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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中 화웨이는 왜 '공공의 적'이 됐나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유희석 기자, 강기준 기자,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김세관 기자 2018.12.18 06:30

[화웨이 보이콧](종합)

편집자주 |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찍히더니 지금은 전 세계 ‘공공의 적’이 된 중국 화웨이.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등에서 잇달아 퇴출위기다. 창업자 딸마저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공공의 적이 됐다는 것은 전 세계 공포의 대상이라는 것. 화웨이의 무엇이 전 세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은 15년 전부터 화웨이를 벼르고 있었다. 이유는?





[화웨이 보이콧] ① 美정부, "화웨이 배후에는 中정부"…中의 사이버전 무력화

미국 정부와 화웨이의 갈등은 처음에는 미중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삐져나온 한 사례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 '화웨이발(發) 사이버 신(新)냉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20세기 중반의 냉전과 비교하면 소련 대신 중국의 IT기업, 재래식 무기 대신 사이버 경쟁이다.

지난 7월 미국이 주도하는 영미권 첩보동맹인 '다섯 개의 눈'(Five Eyes·미·영·호주·캐나다·뉴질랜드) 5개국 정보 수장들이 모여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을 제한하기로 합의했다는 지난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화웨이를 고립시켜 중국의 사이버전 위협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은 화웨이를 15년 전부터 벼르고 있었다. 2003년 미 IT회사 시스코시스템스가 화웨이를 상대로 지재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당시 시스코는 화웨이가 자사 라우터, 스위치에 적용된 특허기술과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를 무단복제한 뒤 저가에 출시했다고 주장했다. 화웨이는 도용사실을 일부 인정하고 시스코도 고소를 취하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일본 경제전문지 닛케이아시안리뷰는 "미 연방수사국(FBI)이 수사에 나서는 등 (화웨이는) 이미 워싱턴 정가의 이목을 집중시킨 뒤였다"고 보도했다.

미 수사당국은 매년 고속 성장하는 화웨이의 배후에 중국 정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PLA) 장교 출신인 런정페이가 창업한 화웨이가 정부지원을 받으며 중국의 스파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 매출 수십조 원을 기록하면서도 증시에 상장하지 않아 지배구조가 폐쇄적이라는 점도 이 같은 의심을 증폭시켰다. 이 때문에 미 정부는 쓰리콤(3Com), 투와이어, 3리프 등 화웨이의 미 통신기업 인수 시도를 번번이 불허했다.

2012년부터는 미국의 '화웨이 보이콧'이 본격화했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당시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가 중국정부로부터 자유롭다는 주장을 신뢰할 수 없다"며 정부기관과 민간 기업에 화웨이 제품 사용중단을 권고했다. 하지만 미국 내 많은 통신사들이 저렴한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면서 미 정부의 우려는 커졌다. 이 때문에 2015년 9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사이버 첩보활동 행위를 근절하기로 합의했지만 제재가 뒷받침되지 않는 신사협정 수준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각국 정부와 민간 기업을 압박하며 '화웨이 퇴출'을 본격화했다. 지난 14일 로이터통신은 미 정부가 자국 내 3, 4위 통신업체인 T모바일과 스프린트 합병 승인 조건으로 화웨이 보이콧을 요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닛케이는 "(미국과 화웨이 간 갈등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고조됐고 이전 정권이 중국에 맞서는데 실패했다는 사실에 실망한 사람들은 다시 기대를 갖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화웨이가 중국 기술굴기의 상징이라는 점도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에도 나선 배경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 정부는 캐나다에 요청해 창업자 런정페이의 딸인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화웨이가 순식간에 통신장비 세계 1위, 스마트폰 세계 2위로 올라서면서 중국의 IT패권을 강화하고 있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유나 기자





미국 등 전 세계 '화웨이 보이콧' 세 가지 이유





[화웨이 보이콧]➁ 中의 5G 등 IT패권 저지, 사이버전쟁 위협 해소, 中 기술굴기 상징 무력화

중국 통신·전자 장비는 오랫동안 중국 정부의 간첩 행위나 사이버 공격에 활용된다는 의심을 받아 왔다. 이들 기업이 사실상 중국 정부의 통제 아래 놓여 있기 때문이었다. 화웨이가 대표적이다. 더욱이 화웨이는 세계 통신장비 1위, 스마트폰 2위 업체이자 중국 기업 최초의 세계 100대 브랜드로 중국의 첨단 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의 상징이다. 미국이 화웨이를 세계시장에서 퇴출하려는 세 가지 이유를 정리한다.



