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BTS·봉준호 키우자"…'한류 붐' 같이 뛰는 법안들

머니투데이 한지연 백지수 기자 2019.06.04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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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한류 올라탄 정치권]①문화 산업 규제 완화, 근무환경 개선으로 콘텐트 품질 향상

"제2의 BTS·봉준호 키우자"…'한류 붐' 같이 뛰는 법안들



“비틀스·콜드플레이·아델·에드 시런 등 많은 전설이 있는 영국은 아주 큰 벽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여러분과 오늘밤 그 벽을 깼습니다.”(방탄소년단 리더 RM)

지난 1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BTS)의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공연 말미 리더 RM(본명 김남준)이 벅찬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미국 빌보드에 이어 배타성 높기로 유명한 영국 음악 시장에서 지지를 받은 데 대한 소감이었다.



RM의 말처럼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한류’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 최초, 동양인 최초의 ‘유리천장’을 깨고 있다. 이 흐름에 정치권도 계속 올라타고 있다. 국회 입법은 물론 정치인들의 수많은 말속에서 한류가 등장한다.

하지만 정작 법안과 제도를 통한 뒷받침은 미약하다. 수많은 문화육성 법안이 국회에서 낮잠 중이다.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에서 ‘한류’란 키워드로 검색가능한 법안은 14개. 그 중 통과된 법안은 단 2개다.



◇규제 풀어 문화산업 날개 다는 법= 대부분의 계류 법안은 문화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내용을 담고 있다. 대중 문화의 빠른 유행 속도를 감안하면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란 이유에서다. 안민석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음악 영상물의 제작자가 자율적으로 등급 분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음원 등 음악영상물을 제작하거나 배급하는 사람이 공급 전에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 분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발매와 동시에 영상물을 통한 홍보가 필요한 음악산업의 특성상, 등급 분류를 위한 심의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져 사장되는 저작물이 많다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안민석 안’은 제작·배급자가 자율적으로 등급을 분류해 바로 음악 영상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추후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분류 기준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할 경우 직권으로 등급을 재분류할 수 있도록 했다. 유해한 영상이 쉽게 공개될 수 있다는 일부의 우려를 고려한 내용이다. 안 의원은 음악뿐아니라 영화와 비디오 물에도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재정 지원·권리 보호로 창작 의욕 높이는 법=문화 지원책을 명시한 법안도 있다. 문체위 소속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공연 예술 콘텐츠에 대한 육성과 지원을 강화하는 ‘공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수민 안’은 한국공연예술진흥원을 설립해 공연 예술 진흥을 위한 정책수립부터 다양한 지원 사업이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한류뿐만 아니라 지역의 공연·문화, 예술을 촉진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 등에 따라 상이한 지역별 문화 향유 수준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김 의원은 “K-POP 등 문화 예술 분야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도록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의 지원이 중요하다”며 “개정안이 한류의 더 큰 도약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의 미비한 권리를 강화하는 법안도 계류 중이다. 오영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저작자가 영화 개봉 이후에 발생하는 추가적 매출에도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현재는 극장 상영 이후 IPTV와 VOD 등 부가판권 시장 진출에 따른 추가 수입을 대부분 투자자가 향유한다. 오 의원은 “부가판권 시장이 향후 박스오피스 매출액 대비 50%까지 성장할 것이란 예측이 있다”며 “영상 저작물의 저작권 권리를 되찾아 저작자의 창작 의욕을 높이면 향후 한국 영화산업의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근무환경 개선으로 콘텐트 품질 향상 꾀하는 법=문화계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돼 온 스태프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노력도 존재한다. 방송 스태프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 한류는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스태프의 근로환경을 본질적으로 개선해야 콘텐트의 품질로 이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 최근 제 72회 칸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스태프들과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52시간 근로를 준수한 것으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방송 스태프들에게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먼 나라 얘기다.

이외에 수출 예능프로그램에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과 한식 수출을 위한 기반을 만드는 한식 진흥법 개정안 등도 계류돼있다.

‘국위 선양’을 이유로 운동 선수들에 병역 면제 혜택을 제공했던 것과 같이, 문화·예술 계에도 병역 면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방탄소년단처럼 대중음악 세계 1등은 왜 병역 면제를 못 받느냐는 상식적인 문제제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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