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MT리포트] 금탄(金炭)된 연탄... 14만 쪽방촌이 얼어붙는다

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이동우 기자, 최동수 기자, 이영민 기자 2019.01.10 06:30

[2019 연탄은 지금] (종합)

편집자주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안도현-너에게 묻는다 중에서). 2019년의 세상 사람들에게 연탄은 말한다. 다 식어가는 나의 온기라도 절실하고 그리운 사람들이 있다고.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달동네, 쪽방촌 그 냉골을 버티게 하는 2019년 연탄의 얘기를 들어봤다.




아직도 14만가구…연탄없는 겨울이 두렵다




[2019 연탄은 지금]①기부 줄어 지원 200장→120장…독거노인 등 직격탄

백사마을 주민 강길자(75)씨는 집안 한가운데 연탄 난로를 뒀다. 하루 6장~9장 연탄을 땐다./사진=이해진 기자 백사마을 주민 강길자(75)씨는 집안 한가운데 연탄 난로를 뒀다. 하루 6장~9장 연탄을 땐다./사진=이해진 기자
"밥은 며칠 굶어도 연탄 없이는 하루도 견디기 힘들죠"

서울의 마지막 산동네라 불리는 노원구 중계본동 104번지 백사마을. 이곳에 연탄봉사가 있던 지난달 20일 주민 강길자씨(75·여)가 오랜만에 창고에 차곡차곡 쌓이는 연탄 120장을 보며 말했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백사마을은 전체 1031가구 가운데 418가구가 연탄 난방을 한다.

강씨는 연탄난로를 집안 한 가운데 '신줏단지'처럼 모셔뒀다. 20평짜리 집에서 여섯 식구가 생활하는 강씨네는 하루 6~9장씩 연탄을 때고 있다. 11월부터 4월까지 연탄 1000장은 필요하다. "아침저녁으로 연탄을 갈 때마다 목구멍에 연탄가스가 들어가 여간 매캐한 게 아니다"며 "자다가 연탄가스가 새면 어쩌나 싶지만 이 연탄마저 못 때는 게 더 무섭다"고 말했다.

연탄값이 오르면서 올해 겨울 강씨의 시름은 커졌다. 매년 장애를 가진 아들 앞으로 나오는 연탄쿠폰(바우처) 300장과 사회복지재단인 연탄은행이 제공하는 연탄으로 겨울을 났는데, 연탄 가격이 오르며 기부 연탄이 줄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재단 연탄은행 관계자는 "매년 백사마을에 가구당 150~200장씩 연탄을 나눠줬는데 연탄값이 올라 올 겨울에는 120장으로 줄였다"며 "800원이 됐으니 (기부자들에게) '조금 더 후원해주시면 어떻겠습니까'라고 말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연탄 소비자 가격은 장당 700원에서 800원으로 14.3% 가량 올랐다. 이는 정부의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계획'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2010년 'G20 정상회의'에서 2020년까지 생산자 가격보조(보조금)를 모두 폐지하기로 약속했다. 저탄소 녹색성장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서다. 연탄값 800원이면 라면 한 봉지 가격이지만 백사마을 주민들은 "연탄이 금탄(金炭)이 됐다"고 말한다.

마을 꼭대기에 사는 김순길씨(82·여)도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에 연탄 가격 인상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지난번 한파는 연탄은행이 200장씩 갖다 줘서 버텼다"며 "올해는 기부가 줄었다는데 한파가 닥치면 어떨지 벌써 끔찍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혼자 사는데 매달 나오는 기초수급액 20만원 외 별다른 소득이 없다. 마을 꼭대기에 사는 김씨는 배달비까지 합쳐 한 장당 1000원을 줘야 한다.

지난달 20일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에 봉사자들이 연탄 나르기 봉사를 했다. 백사마을 1031가구 가운데 418가구가 연탄 난방을 한다./사진=이해진 기자지난달 20일 서울 노원구 중계본동 백사마을에 봉사자들이 연탄 나르기 봉사를 했다. 백사마을 1031가구 가운데 418가구가 연탄 난방을 한다./사진=이해진 기자
실제로 연탄은행이 파악한 국내 에너지 빈곤층 14만 가구 가운데 10만 가구 가량이 월 소득이 20만원 이하인 극빈층이다. 대부분이 독거노인이거나 소년소녀 가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연탄 가격 인상에 맞춰 기초생활수급자·차상위계층·소외계층 등에 지원하는 연탄쿠폰 지원금액을 기존 31만3000원에서 40만6000원으로 9만3000원 확대했다. 이번 연탄쿠폰 지원 대상은 6만4000 가구다.

