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줬다 뺏는 마일리지" 이대로 좋은가요?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2018.12.1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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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공든 탑, 마일리지]<1>항공 마일리지 10년만에 소멸…제한된 사용처·유효기간 소비자 불만

편집자주 내년부터 항공사 마일리지 소멸이 시작되면서 소비자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사용처는 제한적인데 유효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줬다 뺏는다”는게 불만의 요지다. 기업들이 ‘단골고객’ 확보를 위해 활용하는 마일리지·포인트에 유효기간을 두는 이유가 뭔지, 각 업권별 운영실태는 어떤지 살펴봤다.

[MT리포트]"줬다 뺏는 마일리지" 이대로 좋은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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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 쓰지도 못하게 해놓고 쓰지 않으면 소멸시킨다고?” “마일리지 항공권이 없다고 해서 돈 내고 탔더니 자리가 텅텅 비었더라.” “국적기 말고 외국 항공사 이용하는 게 낫다. 마일리지 더 많이 차감되지만 이용 가능 좌석이 훨씬 많다.”

내년 1월1일부터 항공 마일리지가 소멸된다. 유효기간 10년 만료에 따른 ‘예상됐던’ 소멸인데도 소비자들의 불만이 쏟아진다. 마일리지로 예약할 수 있는 항공권 좌석이 많지 않아 마일리지 항공권은 ‘하늘의 별 따기’인데 10년 지났다고 항공사 마음대로 “줬다 뺏냐”는 비판이 주를 이룬다.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 항공사 약관에 부당한 점이 있는지 들여다보기로 했다.



마일리지 소멸문제는 비단 항공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서비스나 상품의 이용실적에 따라 보너스점수를 주는 ‘마일리지 제도’는 기업들이 ‘단골고객’ 확보를 위해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한다. 마일리지 제도는 항공사가 먼저 시작해 신용카드, 이동통신사, 백화점·마트 등 유통회사, 주유소 등으로 점차 확산했다. 항공사들은 비행거리를 나타내는 마일리지로 적립해주지만 통신사, 카드사, 유통회사 등은 포인트로 쌓아준다. 마일리지든 포인트든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제한된 사용처와 짧은 유효기간으로 기업과 소비자간 마찰이 끊이지 않는다.

항공사 마일리지는 유효기간이 10~12년으로 가장 길다. 원래 국내 항공사 마일리지는 유효기간이 없었다가 2008년 도입해 내년 1월1일 처음으로 소멸되기 시작한다. 신용카드 포인트는 결제금액에 연동해 적립되는데 카드 유효기간인 5년이 지나면 사라진다. 통신사는 마일리지, 포인트 2개 제도가 있는데 유효기간이 각각 7년, 1년이다. 멤버십포인트 제도를 운용하는 유통사들은 2~5년의 유효기간을 적용한다. 주유소 포인트는 5년간 쓰지 않으면 사라진다.



항공사 마일리지는 유효기간이 가장 긴 데도 소비자 불만은 가장 많다. 사용처가 지나치게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은 전체 좌석 가운데 한 자릿수 이하로 마일리지 사용을 제한하거나 성수기에는 아예 마일리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다. 대부분 연간 비행기 이용횟수가 많지 않다는 점도 마일리지 소진율에 영향을 줬다. 이로 인해 내년에 소멸되는 항공 마일리지는 전체의 30%인 80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제휴서비스·제품을 구매할 때 주로 사용하는 통신사 포인트는 사용처는 다양하나 유효기간이 1년밖에 안돼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다. 통신사 마일리지는 정액 요금제가 아닌 2G(세대)·3G 종량요금제(사용실적에 따라 요금부과)에만 적용되는데 이용자가 대부분 고령층이라 마일리지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통신사 포인트와 마일리지는 연평균 350억원가량 소멸된다.

반면 주유소 포인트나 마트·백화점 포인트는 가장 빈번히 사용된다. 백화점과 마트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많고 특별한 제한 없이 바로 쓸 수 있어 소진율이 90% 넘는다.


카드 포인트의 경우 연간 3조원 넘게 신규로 적립돼 매년 2조6000억원가량 쓰인다. 적립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5년의 유효기간이 지나 소멸되는 포인트가 매년 1000억원 이상이다. 카드사 소관부처인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1포인트라도 모두 현금으로 전환하도록 제도를 개선해 포인트 소진율은 내년부터 크게 올라갈 전망이다. 마일리지나 포인트를 제한 없이 100%로 현금으로 전환해 은행계좌에 입금해주는 업종은 카드사가 유일하다.

기업들이 “줬다 뺏는다”는 비판을 감수하고도 최소 1년에서 최장 12년의 유효기간을 두는 이유는 회계상 마일리지와 포인트가 부채로 잡히기 때문이다. 사용하지 않은 마일리지가 쌓이면 쌓일수록 기업의 부채도 불어난다. 카드사는 부채규모에 따라 충당금도 쌓아야 한다. 부채비율을 개선하기 위해선 유효기간을 둘 수밖에 없다는 게 기업의 입장이다. 반면 소멸되는 마일리지와 포인트는 기업의 수익으로 잡힌다.

마일리지나 포인트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커지자 정부 소관부처나 공정위가 나서 사용처 확대를 주문하거나 약관 불공정 여부를 조사 중이다. 현재 가장 모범적으로 포인트 제도를 운용하는 곳은 카드사다. 카드 포인트는 올 하반기부터 100% 현금화가 가능한 데다 유효기간이 지나 소멸되는 포인트 일부는 공직재단에 넘겨 서민이나 취약계층 지원 재원으로 쓰인다. 다만 마일리지·포인트 제도는 기업의 주요 마케팅 수단인 만큼 업계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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