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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가 후쿠시마 원전 앞에서 주먹밥을 먹어야 했던 이유

머니투데이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19.04.1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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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일본 3월 수출 감소,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속 총리의 '경제살리기' 퍼포먼스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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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지난 12일 세계무역기구(WTO) 상소기구는 한국의 일본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가 타당하다고 판정했다. 그러자 바닷물이 오염돼도 수산물은 안전하다는 해괴한 주장까지 했던 일본은 WTO 판정에 정식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일본의 아베 총리는 양복 차림으로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해 그 지역 쌀로 만든 주먹밥을 먹으며 방사능 영향이 감소됐다는 퍼포먼스까지 연출했다. 이는 그만큼 아베 내각과 일본 경제가 절박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지난해 일본의 경제성장률(실질)은 0.8%로 전년 1.9%에서 1.1%p나 하락했다. 일년 내내 롤러코스터였다. 전기 대비 성장률이 1분기 –0.1%로 시작해 2분기 0.5%로 증가했다가 3분기 다시 –0.6%로 급락했다가 4분기 0.5%로 마감했다. 1분기엔 한파, 3분기엔 지진· 태풍 등 자연 재해 및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수출 기여도 하락 등의 영향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그런데 지난해 일본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일시적으로 플러스가 되자 내각부는 연간 경제성장률이 3%를 넘을 것이라 호들갑을 떨었고, 국내 일각에서도 일본이 한국을 앞설 거라며 유난히 일본 경제를 치켜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성장률은 최근 25년간 크게 높았던 적이 없다. 부동산과 주식시장 거품이 붕괴되면서 1992년 경제성장률이 0.8%로 전년(3.4%)보다 2.6%p 크게 떨어진 이후 2012년까지 평균 0.8%에 불과했다. 경제성장률이 플러스와 마이너스를 오고가면서 전체 평균을 낮췄다.

2012년 12월 아베 신조가 총리로 취임하면서 ‘아베노믹스’ 경제정책을 실시했다.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확장적 금융정책이다. 무제한 통화를 풀어 엔화가치를 하락시키고 환율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수출을 늘려 기업 이익과 투자가 늘고 임금과 물가 상승을 가져와 디플레이션을 벗어나겠다는 구상이었다. 연간 물가상승률 2%, 명목성장률 3%라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실제 성적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3~2018년 평균 명목 경제성장률 1.8%, 실질 경제성장률 1.2%, 소비자물가상승률 0.9%를 기록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져도 그나마 플러스를 유지한 걸로 위안을 삼는 형편이다. 2013~2017년까지 OECD국 평균 경제성장률 2.5%에 비해서 낮다. 개별 국가로 따져 봐도 마찬가지다. 이 기간 한국은 3.0% 성장했고, 미국은 2.2%, 독일 1.6%, 영국 2.2% 등이다.

이마저도 2016년 12월 국민 계정 통계 변경을 하면서 ‘기타’ 항목을 조정해 2013년부터 명목 GDP 상승폭이 더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일본 내에서 나오고 있다. 또한 지난해 후생노동성이 조사하는 ‘매월 근로 통계’가 도쿄도 내 500인 이상 대기업의 3분의 1만 조사해 통계치를 왜곡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올해 1월 해외 금융 미디어 ‘제로헷지’(ZeroHedge)는 “일본 경제 통계의 40%가 가짜다”라는 주장을 내놓았다.

올해 일본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 양상과 중국 경기 회복 여부에 따라 대외여건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 또한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소비, 투자, 관광 등 내수가 늘어날 거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망이 그리 밝은 편은 아니다. 올 3월 OECD중간 보고서에서는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0.8%로 지난해 11월 예측에서 0.2%p 하향 조정했다.

아베노믹스 하에서 늘어난 재정적자로 지난해 GDP 대비 정부 부채는 238%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아졌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증세를 하거나 세출을 줄여야 하기에 올 10월 소비세를 8%에서 10%로 인상할 예정이다. 일본 내각부에 의하면 소비세 1%p 인상 시 첫해 실질 소비 –0.44%, 실질 GDP –0.27% 감소 효과가 나온다. 다양한 재정지출로 보상한다고 하나 저소득층 어려움이 더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지난해 본원통화는 502조엔으로 2013년보다 250% 증가하면서 물가는 소폭 상승했다. 그런데 명목임금은 그보다 늘지 않아 실질임금은 같거나 줄었다. 지난해 실질임금은 0.2% 상승에 그쳤고 올해 1~2월은 평균 –0.9% 감소했다.

여기에 2009년부터 지속된 인구감소가 소비지출을 늘리는데 제약이 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일본 경제 보고서’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향후 40년 안에 일본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5%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일본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5% 정도인 민간 소비지출은 지난 6년간 평균 0.45% 증가에 머무르면서 경제성장을 견인하는데 한계에 부딪혔다.

2013~2018년 동안 고용률은 56.9%에서 60.0%로 늘고 실업률은 4.0%에서 2.4%로 줄었지만 청장년 인구 감소로 인한 구인난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6년간 노령층 노동인구는 381만명 증가했으나 청·장년층은 387만명 감소했다. 15~29세 청년들도 71만명 감소했다. 결국 지난해 10월말 기준 외국인 노동자는 146만463명으로 전년에 비해 18만1793명(14.2%)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는 출입국관리법 개정(특정기능 1호, 2호를 신설)으로 4월부터 외국인 노동자를 더 늘리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의 거주요건에 인색한데다 임금도 낮은 편이라 성과는 불투명하다.


이처럼 아베노믹스의 통화확장 정책과 인구 감소 현상은 소비여력을 크게 제한하고 있다. 내수가 미진하면 해외교역이라도 늘어야 하는데 전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수출을 통한 성장도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일본의 3월 수출액이 전년 동월 대비 –2.4% 감소한 상황에서 4월 들어 한국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가 타당하다는 판정까지 나오니 결국 아베 총리는 후쿠시마 원전 앞에서 주먹밥을 먹는 퍼포먼스를 연출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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