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처럼 동물의 교미도 사회적 맥락과 연결돼야 하고, 따라서 성선택은 결코 자연선택의 시종이 아니라는 것이다.
침팬지 암컷은 강압적인 우두머리 수컷을 피해 자신이 고른 수컷과 밀월여행을 떠난다. 바우어새의 경우도 마찬가지. 수컷이 구애 행동을 위해 무대를 마련해도, ‘비상탈출구’가 마련되지 않은 무대에는 암컷이 얼씬도 하지 않는다.
저자는 지난 30여 년간 수리남과 안데스산맥 등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조류를 관찰했고 이 과정에서 은폐된 다윈의 ‘성선택’ 이론을 재해석했다.
인간과 비슷한 침팬지는 암수 몸집 차이가 25~35% 차이가 나지만, 인간은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고작 16%가량 클 뿐이다. 다시 말하면 물리적 강압과 폭력의 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인간은 진화해왔다. 그것도 ‘여성의 선택’을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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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 간 평등과 성적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싸움은 옛날부터 이어져 온 범동물적이고 과학적인 현상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과학적 페미니즘’의 새로운 근거가 제시되는 순간이다.
저자는 “성적 강제가 성행하던 시절에는 ‘아름다움’은 실질적 쓸모의 부재로 의미가 없었다”며 “하지만 동물이 성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아름다움의 기준과 신체 자체를 진화시켜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움의 진화=리처드 프럼 지음. 양병찬 옮김. 동아시아 펴냄. 596쪽/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