하지만 연탄은행 관계자는 "부양 가능한 직계 가족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혜택을 못 보는 에너지 빈곤층이 4만 가구가 넘는다"고 밝혔다. 연탄은행은 2년마다 연탄 사용 가구 조사를 벌인다.

지난달 31일부터 한달간 청와대 앞에서 연탄가격 인상 대책 촉구 시위에 나선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목사)는 정부의 연탄 가격 인상이 소외계층을 배려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허 대표는 "화석연료를 줄이자는 국제 합의를 지키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저소득층 노인들이 당장 연탄값 때문에 이 한파에 냉골을 견뎌야 하는 현실도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진 기자





연탄의 '빈곤 포르노'...'기름 기부'가 없다




[2019 연탄은 지금]②기름보일러로 연탄보일러로 바꿔야 하는 연탄 편중 기부 바꿔야

"기부가 연탄으로만 몰리는데 별 수 있어? 연탄 보일러로 바꿔야 살지"

이달 4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윤모씨(78·여) 집은 4년 전 멀쩡한 기름보일러를 뜯어내고 연탄보일러를 설치했다. 윤씨는 "교체 비용이 80만원 정도였는데 시에서 지원해준다고 해서 집주인에게 말해 바꿨다"고 했다. 윤씨는 본인 포함 다섯 집이 세 들어 사는 쪽방의 관리인이다. 하루 6~9개 연탄으로 1.5평씩인 쪽방 주민 5명이 난방을 한다.

이 동네에서만 10가구가 최근 5년 사이 윤씨처럼 기름에서 연탄 난방으로 바꿨다. 윤씨는 "고관절이 아파 연탄 갈기도 힘들고, 화재 위험을 생각해도 기름이 낫지만 돈이 없는데 어떡하느냐"며 "기부도 연탄으로 몰리지 않느냐"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들이 연탄보일러로 회귀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쪽방촌 현실에 맞지 않는 기부문화와 연탄쿠폰 등 정부의 보조정책 때문이다.

영등포 쪽방촌에는 506가구가 산다.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이곳은 연탄보일러가 65%, 나머지는 기름보일러로 겨울을 난다. 거주민 615명 가운데 119명이 65세 이상 독거노인이고, 344명이 기초수급자로 자력으로는 난방비를 감당하기 힘들다.

그런데 기업과 복지단체 후원이 연탄으로만 쏠리면서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가구를 위한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연탄=에너지 빈곤층'이란 공식이 상식처럼 통하고 봉사하는 모습을 널리 알리는 데 연탄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 사는 윤모씨(78)는 4년전 멀쩡한 기름보일러를 뜯어 연탄보일러로 바꿨다. 기부가 연탄으로만 몰려 난방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사진은 윤씨가 교체한 연탄보일러/사진=이해진 기자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에 사는 윤모씨(78)는 4년전 멀쩡한 기름보일러를 뜯어 연탄보일러로 바꿨다. 기부가 연탄으로만 몰려 난방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사진은 윤씨가 교체한 연탄보일러/사진=이해진 기자
실제로 연말이면 연탄 봉사 이야기가 '연탄천사'라는 표현과 함께 언론매체에 등장하고, 연예인이나 정치인들도 얼굴에 연탄가루를 묻힌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일각에서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graphy: 대중에게 빈곤을 부각해 모금 운동의 효과 등을 보는 사진과 영상물을 빗댄 말)'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와 위탁계약을 맺고 영등포 쪽방촌 후원 업무를 담당하는 '영등포 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쪽방촌에 연간 연탄 지원은 한 해 평균 5만장 정도(주택당 하루 5~9장 소요)다. 약 1만 가구가 하루 쓸 수 있는 규모다. 반면 매해 겨울 한철에만 지원되는 난방용 기름은 불과 1만5000ℓ(하루 9.5ℓ 소요)로 1570여가구가 쓸 수 있는 양이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하루 필요한 양을 기준으로 하면 기름보다 연탄이 많게는 6배 이상 더 지원되는 셈이다.

그래서 영등포 쪽방상담소에서도 기부 사각지대를 좁히고자 후원 기업과 단체들의 연탄 후원을 난방용 기름 후원으로 유도하고 있다.

