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포스트 평창, 남북관계 어떻게... 북한 행보는?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8.02.22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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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평창 애프터]②한미군사훈련 해도 北 고강도 도발 자제할 듯…북미대화 성사, 美 의중에 달려

편집자주 '하나된 열정'으로 세계인의 가슴을 울린 2018 평창올림픽이 3일후인 25일 막을 내린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성사시킨 '평화올림픽'이지만, 그만큼 '평창 이후'에 기다리고 있는 숙제의 무게도 크다. 스포츠를 넘어 '평창'이 우리 사회에 던지게 될 울림을 짚어본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스위스의 1차전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10일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B조 조별리그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스위스의 1차전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스1


남북 평화무드를 꽃피운 평창 동계올림픽이 종반부를 향해 달려가는 가운데, 북한이 '포스트 평창' 국면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4월 한미군사훈련 변수에도 북한은 당분간 남북관계를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간에는 직접 핵협상보단 대화의 물꼬를 틀기 위한 '예비대화' 가능성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지난 1월1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북한 참가 의향을 밝힌 이래 남북은 두 달여간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며 그간 단절된 관계를 급속도로 회복해왔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평양에 방문할 것을 공식 초청하면서 3차 남북정상회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북한의 이 같은 '평화 공세'는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12일 북한 고위급 대표단으로부터 방남 결과를 보고받고,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 발전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해당 부문에서 실무적 대책을 세울 것과 관련한 '강령적 지시'를 했다. 또 북측 대표단을 환대한 것과 관련, 우리 정부에 사의를 표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의 '강령적 지시'는 북한 헌법보다 높은 것으로 전략적 변화를 의미한다"며 "돌발변수가 없는 한 앞으로 김정은은 남북관계를 당혹스러울 정도로 확대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북한은 미국과는 평화체제를 위한 군축대화를 하겠다는 노선인데 미국과 입장차가 크니 남북관계를 최대한 개선해 미국의 대북제재·압박, 군사적 공격 위협을 이완시키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응원단이 18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 용평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남자 대회전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을 응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북한응원단이 18일 오전 강원도 평창군 용평 알파인 경기장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스키 남자 대회전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을 응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남북은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당국 등 다양한 층위에서 대화·교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의 문 대통령 평양 공식 초청과 관련해 대북 특사를 파견하는 방안을 부처 간 협의 중이다. 지난달 9일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에서 언급된 군사당국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추진할 수도 있다. 다만 군사당국 회담이 열릴 경우 비핵화 문제와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 민감한 사안을 피해가기 어려워 화해무드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해 당분간 보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4월 예정된 한미군사훈련은 현재로선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평창올림픽이 끝나면 (한미군사)훈련을 재개할 것인가'라는 정갑윤 한국당 의원의 질의에 "한미 군사훈련을 재개하는 방향으로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며 "(훈련 재개를) 반대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군사훈련을 미룰 명분도 없다.

다만 한미가 군사훈련을 하더라도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자제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북한이 작년까진 핵무력 완성에 올인한 반면 올해는 남북관계 개선에 올인하고 있어 4월에 한미군사훈련을 하더라도 한반도 긴장 분위기는 일시적으로 조성될 뿐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며 "북한이 맞대응 무력시위를 할 순 있지만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고강도 무력도발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내외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9일 강원도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내외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한편 남북정상회담의 여건 조성 등을 위한 북미대화의 성사 여부는 아직 예상이 어렵다. 북미 간 핵문제 관련 이견이 여전히 큰 상황이지만, 직접 협상이 아닌 서로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한 '예비대화' 혹은 '탐색적 대화'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평창올림픽 개막 이후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과 대화할 준비가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대북 언급을 자제하는 중이지만,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비핵화를 목표로 한 북미 예비대화 가능성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북한도 1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는 대화에도 전쟁에도 다 준비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8일 조영삼 북한 외무성 국장이 "미국에 대화를 구걸한 적 없으며 앞으로도 같을 것"이라고 말한 것에서 입장 변화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양무진 교수는 "평창올림픽까지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고 우리측에 방북 초청을 하며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해 적극적 행동을 취했으니 이후엔 한미의 노력 여하에 따라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의 속도와 폭이 달려있다"며 "북미대화는 강자인 미국이 마음의 문을 열고 대화를 통해 문제해결에 나서려는 노력을 보일 때 빠르게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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