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덕연 게이트 일지.
서울·인천·대구·울산·광주에서 70~80명 활동… 7305억 달한 불법수익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와 관련해 주가조작을 주도한 의혹을 받는 라덕연 투자자문업체 대표가 올해 5월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검찰은 범죄사실 요지를 PPT 자료를 활용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라덕연 일당이 시세조종에 동원한 조직은 70~80명 규모로 파악됐다. 기능별로는 영업팀, 고객관리팀, 정산팀, 법인관리팀, 전략기획팀, 주식매매팀 등으로 구성됐다. 시세조종 행위를 펼친 주식매매팀은 인천 청라, 서울 성수·여의도·선릉·공덕·논현, 대구, 울산, 광주 등 전국 단위로 운영됐다. 검찰은 "범죄 단체에 준하는 조직 구성"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파악한 라덕연 일당이 취득한 불법 수익은 7305억원에 달한다. 일당은 투자자에게 수수료로 받은 1944억원을 식당, 갤러리 등 여러 법인 매출로 가장하거나 차명계좌로 지급받아 자금세탁한 뒤 은닉한 혐의도 받는다.
머니투데이는 라 대표와 최측근 인사들이 설립 또는 인수한 회사 수십 곳 중 13곳의 실체를 파악해 단독보도한 바 있다. 실내골프연습장과 케이블방송채널, 고급 위스키 바, 리조트, 영상콘텐츠, 명품숍, 인터넷언론 등 업종이 동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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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대표 측은 미신고 투자일임업을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주식 매매에 대해선 정상적인 거래였다며 시세조종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김익래·키움으로 향한 檢 수사망… '연루 의혹' 진상 밝혀지나
김익래 다우키움 회장이 올해 5월 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키움증권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회장은 다우키움그룹 회장직과 키움증권 등기이사장직에서 사퇴하고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매각해 현금화한 605억원은 사회에 전액 환원하기로 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검찰이 김 전 회장을 입건함에 따라 키움증권도 곤란하게 됐다. 검찰은 김 전 회장 측이 키움그룹 전략경영실을 동원해 주가를 관리하고 내부정보 등을 이용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는 키움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증권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다. 한편으론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에서 이렇다할 혐의점이 나오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라덕연 대표가 본인에 몰리는 관심을 피하려는 차원에서 김 전 회장을 지목했을 뿐, 명확한 증거가 드러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앞서 김 전 회장은 4월 20일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블록딜(시간외매매) 방식으로 매각해 605억원을 현금화했다. 같은 달 17일 457억원어치 서울도시가스 주식(10만주)를 매도한 김영민 서울도시가스그룹 회장과 함께 자사 주가가 시세조종 대상이 된 사실을 인지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김 전 회장은 주식 매각은 라덕연 일당과 무관한 일이라면서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국민 사과했다. 또 그룹 회장과 이사회의장에서 사퇴하고, 주식매각대금인 605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주가 회복 못한 시세조종 종목들… 평균 '71%' 빠졌다라덕연 일당이 시세조종 대상으로 삼았던 8종목(대성홀딩스 (9,130원 ▲40 +0.44%)·선광 (18,000원 ▲30 +0.17%)·서울가스 (57,000원 ▲100 +0.18%)·삼천리 (91,300원 ▼900 -0.98%)·다우데이타 (12,470원 ▲120 +0.97%)·하림지주 (6,530원 0.00%)·다올투자증권 (3,105원 ▼40 -1.27%)·세방 (12,020원 ▼50 -0.41%))은 당시 폭락한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폭락 직전인 4월 21일과 전날 종가를 비교한 결과 주가가 평균적으로 71%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종목별로 보면 대성홀딩스 -89%, 서울가스 -86%, 선광 -83%, 삼천리 -79%, 세방 -73%, 다우데이타 -70%, 하림지주 -54%, 다올투자증권 -34% 등 하락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이 3.5%, 7.7%씩 올랐는데, 해당 종목들에선 상승장에 따른 주가 반등이 이뤄지지 못했다.
다올투자증권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이유는 슈퍼개미 김기수씨의 대규모 주식 매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폭락 직후 경영권 분쟁 조짐이 포착되며 매수세 유입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