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사무소 철수 北, '새로운 길'이냐 '벼랑끝 전술'이냐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9.03.22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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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판문점선언 명시된 곳 '철수'…흔들리는 남북미 테이블

【개성=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지난해 9월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서 북측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18.09.14.    photo@newsis.com  【개성=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 지난해 9월14일 오전 개성공단에서 열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에서 북측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18.09.14. [email protected]


북측이 22일 철수를 결정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합의한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가지는 곳이다. 북측의 '남북미 테이블' 이탈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한미와 협상 의지를 유지한 채 벼랑끝 전술을 편 것일 수도 있다.

지난해 4월27일 판문점 회담 직후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판문점 선언의 1조에는 "남과 북은 남북 관계의 전면적이며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끊어진 민족의 혈맥을 잇고 공동번영과 자주통일의 미래를 앞당겨 나갈 것"이라고 명시했다.



또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온 겨레의 한결같은 소망이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의 절박한 요구"라고 강조했다.

거기에 따른 3항에 "남과 북은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교류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하여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즉 통일 및 공동번영을 위한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 조치 중 하나가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였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지난해 9월14일 개소했다. 산림협력·체육협력·보건의료협력 분과 회담, 도로협력 실무접촉 등이 이뤄지며 남북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해냈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4월3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번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과 핵 위협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전세계에 천명한 평화선언"이라며 "분야별 대화 체계의 전면 복원과 함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상시 협의의 틀을 마련하고 지속가능한 관계 개선이 정착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던 바 있다.

이후 진행된 각 2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은 모두 이 '판문점 선언'의 기본정신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합의의 계승, 그리고 이행이 남북미 비핵화 협상의 콘셉트였던 것이다.


북측이 이번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한 것은 이같은 '계승과 이행'이라는 기조가 흔들렸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일단 통일부는 "합의 파기라고까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연락사무소 채널 외에 또 군을 통한 채널 등이 현재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어떤 상황인지 시간을 두고 파악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북측은 '하노이 노딜' 이후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음을 연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리비아식 일괄타결을 앞세운 상황에서 '빅딜 속 스몰딜 속도전'을 중재안으로 내놓고, 금강산관광 등 '당근'을 제시한 우리 측에도 북측은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대남 선전매체 메아리는 이날 "미국의 승인과 지시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남조선당국이 어떻게 무슨 힘으로 중재자 역할,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라고 힐난했다.

북측이 이같은 흐름 속에 △핵·미사일 실험 재개 △중국·러시아와 협력 속 새로운 비핵화 방안 모색 △미국 대선 국면까지 시간끌기 등의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북설이 나오고 있고, '김정은의 집사'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의 강대응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다. 미국과의 협상 의지를 유지한 채 기싸움의 일환으로 강수를 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 북측의 연락사무소 철수는 미국이 '하노이 노딜' 후 첫 독자제재 명단을 발표한 날에 이뤄졌다.

북한은 다음달 11일 평양에서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여기서 김 위원장이 '하노이 노딜' 이후 핵협상 대응방향을 직접 언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중이다.

청와대는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대응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별도의 입장이 없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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