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도네넴띤' 개발 책임자 ""황당했어요. '네넴띤'이라니…"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2019.04.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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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eat)사이드]강민수 팔도 연구1팀장, 예상치 못한 대박 뒤엔 연구원 '혀'의 희생…"너무 얼얼해 침에서 쓴 맛"

18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팔도 중앙연구소에서 강민수 팔도 연구1팀장이 '괄도네넴띤'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팔도18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 팔도 중앙연구소에서 강민수 팔도 연구1팀장이 '괄도네넴띤'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팔도


"솔직히 황당했어요. 아무리 그래도 비빔면이 주력제품인데 '네넴띤'이라니…장난 같잖아요"

'괄도네넴띤' 개발 책임자 ""황당했어요. '네넴띤'이라니…"
'괄도네넴띤'의 개발 총책임자 강민수 팔도 연구1팀장이 처음 '괄도네넴띤' 콘셉트를 받았을 때 보였던 반응이다. 1998년 팔도에 입사해 20년 이상 '라면 전문가'로 살아온 강 팀장이었지만, 이런 과감한 방식의 패키징과 콘셉트는 처음봤기 때문이다.

강 팀장은 지난 18일 경기도 용인 팔도 중앙연구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비빔면의 정체성은 가져가면서 새로운 맛을 창조하는데 가장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괄도네넴띤'은 특유의 매운맛과 톡톡 튀는 브랜드 네이밍으로 대박을 만들어냈다. 2월 19일 온라인으로 선출시한 2만봉은 하루도 안돼 완판됐다. 이어 3월 11일 500만개로 한정 판매한 오프라인 물량도 출시 한 달여만에 동났다. 비빔면 비수기에 맞춰 나온 한정판 제품이지만 워낙 이슈몰이를 한 덕에 비빔면 매출도 30% 가량 늘었다. 비수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

강 팀장을 비롯해 팔도 내부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기였다. 지난해 12월에 '괄도네넴띤' 시제품을 만들 때만 하더라도 "이게 되겠어?" 등 반신반의한 분위기가 많았다. '괄도네넴띤'이라는 말이 출시 전에 이미 인터넷에서 종종 나왔긴 했지만 비빔면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걱정도 됐다. 강 팀장은 "냉정한 미식가인 중학생 아들에게 "괜찮네?"라는 평을 듣고서야 '잘 될 수도 있겠구나'하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팔도/사진제공=팔도
강 팀장은 '괄도네넴띤'이 기존 비빔면 브랜드의 DNA를 해치지 않게 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냥 '매운 라면'이 아닌 '매운맛 비빔면'을 만들어야 했다는 것. 사과농축과즙이나 비빔면의 면은 그대로 가져가되 색다른 매운맛을 내는게 과제였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강 팀장과 연구원들은 매일 20~30봉지의 새로운 조합의 라면을 먹어야 했다. 그는 "입이 너무 얼얼해 나중엔 침에서 쓴맛이 날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매운맛을 강화하기 위해 원재료를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주로 쓰는 캡사이신이나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인 '부트졸로키아' 등을 검토하다 '할라피뇨'를 선택했다. 매운맛을 차별화하되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고 구하기 쉬운 재료였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이 3개월 남짓 만에 빠르게 이뤄졌다. 팔도 경영진의 빠른 의사결정도 한 몫했지만, '액상스프'로 라면 사업을 시작한 팔도의 기술 노하우도 역할이 컸다. 보통 6개월이 걸리는 개발 기간을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었다.
/사진제공=팔도/사진제공=팔도
식품을 개발하는 연구원인 만큼, 강 팀장을 비롯해 팔도 연구1팀 팀원들은 보통 사람을 뛰어넘는 '맛 탐험가'면서도 '미식가'다. 오로지 맛으로만 라면 제품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다. 인터뷰 며칠전 '미더덕회'를 맛볼 정도로 새로운 맛에 개방적이고, 제품 개발에 참고하기 위해 '맛집'을 찾으러 해외로 떠나는 일도 부지기수다. 강 팀장은 최근 '마라' 열풍에 착안해 중국 방문도 고려 중이다.

팔도는 완판 이후에도 소비자들의 재판매 요청이 끊이지 않아 현재 전라인을 가동해 '괄도네넴띤' 추가 생산 중이다. 매운맛에 도전하는 놀이 문화가 익숙한 해외 고객들의 요청도 계속 늘어나는 중이어서 해외 수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강 팀장을 비롯해 팔도 연구1팀은 '다 키운 자식'인 '괄도네넴띤'을 품 밖으로 보내고, 겨울 국물 라면 시장에 '또 다른 자식'을 내보내기 위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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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판 '괄도네넴띤'이 집에 딱 하나 남아있다면?? 꼭 '족발'과 함께 드세요!! 괄도네넴띤의 매운맛이 족발의 느끼한 맛을 잡아주고 고소함은 배가시켜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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