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 유지 따른 가족장에도…구본무 회장 빈소 애도물결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2018.05.2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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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방미 문대통령 조화 보내 조의 전해…재계서도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 조문

20일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구본무 LG 회장 빈소에서 장남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제공=LG20일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구본무 LG 회장 빈소에서 장남인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제공=LG


재계 큰 별은 생전 성품대로 정갈하게 자신의 유명(幽明)을 준비한 듯했다. 20일 서울대병원에 차려진 구본무 LG그룹 회장(73)의 빈소 분위기는 정중동이다. 격식을 멀리하고 의전을 따지지 않은 품성대로 요란하지 않은 장례를 준비시킨 것으로 보인다.

유족들은 구 회장의 장례를 '3일 가족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재계에선 '회사장'을 예상했지만 유족들이 구 회장의 유지를 존중해 비공개 가족장을 결정했다고 LG그룹은 밝혔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 외에 LG전자나 LG화학 등 계열사에도 별도 분향소를 마련하지 않기로 했다. 계열분리한 LS, LIG, GS그룹 등 범LG 일가 외에는 조문이나 조화도 받지 않기로 했다.

구 회장은 생전 자녀들의 결혼식도 가족만 모여 조촐하게 치른 것으로 유명했다. 2006년 큰딸 구연경씨(40)와 2009년 장남 구광모씨(40)의 결혼식에 가까운 친인척만 참석했다. 외부 출장이나 공식행사에서도 비서 1명만 수행했다. 주말 일정은 혼자 다닐 정도로 의전이나 격식을 따지지 않았다.



1년여에 걸친 투병 과정에서도 구 회장은 줄곧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LG그룹은 "구 회장이 이날 오전 9시52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면에 들었다"고 밝혔다.

간소함을 좇았던 고인의 뜻과는 별개로 한국 경제의 현대사를 일구는 데 일조한 구 회장의 타계 소식에 이날 각계에서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구 회장의 빈소에 조화를 보내 조의를 표했다. 미국 순방길에 나설 예정인 문 대통령을 대신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조문할 예정이라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재계와 법조계에서도 사돈기업이기도 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이 빈소를 찾았다. 범LG 일가 기업으로는 구 회장의 부친인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동생들인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구자극 엑사이엔씨 회장 등이 빈소를 조문했다. 가족 이외에 일부는 고인의 유지와는 상관없이 조문을 위해 빈소를 찾기도 했다.

경제계에선 잇따라 애도문을 내고 고인을 애도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계는 구본무 회장의 타계를 가슴 깊이 애도하며 한국경제의 번영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구 회장은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 지역의 농촌자립을 돕고 인재를 양성하는 한편 의료지원도 아끼지 않은 우리 사회의 큰 어른"이라며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구 회장은 노사(勞使)를 넘어서 노경(勞經)이라는 신(新)노사문화를 바탕으로 정도경영을 추구했다"며 "가치창조의 노사관계를 구현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평소 야구를 사랑했던 구본무 회장을 기리는 뜻에서 이날 잠실경기장 LG 응원석에선 응원전을 자제하며 고인을 추모하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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