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뉴스1
강씨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다. 종교적 이유는 아니다. 징병제라는 국가의 군대운용 체제에 대한 거부감과 개인적인 신념 등이 난민 신청을 택한 이유다. 3년 전 친구가 군대에서 총기 사고로 숨진 일이 계기가 됐다. 상명하복의 군대 조직 문화 자체에 거부감도 컸다.
학창시절 겪은 소위 군대 문화에도 환멸을 느꼈다. 예술을 전공한 강씨는 "대학에 다닐 때 군대 조직처럼 선배에게 무조건 복종해야 했다"며 "나이와 상관없이 무조건 학번 순이었고 군기 잡는다고 집합도 하곤 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결국 대학을 중퇴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대한민국 출신 난민과 난민 신청자는 2017년 말 기준 631명이다. 2016년 말(526명)에 비해 105명 더 늘었다. 북한 출신 난민과 난민 신청자는 1766명으로 집계됐다.
다만 시민단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가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안악희 '징병제폐지시민모임' 서울지부장은 "매년 난민 신청을 준비하거나 문의하는 사람은 20~30명, 실제로 난민 신청하러 해외로 나간 사람은 5~6명 정도"라고 말했다.
이용석 시민단체 '전쟁 없는 세상' 간사도 "한 달에 2~3명, 1년에 20여명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난민 신청 관련 상담을 하러 온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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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들은 이들이 난민 신청에 나서는 가장 큰 이유로 한국의 군사 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꼽는다.
안 지부장은 "합의 없이 국가가 강제로 의무를 지우는 징병제를 따를 수 없다는 등 개인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고생하더라도, 조국을 버리더라도 외국으로 나가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청년들이 망명을 떠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대체복무제 도입, 나아가 모병제로 바꾸기 위한 로드맵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간사는 "대체복무제 도입이 시급하다"며 "감옥행이나 망명을 선택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개인적 신념을 지키면서도 사회 공동체에 기여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