① 中의 5G등 IT패권 저지

화웨이를 거부하는 미국의 움직임 이면에는 중국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우려 이외에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견제와 차세대 통신망인 5G(5세대) 시장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자리한다는 분석도 있다. 5G는 4G(LTE) 통신보다 최소 10배, 최대 100배 빠르면서도 수많은 기기의 안정적인 접속이 가능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 교류가 필요한 사물인터넷(IoT)과 자율주행자동차,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이 때문에 기술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5G 기술 선점을 위해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왔다.

중국 통신업체들도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과 가격 경쟁력을 등에 업고 5G 경쟁력을 빠르게 키웠다. 지난해 스웨덴의 에릭슨, 핀란드의 노키아를 제치고 세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28%로 1위를 차지한 화웨이도 2009년부터 5G 투자를 시작했으며, 국제표준 제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로 성장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지난 1월 입수해 보도한 미 국가안보국(NSC) 문건에서는 "미국이 통신 인프라의 제조 및 운영에서 중국에 뒤지고 있다"면서 "결국 5G 시장을 이끄는 나라가 정보 영역에서 엄청난 이점을 얻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NSC 문건의 요지는 중국이 5G 시장을 선도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3월 중국계 반도체 회사인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막았다. 퀄컴은 스마트폰용 칩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3G와 4G는 물론 5G 개발에도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이 5G라는 새로운 기술의 고지(commanding heights)를 중국에 내줄 수 있다고 우려하는 가운데 화웨이 보이콧 사태가 벌어졌다"고 했다.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의 중국산 서버 스파이칩 내장 보도 모습. /사진=블룸버그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의 중국산 서버 스파이칩 내장 보도 모습. /사진=블룸버그
② 中의 사이버전쟁 위협 해소

화웨이 등의 중국 전자 장비가 실제로 중국 정부의 간첩 활동에 사용된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제품에서 잇달아 '백도어(사용자 몰래 정보를 빼내는 통로)'에 활용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미상의 부품이 발견되는 등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최근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화웨이와 ZTE 등 중국산 통신장비 제품을 정부 조달에서 배제하면서 "일부 제품에서 '불필요한 부품'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품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으나, 간첩활동에 사용되는 스파이칩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다만 중국을 자극하지는 않았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난 7일 "지금 단계에서 대처 상황에 대해 발언하고 싶지 않지만, 나라 전체의 사이버 보안의 향상을 위해 계속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대처하겠다"고 했다.

앞서 블룸버그 비즈니스 위크는 지난 10월 탐사 보도를 통해 대만계 서버 업체 슈퍼마이크로가 중국에서 만든 서버 제품에서 스파이 활동에 사용되는 반도체 부품이 내장됐다고 폭로했다. 슈퍼마이크로 고객사 중에 미국 전자상거래 1위 아마존, 세계 최대 전자업체 애플은 물론 미국과 영국의 정부 기관도 포함돼 충격을 줬다. 슈퍼마이크로는 강하게 부인하며 스파이칩이 설치되지 않았다는 제3자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의심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다만 증거도 없이 보안 우려를 이유로 가성비 좋은 화웨이 제품을 무조건 배척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국 IT시장조사업체 IDC의 니킬 바트라 통신담당 수석 연구원은 "화웨이를 빼면 5G 장비 공급이 가능한 회사는 에릭슨과 노키아밖에 없는데, 이는 경쟁을 제한하고 혁신을 늦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는 미국에서는 통신장비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면서 "이는 (다른 산업에도) 광범위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③ 중국 기술굴기의 상징 무력화

미국의 화웨이 제재는 중국의 첨단 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 공격의 일환이기도 하다. 세계 통신장비 1위, 스마트폰 2위 업체이자 중국 기업 최초로 세계 100대 브랜드로 성장한 화웨이를 중심으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ZTE와 달리 화웨이가 미국의 공격에 쉽게 굴복하지는 않으리라고 보인다. 화웨이가 중국 내에서 갖는 위치가 ZTE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출하량 기준 세계 2위의 스마트폰 제조사이기도 하다. 화웨이는 자국 시장은 물론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을 중심으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올리고 있다. 세계 50대 통신사 가운데 45곳에 스마트폰 공급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은 6036억위안(약 99조원)으로 한 해 전보다 16%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8% 늘어난 564억위안(약 9조2550억원)에 달했다.

