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쟁이 애인 위장·신창원 잠복, 여자경찰이라 가능했죠"

머니투데이 충주(충북)=이영민 전국사회부 기자 2019.06.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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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인터뷰]정은주 중앙경찰학교 교수(경감)의 여경 무용론에 대한 대답

정은주 중앙경찰학교 교수(경감) /사진=이영민 기자정은주 중앙경찰학교 교수(경감) /사진=이영민 기자


"여경무용론이요? 강력범죄 현장 접근엔 여자가 훨씬 유리한걸요."

정은주 중앙경찰학교 교수(경감)는 최근 불거진 '여경(여성경찰관) 무용론'을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경찰 경력 32년, 그 중 11년을 강력계에 몸담은 정 교수는 강력범죄 수사에서 여경의 필요성을 몸소 입증한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경찰이었던 부친을 선망의 대상으로 생각해 경찰이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숙명으로 여겼던 정 교수는 성범죄 등 여경이 필요한 범죄현장 진입·단속을 위해 1991년 창설된 '여자형사기동대'에서 6년 가까이 활동했다.



최근 인기를 끈 영화 '걸캅스'에서 배우 라미란(극중 박미영 역)이 과거 여자형사기동대에서 활약한 인물로 나오면서 여자형사기동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태권도로 단련된 정 경감은 초년병 시절 뽕쟁이(마약중독자) 애인, 클럽 고객, 티켓다방 종업원 등으로 위장해 잠입한 잠복근무 이력이 화려하다. 공급책을 잡기 위해 실제 마약중독자가 모는 차를 타고 애인 행세를 하며 클럽을 전전하고, 1999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탈옥수 신창원을 잡기 위해 그가 출몰한다는 티켓다방 종업원으로 변장해 밤을 새기도 했다.



정 교수는 "경찰청에 신창원 수사팀이 꾸려졌을 때 남자 형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여자 형사 지원을 받았다"며 "남자 형사들은 멀리 서 있기만 해도 범죄자들이 눈치를 채고 도망치는 경우가 많아서 여자 형사가 미행·잠복·잠입 등 현장 접근을 맡을 때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정 교수는 최근 경찰을 남녀로 구분하려는 시선에 아쉬움을 표했다. 2015년 중앙경찰학교 생활지도계장으로 들어온 그는 교육생을 대할 때도 성별에 차이를 두지 않는다. 그는 평소 교육생들에게 "경찰이라면 남녀를 떠나서 경찰로서 필요한 기초체력, 체포술, 사명감, 피해자에 대한 공감능력 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라"고 가르친다.

2008년 성·학교·가정폭력 피해자를 돕는 원스톱지원센터 개소팀장으로 근무할 당시에도 정 교수는 남자상담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 중 여자가 더 많다보니 조사관이나 상담사가 다 여자였다"며 "소수이지만 남성 상담사를 필요로 하는 남성 피해자도 있었는데 남자 상담사가 없어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어느 기관이든 남녀가 함께 있어야 기관의 역할을 완전히 할 수 있다"며 "성별에 따른 장단점이 있다면 현장에서 살리고, 서로 배우면서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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