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정상화에 베팅한 시장, 아찔한 금호그룹주 급등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2019.04.1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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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인트] "당장 회사채 만기일 돌아오는데…'유상증자·사채출연' 등 구체적인 방안 필요"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면서 관련주들이 급승하고 있다.

채권단은 그룹이 제안한 자구안을 미흡하다고 판단했지만, 시장은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정상화 기대감에 베팅하는 모습이다.

12일 오전 11시 25분 금호산업우 (11,460원 ▲80 +0.70%)는 전일에 이어 이틀째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지난 10일 2만2000원대였던 주가는 3거래일만에 3만7750원까지 올랐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인 아시아나IDT (16,300원 ▲80 +0.49%) 역시 전일 상한가에 이어 이날 역시 급등하며 전일대비 19.11% 오른 1만8700원에 거래 중이다.

전일 상한가를 기록한 에어부산 (2,695원 ▼10 -0.37%)은 이날도 전일대비 16.86% 올랐다. 전일 각각 13.05%, 5.83% 오른 아시아나항공 (10,980원 ▲10 +0.09%)금호산업 (4,240원 ▲70 +1.68%)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련주들은 그룹 차원에서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 방안 자구책을 마련했다는 소식에 급상승했다. 앞서 지난 9일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금호그룹 주 채권자인 산업은행에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채권단에 담보 제공 △보유자산 매각을 통한 지원금 상환 △아시아나항공 수익성 회복 위한 기재 축소 및 비수익 노선 정리 등을 자구책으로 제시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이 3년 안에 재무구조 개선을 이루지 못할 경우 매각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5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채권단은 미흡하다고 판단했다. 전일 채권단은 "사재출연 또는 유상증자 등 실질적인 방안이 없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미흡하다는 판단"이라며 "금호그룹이 요청한 5000억원을 채권단이 지원한다해도 시장 조달의 불확실성으로 향후 채권단의 추가 자금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문가들 역시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일각에서는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는 지주회사 격인 금호고속 지분이 200억원 규모에 불과한데다, 채권단이 요구해 온 대주주 사재 출연 등의 방안이 담기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포기하는 것 없이 추가 자금 지원만 요청했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룹의 구체적인 자산 처분 방안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계획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 하락을 놓고 고민 중이다. 현재 'BBB-'인 신용등급이 'BB+'(투기등급) 이하로 하락할 경우 신탁 조기 지금 사유가 발생하게된다. 추가 자금 마련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기준 단기성 차입금은 1조2000억원에 달하고, 지난 2월 기준 회사의 미상환 차입금은 3조895억원에 달한다. 당장 오는 25일에는 6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도래한다.

전명훈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3실장은 "미상환 회사채 만기가 25일로 도래함에 따라 회사채유효등급의 소멸 가능성, 이에 따른 '무등급 트리거' 발동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회사는 공모사채 발행을 통해 유효등급을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박삼구 회장의 퇴진 발표, 그룹 자구계획 제출 등을 감안할 때 중단기적으로 그룹내 지배구조 개편가능성, 추가적인 자산 매각 가능성 등에 대해 집중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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