화웨이는 앞서 미국의 제재로 폐업 직전까지 몰린 ZTE보다 정치적으로 더 중요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국제적인 컨설팅회사 유라시아그룹도 "화웨이는 5G 시대를 선도하려는 중국 전략의 핵심"이라며 "중국 지도자들은 화웨이에 ZTE 같은 제재가 내려지는 것을 기술전쟁에 버금가는 것으로 여길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를 제재하는 순간 미·중 간 기술전쟁이 벌어질 것이란 얘기다.

유희석 기자





"공산당 지령 받잖아"…화웨이 성장 미스터리




[화웨이 보이콧]③ 인민군 출신 창업자+정부 독점 계약으로 급성장 등 美 의심사는 성장사…매출 100조원 '비밀의 왕국' 화웨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오른쪽). /AFPBBNews=뉴스1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오른쪽). /AFPBBNews=뉴스1
중국 인민군 출신에 공산당원 이력을 가진 창업자. 게다가 어느 날 중국 정부와 독점 계약을 맺더니 급성장한 회사. 연 매출이 100조원을 넘지만 전 세계 어느 증시에도 상장하지 않아 비밀에 둘러싸인 왕국. 그런 회사가 전 세계 통신 네트워크를 장악한다면?

미국이 화웨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렇다. 2012년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중국 기업 화웨이와 ZTE에 대한 안보 문제 관련 보고서를 내고 "화웨이는 공산당으로부터 지령을 받아 기밀정보 수집, 첨단기술 절도 등 미국에 적대적 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화웨이가 '적'이자 '위협'이라는 얘기다.

화웨이의 성장사를 들여다보면 미국이 왜 공포심 어린 눈으로 화웨이를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인민군 통신장교였던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74)는 1984년 40세에 퇴역했다. 다른 회사에 잠시 몸담았던 그는 1987년 중국 선전에서 동업자 5명과 자금 2만1000위안(약 345만원), 야전침대 몇 개를 가지고 화웨이(華爲)를 창업했다. 사명부터 '중국을 위한다'는 뜻이다.

처음엔 보따리 무역상이나 다름없었다. 돈이 될 만한 것은 전부 수입해 팔다가 홍콩에서 유선 전화 교환기를 수입하면서 많은 돈을 벌기 시작했다. 이 자금으로 자체 통신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러다가 1993년 창업 6년 만에 군 통신 장비 공급권을 따내면서 급성장해 중국 '기술굴기'의 선봉장이 됐다. 30년이 지난 현재 화웨이는 지난해 연 매출 104조원, 직원 수 17만명이 넘는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2위 사업자가 됐다.

화웨이는 100% 민영기업이다. 런정페이가 지분 1.4%로 유일한 대주주이고 나머지 지분은 직원들이 나눠 갖고 있다. 하지만 지분 구조는 형식적이라는 지적이다. 미국은 런정페이의 이력과 더불어 순야팡 화웨이 이사장이 화웨이 입사 전 중국 국가안전부에서 활동했고, 입사 후엔 초고속 승진했다는 점 등을 들어 사실상 중국 정부가 화웨이를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뉴욕타임스(NYT)도 "런정페이의 인민군 이력으로 인해 미 정부 관계자들은 화웨이가 공산당과 연결돼 있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웨이의 기업 문화도 군대식이다. 기술 개발에 매년 연매출의 10% 이상을 투자하는 이 회사는 휴가도 반납하고 야전 침대에서 먹고 자고 연구한다. 직원들은 이를 '텐트 문화'라고 부른다. 런정페이는 직원들에게 복종과 헌신을 요구한다. 이 결과 특허만 7만4000여건을 등록해 삼성전자보다 통신 관련 특허가 3배 이상 많다. 이제는 삼성전자에 특허 침해 소송도 내는 거물이 됐다.

화웨이를 대표하는 또 다른 기업문화는 '늑대 문화'. 런정페이는 "늑대와 같은 예민한 후각, 불굴의 의지, 협업정신이 있어야 기업이 성장한다"고 말한다. 시대의 흐름을 늑대처럼 예민한 후각으로 맡아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자는 얘기다. 한번 타깃이 정해지면 늑대 무리처럼 우르르 몰려들어 공략하자는 뜻도 있다. 하지만 늑대처럼 성장했던 화웨이는 전 세계 국가에 물려 뜯기는 신세가 됐다.

