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카드 수수료 0%, 밴사·PG사도 후폭풍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8.08.14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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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수수료 0% 가능할까]<4>수수료 인하시 비용절감 위해 밴사 업무 축소 불가피

편집자주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0%로 낮추자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가 주도하는 서울페이도 은행과 결제플랫폼 사업자가 이익을 포기해 소상공인 수수료 0%를 실현하는데 카드사도 양보하라는 논리다, 카드사들은 카드 수수료 사업이 이미 적자라며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카드사들의 주장이 엄살인지 사실인지 분석해봤다.

[MT리포트]카드 수수료 0%, 밴사·PG사도 후폭풍


카드 가맹점 수수료가 인하되면 카드사뿐만 아니라 가맹점 관리와 결제 중개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밴(VAN)사도 후폭풍을 피할 수 없다. 영세·중소 가맹점 수수료가 0%가 되면 카드사들로선 밴사에 지급하는 밴수수료를 깎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가 더 낮아지면 카드사들은 지금보다 더 비용 절감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밴수수료 가 첫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밴사는 결제 전산망 관리, 결제 승인, 전표 매입 및 수거 등에 대한 대가로 카드사로부터 카드 결제액의 평균 0.22%가량을 수수료로 받는다. 표면적으로 카드 수수료가 낮아져도 카드 결제액이 줄지 않는 한 밴사 수익엔 영향이 없는 구조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밴사에 맡기는 업무를 줄여 밴수수료를 절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전표 매입 및 수거 업무가 대표적이다. 전자전표가 주를 이루면서 종이전표를 수거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카드를 비롯한 카드사들은 지난해 IT(정보기술)업체 케이알시스에 전체 가맹점의 전표 매입 업무를 위탁하려 추진하다 밴사 반발에 부딪혀 중단했다. 이 결과 신한카드가 케이알시스에 전표 매입 업무를 맡긴 가맹점은 현재 9%에 그친다.

밴수수료 중 전표 매입에 드는 비용은 정액 기준으로 건당 18원 정도인데 케이알시스를 이용하면 이 비용이 5~6원 수준으로 급감한다. 카드 수수료가 더 낮아지면 카드사들은 다시 케이알시스에 전표 매입 위탁계약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케이알시스와 전표 매입 위탁계약 확대를 당분간 보류한 것이지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아니”라며 “카드 수수료가 더 낮아지면 재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이 카드 수수료 인하를 이유로 밴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수도 있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카드사가 당장 손실이 나는데 밴수수료를 그대로 유지하긴 어렵다”며 “밴사도 카드 수수료 인하율만큼 밴수수료를 깎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상에서 카드 결제를 중개하는 PG(전자결제 대행)사 역시 수익성에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PG사는 관리하는 온라인 사업자에게 카드 수수료를 받아 카드사에 전달하면서 중개 수수료를 취하는 만큼 카드 수수료가 인하돼도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

하지만 카드 수수료와 함께 PG사의 결제 중개 수수료까지 낮춰야 한다는 압박이 고조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PG사가 온라인 가맹점에서 받는 결제 중개 수수료도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PG사 역시 수익이 급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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