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뮤지션의 ‘때깔’을 찾아서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9.04.03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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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희, 정태춘·박은옥, 학전 소극장 무대 등 진한 향기 뮤지션들 속속 무대로

지난 30일 가평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에서 72세 노구를 이끌고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인 가수 이장희. 지난 30일 가평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에서 72세 노구를 이끌고 역동적인 무대를 선보인 가수 이장희.


EDM(일렉트릭댄스뮤직)으로 대표되는 아이돌 그룹의 음악이 주류로 떠오르는 시대에도, 뮤지션의 내음은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통기타와 개성 강한 목소리, 때론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 심장이 덜컥거리는 감동의 노랫말은 먼지 쌓인 USB 저장 창고 어느 구석에 여전히 ‘보관’돼 있다.

하마터면 잃어버리거나 잊어버릴 뻔한 오래된 뮤지션의 ‘때깔’을 온전히 만날 기회가 찾아왔다. 다시 USB를 찾아 복습하며 굳은 감성의 때를 벗겨야 할지 모른다.



“우리에겐 이런 독보적이고 감동적인 뮤지션이 있었지”하는 무대가 속속 이어진다. 지난 30일 가평뮤직빌리지 ‘음악역 1939’에서 열린 포크 뮤지션 이장희의 ‘나 그대에게’ 콘서트는 인간미 넘치는 목소리가 주는 훈훈한 감동이 서리고, 모두 함께 따라 부르는 일체감이 확연히 느껴지는 ‘잃어버린 뮤지션의 때깔을 찾는’ 전초전이었다.

그는 이 무대에서 국내 1세대 세션인 동방의빛 멤버 강근식, 조원익과 함께 '그건 너', '한잔의 추억',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등 명곡을 불렀다. 72세 노구가 이끄는 ‘현역의 힘’이 무엇인지 증명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Again 학전콘서트'에서 다시 모이는 뮤지션들. 지난 3월 19일 서울 동숭동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출연 가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YB 윤도현, YB 허준, 강산에, YB 김진원, 푸른곰팡이 조동희, 유재하 동문회 스윗소로우 김영우. 이 무대는 오는 5월 19일까지 열린다. /사진=뉴시스'Again 학전콘서트'에서 다시 모이는 뮤지션들. 지난 3월 19일 서울 동숭동 학전블루 소극장에서 출연 가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YB 윤도현, YB 허준, 강산에, YB 김진원, 푸른곰팡이 조동희, 유재하 동문회 스윗소로우 김영우. 이 무대는 오는 5월 19일까지 열린다. /사진=뉴시스
오는 2021년 개관 30주년을 앞둔 ‘라이브의 산실’ 학전은 그 정체성과 자부심에 걸맞게 라이브의 진골들을 모두 불러모은다. 학전 김민기 대표가 걸어온 길의 재연 같은 이번 ‘Again, 학전 콘서트’는 댄스와 아이돌그룹에 밀린 음악계 환경의 환기이면서 뮤지션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의미도 파악할 기회다. 제목처럼 학전 콘서트가 과거의 감동을 ‘다시’ 불러일으킬 태세다.

출연진의 면면도 반갑기만 하다. 3일까지 예정된 전인권의 무대를 시작으로 각양각색 뮤지션들이 총출동한다.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던 만능 뮤지션 김수철은 5~7일 무대에 오르고 학전과 첫 만남인 김현철은 9, 10일 작은 무대로 관객과 만난다. 학전의 단골손님 권진원(16, 17일), 시대의 아픔을 함께한 안치환 등 전통 포크 뮤지션의 발걸음도 준비돼 있다.

웅산(23, 24일)·정원영(5월 4, 5일)·김광민(5월 10~12일) 등 한국 재즈의 발판을 넓힌 뮤지션의 무대는 낯설고 어려운 장르 뒤에 숨겨진 따뜻함을 엿보는 자리다. 노영심은 5월 13~15일 무대를 통해 그 시절 추억과 뮤지션 노영심의 모습을 모두 공개할 예정이다.


마지막 무대는 김광석 노래 부르기 팀이 꾸린다. 박학기, 유리상자, 동물원, 한동준, 장필순, 자전거탄풍경 등 오랫동안 김광석의 음악을 재해석해온 의리의 뮤지션들이 합동 무대(5월 17~19일)를 펼친다.

시인이 부르는 노래의 명맥이 끊겼다고 느낄 즈음, 그들은 비로소 나타났다. 시로 읽었던 노랫말, 그 날카롭고 속 깊은 가사 속에 담긴 따뜻하고도 정감 있는 소리의 주인공들이 데뷔 40주년을 맞아 전국투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잊었던 기억과 감성의 고리를 연결한다.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은 정태춘(왼쪽)-박은옥 부부.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은 정태춘(왼쪽)-박은옥 부부.
정태춘·박은옥 부부의 무대 ‘날자, 오리배’다. 두 사람은 우리 시대와 늘 동행했다. 데뷔 초창기엔 ‘촛불’ ‘시인의 마을’ ‘떠나가는 배’ 같은 한국 정서 가득한 서정적 노래를 부르다가 군사 독재, 광주 민주 항쟁 같은 시대 고통이 드러날 땐 어김없이 역사적 운율을 잊지 않았다. 개인적 감성에서 사회적 고민까지 다루는 그들의 음악은 선율 이상의 남다른 정서가 배어있는 셈이다.

잠시 잊었던 이들의 행보를 눈 여겨본 관객이 서울(30일~5월 7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과 제주(13일 제주아트센터 대극장) 총 7회 공연을 모두 매진시킨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들은 부산(5월 10, 11일 부산시민회관), 전주(5월 18일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양산(6월 22일 예정)을 포함해 총 9개 도시의 상반기 투어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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