강기준 기자





美 '중국 기술 굴기' 정조준, 中 화웨이 운명은





[화웨이 보이콧]④ "기술력 등 탁월, ZTE와는 다르다" 평가…미국이 화웨이 자체를 타깃으로 삼을 경우 타격 불가피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자존심'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하던 세계 통신장비 업계 1위 기업 화웨이의 미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이란 제재 위반, 정보 유출 우려 등을 이유로 미국의 집중적인 견제가 시작되면서다. 앞서 미국의 제재로 파산 위기까지 갔던 ZTE 처럼 될 수 있다는 비관론과 규모와 기술력 등에서 경쟁력을 갖춰 ZTE와 같은 위기는 겪지 않은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린다.

◇美, 中 '기술 굴기' 핵심 화웨이 정조준= 17일 외신 등에 따르면 화웨이에 이은 중국 2위 통신장비업체 ZTE는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지난 6월 제재가 해제되기 전까지 약 두 달간 순이익이 65% 급락하고, 부품 수급이 막혀 공장 가동을 멈추는 등 폐업 위기에 처했다. 최종적으로 14억 달러의 벌금을 내고, 미국 측 준법감시인을 두는 데 합의하고서야 간신히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화웨이 창업주의 딸이자 유력한 후계자인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되면서 화웨이도 비슷한 운명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공세가 간단치 않다. 미국 정부는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기 훨씬 전인 지난 2012년부터 '국가 안보위협'을 이유로 화웨이 통신장비 거래를 금지해왔다. 화웨이 장비를 쓰면 군사기밀 등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에는 동맹국들에게도 화웨이 사용금지를 요청해왔고, 지난 8월부터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이 이에 동참했다. '화웨이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할 경우 제품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다른 시장에서도 고전할 가능성이 있다. ZTE처럼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될 경우 부품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화웨이가 올해 구매하는 미국산 부품만 총 100억달러(약 11조3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화웨이가 중국 '기술 굴기'를 선도하고 있는 것도 미국을 자극하는 대목이다. 화웨이는 통신장비와 휴대폰에 국한하지 않고 미래 핵심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5세대 이동통신(5G)을 필두로, 반도체,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시장에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미래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불리는 5G의 경우 이미 전 세계 10여개 도시에서 상용화를 끝낸 상태다. 중국의 기술 굴기를 막기 위해서라도 화웨이의 기세를 꺾어놓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기술의 화웨이…"ZTE와 다를 것"= 화웨이가 ZTE와는 다를 것으로 보는 쪽은 기업 경쟁력을 든다. 정보제공업체 IHS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화웨이는 22%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다. 2위 핀란드의 노키아(13%), 3위 스웨덴의 에릭슨(11%)을 합친 것과 비슷한 점유율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애플을 제치고 올해 2분기와 3분기 연속 글로벌 점유율 2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만을 앞에두고 있다. 무엇보다 기술력이 뛰어나다. 국제특허출원 세계 1위 기업이고, R&D 비중이 매출액 대비 15%에 이른다. 그만큼 기술 자립도가 높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ZTE의 경우 통신장비 등에 들어가는 부품의 25∼30%를 인텔, 마이크론 등 미국에서 조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화웨이는 최대 부품 조달처가 세계 1위의 전자기기 위탁생산업체인 대만의 '폭스콘'이다. 화웨이도 부품조달의 25%가량을 미국에 의존하지만 중국 배터리 제조업체 BYD,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 TSMC 등 중국 기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실제 화웨이의 부품 조달 창구는 미국 외에도 중국(41%), 대만(9%), 한국(7%), 일본(3%) 등으로 다변화돼 있다. 화웨이의 반도체 부문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핵심 모바일 칩 ‘기린’ 개발에 성공하는 등 핵심 칩 공급을 미 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ZTE와는 다르다는 평가다. 화웨이가 중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할 때 중국 정부도 더욱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 공산이 크다.

통신장비 업계 관계자는 "신흥국가들에선 가격 경쟁력 등에서 앞선 화웨이 제품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면서 "미국과 일본 등 일부 동맹 국가들이 화웨이 제품을 보이콧 하더라도 ZTE처럼 생존 위기까지 몰릴 우려는 적다고 본다"고 말했다

◇협상전략이냐, 타깃이냐에 운명 갈릴 듯= 결국 미국이 화웨이를 큰 틀의 무역협상 타결을 위한 협상 전략으로 활용하느냐 그 자체를 타깃으로 하느냐에 따라 화웨이의 운명이 갈릴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다. 화웨이를 꺾어놓는 것 자체가 목표라면 자체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미국 기업들과의 거래 금지, 동맹국가들을 동원한 제품 보이콧 등 강공책을 총동원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라틴 아메리카나 아프리카 등 신흥 국가를 중심으로 계속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미국이 그들의 동맹국들로 하여금 화웨이 제품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지 않을 경우에 한해 그렇다"고 말했다.

