝트 고용량(500㎎) 1회 주사 비용은 약 25만원으로 알려졌다.

JW중외제약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페린젝트 매출은 137억6000만원이다. 전체 매출에서 2.54% 비중을 차지했다. 페린젝트 매출은 2021년 171억5700만원, 2022년 205억6200만원으로 꾸준하게 늘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67억500만원이다. 매출 비중도 3.11%로 4년 전과 비교해 올랐다.

다만 회사는 페린젝트 급여 등재로 인한 이익 성장 기대감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급여가 인정되면 당연히 처방 수량은 늘어나겠지만 그만큼 약값이 비급여 수준보다는 낮아질 것"이라며 "매출은 늘어날 수도 있지만 수익도 증가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입장에선 많은 환자가 페린젝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크다"며 "최근 무분별한 수혈을 줄이는 등 혈액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한 상황인데 의료 현장에서 고용량 철분 주사제 요법의 처방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빈혈 환자가 수술 전 페린젝트를 맞으면 수술 시 수혈받지 않아도 되거나 필요한 수혈량이 줄어든다. 페린젝트 처방 확대가 무분별한 수술 수혈을 줄여 혈액 낭비를 막을 수 있는 이유다. 2020년 시행된 제1차 수혈 적정성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슬관절(무릎) 수술 수혈률은 78%다. 미국(8%)과 호주(14%)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다. 헌혈률 감소와 저출산 등으로 대한민국 혈액 공급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의료계는 이전부터 수혈 빈도를 줄일 수 있는 페린젝트의 급여 등재를 기다렸다.

김태엽(전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 회장) 건국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옛날에는 비싸단 이유로 잘 안 썼는데 고용량 철분 주사제가 급여화되면 수술 전 빈혈 환자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며 "다만 의료 현장에서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기에 투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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