김형옥 쪽방상담소 소장은 "기업이나 단체가 단합대회 차원에서 함께 연탄 나르기를 하는 등 연탄이 이른바 '티 잘 나는 기부'로 자리 잡은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하지만 쪽방촌 현실을 고려해 기부 연탄의 수량을 일부 돌려 난방용 기름으로 후원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며 "기름을 때야 겨울을 날 수 있는 사람들도 연탄 가구와 마찬가지로 저소득층"이라고 말했다.

쪽방촌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연탄쿠폰(에너지바우처) 정책도 에너지 빈곤층 복지의 사각지대를 만든다.

기초수급자인 쪽방촌 거주민들 대다수가 연탄쿠폰을 지급받지만, 정작 그 쿠폰으로 연탄을 구매해 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입자라 연탄보일러 관리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연탄보일러 1개로 4~5개 쪽방이 공동난방을 하는 쪽방촌은 관리인이나 집주인이 연탄을 구매해 땐다.

월세 20만원짜리 쪽방에 사는 김모씨(50)는 "때마다 연탄쿠폰을 받지만 연탄보일러 관리는 집주인 몫이라 내가 쿠폰을 주고 사서 땔 수 없다"며 "집주인에게 현금으로 팔아야 하는데 집주인이 안 사주면 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복지와 기부도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실천에 옮겨야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한다. 미세먼지 발생의 요인 가운데 하나인 연탄 사용 감소는 거스르기 힘든 전 세계적 흐름이라고도 지적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저소득층이 위험하고 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연탄을 계속 사용하게 할 이유가 없다"며 "이들의 연탄 난방 시스템을 다른 난방시스템으로 바꾸고 도시가스나 실내등유 등의 바우처 금액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도 "위험한 연료인 석탄을 저소득층에게 선심 쓰듯이 주는 기부문화나 에너지 정책은 현실을 무시한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보온이 취약한 저소득층 가옥구조를 고려하면 전기장판이 가장 필요하다"며 "저소득층 전기사용료 보조나 가옥 단열 등을 개선해 난방 효율을 높이는 사업으로 정부 정책의 무게중심을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진 기자, 이동우 기자





"버티기 힘드네요…" 연탄 공장의 한숨






[2019 연탄은 지금]③연탄 사업자들 "가난한 사람들 위해 가격인상 속도는 조절해야“

"이제 서울에 연탄공장은 딱 2개 남았는데 2~3년 뒤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서울에서 2개 남은 연탄공장 가운데 하나인 고명산업에서 21년째 일하고 있는 신희철 전무(65)는 한숨을 내쉬었다. 1970~1980년대만해도 1월이면 연탄을 싣기 위해 공장 앞에 연탄 도매상의 트럭이 줄을 섰지만 이제는 한겨울 한파에도 공장은 한산하다. 연탄을 찍어내는 기계인 '쌍탄기' 10대 가운데 절반은 가동을 멈췄다.

공장 매출이 줄면서 100명이 넘었던 직원들은 이제 30여명으로 줄었다. 30~40대 직원들은 모두 나가고 50~70대 직원들만 남았다. 젊은 사람들이 간혹 일자리를 구하려고 연탄공장을 찾았지만 일이 힘들어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하고 그만뒀다.

신 전무는 "최근 5년간 판매량 추이를 보면 매년 전년대비 15~20%씩 줄고 있다"며 "지난해 1800만장을 팔았는데 올해는 1500만장도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광해관리공단에 따르면 1980년대 전국에 279개였던 연탄공장은 지난해 44개로 줄었다. 그나마 공장 3개는 등록만 돼 있고 가동은 멈춘 상태다. 연탄생산도 2006년 232만 7441톤에서 2017년 107만 9248톤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생산량은 100만톤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공단 관계자는 "전국에 있는 석탄공장을 대상으로 지난해 수요를 집계하고 있는데 100만톤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연탄 수요는 앞으로 계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탄공장이 줄면서 공장에서 연탄을 떼다 판 중개업자들도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특히 도매상들에게 연탄을 받아 시민들에게 판매했던 소매상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소매상들이 사라지면서 최근에는 도매상들이 직접 연탄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배달해주고 있다.