진상현 기자





美中 무역전쟁 포로가 된 '화웨이 후계자'





[화웨이 보이콧]⑤ 멍 부회장은 화웨이 2인자…미중 무역전쟁 협상카드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AFPBBNews=뉴스1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AFPBBNews=뉴스1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의 핵심으로 떠오른 인물이 있다. 바로 멍완저우(孟晩舟) 화웨이 부회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지난 1일(현지시간) 캐나다에서 미국 요청에 따라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된 이후 미국의 화웨이 견제를 넘어 미중 무역전쟁의 협상카드가 되고 있다.

멍 부회장 체포는 사실상 화웨이에 대한 공격이다. 멍 부회장이 화웨이 창업자인 런정페이(任正非)의 딸로 '0순위' 후계자이자 현재 실질적 2인자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수년간 통신시장에서 화웨이를 견제해오던 미 정부가 보이콧(불매)이라는 우회적인 방식이 아닌 직접적인 제재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화웨이 고위 관계자를 첩보행위를 비롯한 안보 범죄 혐의로 형사 고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이럴 때 검찰은 금융 사기 등 보다 일반적인 혐의점을 찾는다. (마피아 두목) 알카포네를 세금 탈루 혐의로 체포한 것과 비슷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관련국은 모두 무역전쟁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 지난 6일 체포 사실이 알려진 다음날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멍 부회장 체포와 무역협상을 연관 짓지 말아 달라"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도 "정치적 개입 없이 사법당국이 독립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튿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이번 사건은 미중 무역분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현지 매체들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체포 사실을 사전 보고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6일 미 공영라디오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미 법무부를 통해 (멍 부회장) 체포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서도 "모든 일을 일일이 대통령에게 보고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체포 당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미중 무역회담장에 들어서기 전에 내용을 보고받았으나 협상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이를 묵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11일 트럼프 대통령이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사상 최대의 무역협상을 위한 일이라면 필요할 경우 (멍 부회장 사태에) 개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멍 부회장 체포 건을 무역전쟁과 분리하기 어렵게 됐다. 멍 부회장의 거취도 한층 더 불분명해졌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관세 휴전협정이 종료되는 내년 3월 말까지 멍 부회장의 신병을 구속하는 것이 협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캐나다 법원은 1000만캐나다달러(약 84억원)에 멍 부회장의 보석을 승인했지만 내년 2월 6일 미국 인도 여부를 결정하는 심리가 남아있다. 만약 부회장이 미국으로 송환될 경우 최장 30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중국에서 멍 부회장에 대해 '무역전쟁의 희생양'이라는 동정 여론이 높아지는 이유다.

구유나 기자





'나홀로 화웨이' LG유플러스, 속사정 있나





[화웨이 보이콧]⑥ 美·中 화웨이 갈등으로 韓 통신장비 도입 이슈 부상···LG의 中 사업 고려 의견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일본·유럽 등지로 중국 '화웨이' 불매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미 화웨이 5G(5세대 이동통신) 장비를 도입한 LG유플러스 (17,350원 350 +2.1%)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국내 이동통신사 중 유일하게 화웨이와 손잡고 이달 1일부터 5G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통사들이 발주하기 전부터 화웨이에 대한 국민 정서는 좋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화웨이 보안 이슈가 불거진 상황에서 굳이 우리가 장비를 선제 도입할 필요가 있냐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 기업들에 대한 반감도 작용했다. 심지어 화웨이 장비를 도입한 통신사를 불매 운동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때 화웨이 장비도입을 검토했던 SK텔레콤 (269,500원 1000 +0.4%), KT (29,300원 100 +0.3%) 등이 최종 협상대상 리스트에서 화웨이를 뺀 것도 이같은 국민 정서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LG유플러스는 왜 화웨이와 손잡아야 했을까. 또 계약을 철회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표면적 이유는 '연동'과 '가성비'= LG유플러스는 중국 화웨이 5G 장비 도입이 불가피했던 이유로 기존 4G LTE(롱텀에볼루션) 서비스와의 연동 및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꼽는다.

