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거침없이 "SELL"…외국계 리포트 파워 비결은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8.08.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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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흔드는 외국계 리포트]①파워풀한 시장 장악력…글로벌 네트워크 기반으로 자금 흐름 좌우

편집자주 시가총액 규모로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한 한국 증시. 하지만 외국인 투자자가 사면 오르고, 팔면 떨어지는 천수답 신세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외 자본의 첨병인 외국계 증권사가 '매도' 보고서라도 하나 내면 여지없이 시장이 취청거린다. 거침없이 "SELL"을 외치는 외국계 증권사, 그들의 파워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왜 국내 증권사는 '매도' 의견을 주저하는 걸까?

지난 6일 모간스탠리는 SK하이닉스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비중축소'로 변경했다. 그 충격에 SK하이닉스는 당일 4.68% 하락했다. 이틀 뒤인 8일,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가 나란히 반도체 업종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주의'로 바꿔 다시 한 번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날 SK하이닉스 3.72%, 삼성전자 3.20%,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각각 5.74%, 6.56% 급락했다. 외국계 리포트 쇼크에 20일까지 삼성전자는 연일 52주 신저가 행진을 이어갔다.

[MT리포트]거침없이 "SELL"…외국계 리포트 파워 비결은


모간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의 거침없는 한국 주식 '매도' 의견이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막강한 글로벌 네크워크와 결합된 외국계 증권사의 세일즈 파워는 외국계 자금의 흐름을 좌우하며 국내 증권사에 견줄 수 없는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계 IB 모간스탠리의 삼성전자 및 IT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 하향은 지난해 말부터 한국 증시의 방향성을 바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외국계증권사의 글로벌 세일즈 역량과 매도 의견을 꺼리는 한국 자본시장 문화가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의 국내 시장 영향력을 강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팔아라" 전 세계 동시다발 세일즈=외국계 증권사 리포트가 한국 증시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배경에는 글로벌 투자은행이 보유한 세일즈 역량이 존재한다.



모간스탠리, JP모간, CLSA, UBS, 크레디트스위스 등 외국계 증권사는 '오늘의 리포트(Today's Report)'라고 불리는 세일즈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오늘의 리포트란 전 세계 각국에 포진한 리서치센터에서 당일 발간된 수십, 수백 여 개의 보고서 중 가장 의미 있는 리포트를 선택해 집중 세일즈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모간스탠리가 지난 6일 한국 리서치에서 발간된 SK하이닉스 (177,800원 ▲7,200 +4.22%) 리포트를 '오늘의 리포트'로 선정했다면 전 세계 모간스탠리 지점에서 일하는 브로커들은 각국 기관투자자에 이 보고서를 집중적으로 배포하며 세일즈에 나선다. 공신력 높은 모간스탠리가 전 세계 연기금·공제회·헤지펀드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리포트 세일즈에 나서 글로벌 자금이 움직이는 것이다.

실제로 6일 모간스탠리 창구에서는 SK하이닉스 매물이 100만주 출회됐고 주가는 4.68% 급락했다. 모간스탠리 리포트를 신뢰해 SK하이닉스 매도 주문을 낸 외국인 투자자가 많았던 것이다.


즉 글로벌 투자은행은 리서치센터가 영향력이 막강한 리포트로 '콜(call)' 하고, 이 리포트가 글로벌 세일즈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각국 펀드매니저에게 영향을 미쳐 국내 증권사와 차별화된 힘을 떨치게 된 것이다.

[MT리포트]거침없이 "SELL"…외국계 리포트 파워 비결은
◇거침없이 "팔아라"…숏(Short) 전략서 차별화=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대부분 롱(매수) 전략에 치우친 것도 파급력을 강화시키고 있다. 매수 의견 일색인 상황에서 어쩌다 나타나는 매도 보고서에 시장 관심이 집중되는 것이다.

공매도 논란이 많은 셀트리온 (176,600원 ▼800 -0.45%) 투자의견을 비교할 경우 외국계와 국내 증권사의 투자의견 차이는 극명했다. 셀트리온을 분석 중인 국내 12개 증권사 중 11개가 '매수' 의견을 내고 있고 1개(KB증권)만 투자의견 '중립'을 제시했다. 반면 외국계의 경우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크레디트스위스, 노무라가 모두 '매도' 또는 '비중축소' 의견이고, JP모간만 '중립' 의견이다.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국내 증권사가 과감하게 매도 보고서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계 증권사에서 매도 리포트가 나오면 기관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게 사실"이라며 "과감한 매도 보고서가 나올 경우 시장이 호기심을 가지고 대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외국계에서 매도 리포트가 나오면 주가가 하락할 거라고 예상하는 국내 투자자의 학습 효과도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 외국계 애널리스트라고 해서 전망이 반드시 맞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영향력이 크다는 점 때문에 펀드매니저는 물론 개인 투자자까지 추종매매에 나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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