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이승현 디자이너
신도시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주택가격 안정에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는 반면, 투기심리를 부추겨 집값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는 비판도 있다. 1기와 2기 신도시 모두 급하게 정책을 추진한 탓에 자족기능과 광역교통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반쪽짜리 도시'란 지적을 받는다.
1980년대 후반은 유례없는 집값 급등기였다. 경상수지 흑자와 경기 호황으로 유동성은 크게 늘었지만 주택보급률은 60%대에 머물러 주택수요가 폭증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값은 1988년 18.5%, 1989년 18.8% 상승한 이후 1990년에는 37.6% 급등했다.
2000년대 들어 집값은 다시 요동쳤다. IMF체제 조기 졸업으로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주택수요가 늘고, 전 세계적인 유동성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참여정부는 투기과열지구 및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강력한 수요 억제책과 함께 판교, 동탄, 김포, 파주 등에 2기 신도시 건설에 나섰다.
결과론적으로 집값이 잡혔지만 정책 효과 보다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영향에 기인했다. 주택시장이 침체되는 와중에 2기 신도시 주택공급이 쏟아져 파주운정과 김포한강 등은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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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없고 출퇴근 불편…'주거 양극화 원흉' 지적도
신도시 정책은 집값 안정이란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부정적 평가도 상당하다. 대표적인 부정적 평가가 자족기능 없는 '반쪽짜리 도시'라는 지적이다. 1기 신도시는 주택 수요분산에 집중하다 보니 단순히 잠만 자는 '베드타운'으로만 기능했다.
2기 신도시는 판교 테크노벨리,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등으로 자족기능을 일부 보완했으나 일자리 부족 문제는 여전했다. 광역교통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주민들의 거주만족도를 떨어트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과도한 토지보상금이 주변 집값을 자극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수도권에 2기 신도시 7곳 조성 과정에서 보상비 31조2000억원가량이 시장에 풀렸다. 판교 토지보상금 2조5189억원 중에는 서울 강남과 분당 거주자들이 전체의 57%인 1조4567억원을 가져갔다. 토지보상금이 부동산 투자금으로 재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신도시 건설로 매년 수십만 가구의 주택을 쏟아냈지만 지난해 서울의 자가거주비율은 42.9%로 2006년 44.6%보다도 하락했다. 이 기간 동안 주택소유 상위 1%의 1인당 평균 주택 수는 2007년 3.2채에서 2016년 6.5채로 2배 이상 늘었다. 신도시 건설이 주택시장 안정보다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신도시 건설에 매달리기 보다는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에서 주택공급을 늘리는 것도 병행해야 한다"며 "청약제도는 가점에 소득기준을 추가하는 등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해 불균형을 해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