5G 초기 상용 서비스는 LTE 네트워크와 5G 네트워크를 혼용해 사용하는 NSA(논스탠드얼론) 방식으로 운용된다. 때문에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선 LTE 기지국과의 연동이 중요하다. LG유플러스는 2013년부터 이통 3사 중 유일하게 화웨이와 계약을 맺고 4G LTE 장비를 도입해 쓰고 있다.

화웨이 5G 장비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면에서도 경쟁사들을 압도한다. 화웨이 장비를 걷고 다른 장비로 대체할 경우 경쟁사 투자비용에 비해 더 든다. 반면 화웨이 장비를 선택하면 비용은 경쟁사 대비 곱절 이상 줄일 수 있다.

◇LG 주요 계열사들의 中과 관계 고려 의견도= 업계에선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속사정은 따로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LG 그룹 입장에선 중국과 화웨이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디스플레이와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LG디스플레이의 중국 매출은 약 18조원. 전체 매출의 65% 가량을 중국에서 번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중국 광저우 OLED 합작 법인을 통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급도 늘릴 예정이다.

LG화학은 내년 10월 양산을 목표로 중국 난징에 배터리 공장도 짓고 있다. 화웨이는 중국 최선두 전자제품 제조기업이자 부품 수요기업이다. LG유플러스가 만약 화웨이와의 협력 관계를 중단할 경우 이로 인한 잠재적 피해가 화웨이 통신장비 수입 물량의 수배~수십배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수 업종에서 국제 무대로 뛰어든 SK, KT와 달리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해온 LG그룹의 입장은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화웨이에 대한 국민적 정서에도 불구하고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했던 건 중장기적인 이해관계를 따진 LG그룹의 전략적 판단 아니겠냐"는 조심스러운 분석을 내놨다.

김세관 기자





화웨이 韓 시장 공략 어디까지?…모바일·은행망·지하철까지 진출





[화웨이 보이콧]⑦ 2007년 정식 설립된 '한국화웨이기술' 법인이 국내 진출 교두보

화웨이 노바라이트2/사진제공=화웨이화웨이 노바라이트2/사진제공=화웨이
중국 화웨이의 국내 진출은 단순히 우리가 사용하는 이동통신 장비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은행통신망과 지하철 통신망 장비등 다양한 제품 영역에서 시나브로 한국 시장에 발을 넓히고 있다.

화웨이가 국내 시장에 정식 진출한 건 2002년. 당시 3명의 직원을 둔 사무소를 운영했다. 이후 2007년 국내 법인(한국화웨이기술유한공사)를 정식 설립했다. 현재 약 200여명의 직원이 국내에 근무 중이며 75% 가량이 국내에서 채용됐다.

화웨이 한국 사업은 영역은 이동통신 기지국 장비만 있는 게 아니다. 최근 우리 정부의 자급제폰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스마트폰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0월 KT를 통해 출고가 33만원짜리 스마트폰 '비와이폰3(Be Y 3)'을 출시한 데 이어 8월엔 25만짜리 '노바라이트2'를 국내 시장에 내놨다. 국내 시장에 내놓는 첫번째 화웨이 공식 자급폰이다. 화웨이는 2014년 10월 처음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두드렸다. 2016년 12월엔 LG유플러스를 통해 플래그십 스마트폰 'P9'과 'P9플러스'를 출시했다. 삼성전자-애플로 고착된 국내 스마트폰 시장 수요와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겹치면서 국내 시장 성적표는 낙제점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근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산 스마트폰의 가성비(가격대비성능)가 주목을 받으면서 시장 재공략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화웨이는 홍대에 직영 사후서비스(AS)센터 레모델링을 마무리하고 AS망을 전국 66개까지 확대했다. 화웨이의 AS망 확대 구축은 국내 단말 시장 진입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서버·장비 시장 공략도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권과 통신업계에 따르면, HN농협은행이 KT와 손잡고 조만간 전국 849개 지점과 본점을 연결하는 차세대 통신망 구축계약을 체결할 예정인데, 여기에 공급되는 주요 장비가 화웨이다.

서울지하철의 전송망에도 화웨이 장비가 도입됐다. 1~4호선과 7~8호선 구간의 유선 광전송장비다. 이동통신 장비보다 심각하진 않겠지만 이들 장비에 대한 보안 우려도 없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에선 현재 세계적인 화웨이 보이콧 움직임으로 화웨이의 국내 시장 영업에도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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