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수사 저승사자' 윤석열 내정에 표정 엇갈린 재계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9.06.1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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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수사 관련 악연에 부담…하청업체 갈취 수사 강화에 일부 기대감도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 차량에 오르고 있다. /사진=뉴스1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 차량에 오르고 있다. /사진=뉴스1


검찰의 기업 관련 수사를 진두지휘해온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9·23기)이 17일 검찰총장에 내정되면서 재계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최근 진행 중인 수사 등으로 '악연'이 있는 대기업들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반면, 중소기업에선 나쁘지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4대 그룹 계열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예상했던 인선"이라면서도 "최근 검찰이 손을 안 댄 기업이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수사를 하고 있다 보니 강골로 유명한 윤 지검장이 검찰총장에 내정된 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인사는 "불법을 봐달라는 게 아니라 기업의 입장도 감안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기업들이 제품 개발보다 검찰 동향 파악에 더 혈안이라고 하면 미래를 꿈꿀 수 있겠냐"고 말했다.

윤 내정자는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 부임 이후부터 대기업 관련 수사를 대부분 진두지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795,000원 ▲10,000 +1.27%) 분식회계·증거인멸 의혹 수사가 대표적이다.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의혹과 관련해 코오롱생명과학 등을 압수수색한 곳도 윤 내정자가 수장으로 있는 서울중앙지검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윤 내정자가 부임했던 2017년 중반부터 한국항공우주(KAI) 방산비리 의혹을 시작으로 엔진 결함은폐 의혹과 관련한 현대차·기아차 수사, 한화테크윈 탈세사건 등을 강도 높게 수사했다.

윤 내정자가 검찰총장에 부임하면 기업 관련 수사에 더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윤 내정자 스스로도 검사 시절 현대차 비자금 사건(2006년), C&그룹 횡령·배임 사건(2010년), LIG그룹의 사기 기업어음 사건(2012년), SK그룹의 회삿돈 횡령 사건(2012년) 수사 등을 직접 맡았던 특수통이다. 윤 내정자는 평소 기업 수사에 대해 "'오너 리스크'를 제거하고 기업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중소기업 일각에선 과거 키코 사태 재수사 기대감도 나온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환테크 파생금융상품인 키코에 가입했던 중소기업들이 큰 손실을 입고 줄도산한 뒤 소송을 벌였지만 패소하자 당시 검찰 수사 과정 등에 문제가 있었다며 재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윤 내정자는 서울중앙지검에서 공정거래조세조사부를 공정거래조사부와 조세범죄조사부로 나눠 하청업체·중소기업을 갈취하는 불공정행위 등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정기관 수장으로 강골 인사가 부임하는 걸 반길 기업인이 어디 있겠냐만 갑을관계에 시달리는 하청업체 입장에선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볼 부분도 있는 것 같다"며 "사심 없이 공정하게 수사해 잘잘못을 가린다면 떳떳한 기업 입장에선 누가 검찰총장이 되든 상관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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