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20-30대 여성·非라면족'…新라면 건면의 타깃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19.05.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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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eat)사이드]신봉직 농심 면개발팀 과장·김재욱 스프개발팀 차장..."라면 안 먹던 사람들도 먹게 하자" 각오로 개발

편집자주 히트상품 하나가 죽어가는 회사도 살립니다. 때문에 모든 식품회사들은 전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을 히트상품, 즉, '잇(eat)템'을 꿈꿉니다. 하지만 히트상품은 결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잇(eat)사이드'를 통해 잇템 만들기에 성공한 사람들의 열정과 눈물을 전합니다.

농심 신라면 건면 개발자. 왼쪽부터 김재욱 농심 스프개발팀 차장, 오른쪽 신봉직 면개발팀 과장. / 사진제공=농심농심 신라면 건면 개발자. 왼쪽부터 김재욱 농심 스프개발팀 차장, 오른쪽 신봉직 면개발팀 과장. / 사진제공=농심


'야밤·20-30대 여성·非라면족'…新라면 건면의 타깃
출시 두달여 만에 '신라면 건면'이 3월 라면 매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신라면, 짜파게티, 진라면, 육개장사발면, 팔도비빔면, 안성탕면, 너구리, 삼양라면 등 전통의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다. 라면의 주류 유탕면이 아닌 건면이 매출 상위권에 오른 건 처음이다. 신라면 건면은 70일간 약 1800만 개가 팔려나갈 정도로 반응이 좋다.

신라면이라는 이름의 무게 때문에 농심 개발자들은 건면 개발 과정에서 더 치열하게 고민했다. 1세대 신라면, 2세대 신라면 블랙, 3세대 신라면 건면 시대를 만들어보자는 각오였다. 신라면 건면은 신라면 출시 30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졌다.



원래 라면을 즐기는 사람뿐 아니라 새로운 고객을 끌어오는 게 목표였다. 신봉직 농심 면개발팀 과장은 "야밤에 20~30대 여성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라면을 안 먹는 사람도 먹을 수 있게 접근 '벽'을 낮추자는 생각으로 건면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건면의 칼로리는 350kcal로 일반 라면의 70% 수준이다.

유탕면은 기름에 튀겨 건조한 형태이고, 건면은 바람에 말려 만든다. 신 과장은 "튀기는 건 1~2분 정도만 튀기면 완성되지만, 건면은 30분에서 1시간 가량을 바람에 말려야 한다"고 했다.



기존 신라면 맛, 모양, 조리법 등을 크게 건드리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맛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김재욱 농심 스프개발팀 차장은 "보통 신제품 개발에 빠르면 반년에서 1년이 걸리는데, 신라면 건면은 2년 정도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면개발팀, 스프개발팀, 별첨개발팀 등 농심 대표 선수들이 모여 하루 라면 3~4개를 같이 끓여 맛보기를 반복했다. 신 과장은 "면과 스프의 조화가 매우 중요하다"며 "면이 계속 바뀌면서 스프 배합도 이에 따라 계속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존 신라면(유탕면)과 굵기와 모양도 최대한 비슷하게 하면서도 조리 시간 4분 30초를 유지하기 위해 건면 두께는 신라면보다 0.1mm 정도 얇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건면이 원래 면 조직감이 치밀해 조리하는데 보통 유탕면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김 차장은 "신라면과 신라면 건면을 모두 먹어본 사람들이 건면이 좀 더 맵다고 얘기하는데, 이는 기름기가 없기 때문"이라며 "신라면 기름 함량이 16g 수준이라면 건면은 3g대로 대폭 줄였다"고 소개했다. 매운맛 지수로만 보면 신라면 건면이 신라면의 절반 수준인데 기름기가 없어 좀 더 얼큰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차장은 "라이트(Light)한 깊은 맛 이라는 게 상반되는 개념이긴 하지만, 건면은 이를 추구했고 실제 그렇게 만들었다"며 "깔끔하면서도 깊은 국물맛을 우려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건면 개발자들은 신라면과 신라면 블랙, 신라면 건면을 비교하지 말아달라고 잘라 말했다. 신 과장은 "건면은 이 자체로 쫄깃하고 깔끔하게 맛있다"며 "굳이 3개 면을 비교해 뭐가 더 맛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고 했다. 이어 "각자 취향과 상황에 따라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농심 신라면 건면 개발자가 직접 라면을 끓이고 있는 모습. / 사진제공=농심농심 신라면 건면 개발자가 직접 라면을 끓이고 있는 모습. / 사진제공=농심
☞개발자가 알려준 신라면 건면 맛있게 먹는 방법!
면을 두 동강 내지 마세요. 면이 매우 딱딱해서 자칫하면 손을 다칠 위험이 있습니다. 통째로 넣는 게 가장 좋아요! 모든 면은 '후루룩' 면치기 하기 가장 좋은 길이로 개발된 겁니다. 건면은 생라면으로는 못 먹어요. 포장지에 쓰여있는 조리법대로 정량대로 해서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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