40년 동안 연탄도매업을 해온 변근호씨(64)는 "정부에서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석탄연료 대신 석유연료 사용을 권장하면서 연탄사용도 줄기 시작했다"며 "1990년대 접어들면서 연탄 소매상들이 사업을 접기 시작해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변씨는 "이제는 공장에서 연탄을 받아서 소매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달동네나 요구하는 곳에 배달을 나간다"며 "2020년까지 연탄가격이 더 상승할 텐데 그렇게 되면 연탄이 2~3년내에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연탄 사업자들은 환경 문제와 대체 에너지 연료 등장으로 연탄 사용이 줄어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사회 취약계층을 위해서라도 연탄 가격 상승 속도는 조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연탄가격(공장도 가격)을 2016년 14.6%, 2017년 19.6%, 지난해 19.6% 등 최근 3년 연속 인상했다. 서울 평지 기준 소비자 가격은 2016년 1장에 600원에서 최근 800원까지 치솟았다. 언덕이나 달동네는 배송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1000원을 넘는 곳도 있다. 여기에 2020년 연탄공장에 지급됐던 연탄 제조 보조금이 폐지되면 가격은 더 오를 전망이다.

연탄공장 사업자 이모씨(65)는 "공장이 많이 줄면서 배송비용이 계속 올라가고 있다"며 "지난해 9월 부산의 유일한 연탄공장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으면서 경북 영주 연탄공장에서 연탄을 가져와야 하는데 부산에 있는 달동네는 연탄 한장 당 가격이 1000원을 넘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직 연탄이 필요한 취약계층 사람들은 정말 먹고 살기 어려운 사람들로 연탄 말고 다른 연료를 활용하는 게 쉽지 않다"며 "연탄 가격을 정부에서 계속 올리고 있는데 결국 소외 취약계층은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된다"고 말했다.

최동수 기자





1.7조 빚더미 연탄, 언제까지 써야하나




[2019 연탄은 지금]④석탄공사 2015~2017년 당기순손실 2248억원

한때 '검은 보석'으로 불렸던 연탄이지만 현실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급격한 소비량 감소와 환경 문제가 맞물리면서 정부는 연탄 가격을 대폭 인상해 사용량을 더 줄이려고 한다.

하지만 빚더미에 앉은 대한석탄공사와 연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에너지 빈곤층 문제 해결이 골칫덩이다.

연탄 소비량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정·상업용 무연탄 소비량은 1987년 2358만7000톤에서 10년 뒤인 1997년 138만9000톤으로 94% 줄었다. 소비량은 이후에도 점차 감소해 2017년 107만9000톤으로 나타났다. 20년 전보다 95.4% 감소했다.

연탄 수요가 줄면서 대한석탄공사도 힘들어졌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석탄공사의 2015~2017년 당기순손실 합계는 2248억원이다. 부채는 지난해 6월 기준 1조7692억원에 이른다. 에너지·자원사업 특별회계법에 따라 2010~2017년 석탄공사에 지급된 세금은 3815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는 석탄공사 폐업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탄광 지역 경제 몰락, 석탄공사 직원 2000여명의 재취업 문제가 걸린다. 2016년에는 석탄공사 폐업계획이 발표됐으나 지역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정부는 '석탄산업 장기계획'(2016~2020)을 발표하고 무연탄 공급이 주업무인 대한석탄공사의 기능을 조정해 석탄산업 테스트베드 역할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매년 수백억의 혈세가 투입되고 있지만 부채는 증가 중인 석탄공사의 조기 폐업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폐광·폐업에 따른 태백·정선 등 지역의 피해대책 로드맵을 동시에 수립해야 하고 대한석탄공사 직원들의 일자리 전환을 위한 별도의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론 악화도 걸림돌이다. 국내 14만 가구의 에너지 빈곤층을 버렸다고 비판받을 수 있어서다. 정부가 연탄 소비 감소를 위해 연탄값을 20% 가까이 올리면서 연탄쿠폰 지급액도 함께 높인 것도 이 같은 비판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빈곤층의 연탄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조상민 에너지경제연구원 신재생에너지연구팀 팀장은 "보통 연탄 사용 가구들은 주거 요건이 좋지 않아서 태양광·태양열·지열 등 설치·굴착이 필요한 대체 에너지는 적합하지 않다"며 "정부가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로 전기 이용권을 구입해 전기 난방으로 대체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빈곤층의 주거 환경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권석수 에너지산업진흥원 이사장은 "에너지 바우처 제도는 모든 에너지 빈곤층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임시방편일 뿐"이라며 "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서 에너지 빈곤 지역을 재개발해 도시가스가 들어갈 수 있는 가옥 구조로 바꾸는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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