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젊은정치(1)-대통령 출마 나이 30대로 낮추자

머니투데이 정진우 김태은 이건희 김평화 , 조준영 인턴, 그래픽=이승현 임종철 디자이너 기자 2018.01.0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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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30대는 대통령이 될 수 없는 대한민국

[런치리포트]젊은정치(1)-대통령 출마 나이 30대로 낮추자


‘유스퀘이크(youthquake)’

‘젊음(youth)’과 ‘지진(earthquake)’의 합성어다. 이 단어가 지난해 유럽 등 세계 여러나라를 뒤흔들었다. 젊은이들의 행동과 영향력이 정치 지형을 바꾸는 등 지진을 일으키고 있다는 뜻이다. ‘젊은이들의 반란’으로도 읽힌다. 옥스퍼드 사전은 이 단어를 ‘2017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세계 주요국 선거가 이 단어의 위력을 잘 보여줬다. 지난해 6월 치러진 영국 총선이 대표적이다. 집권당인 보수당의 압승이 예상됐던 선거다. 하지만 보수당 의석은 13석 줄었고, 야당인 노동당 의석은 30석 늘었다. 젊은층의 반란에 보수당이 무너졌다.

프랑스 젊은이들의 선택은 더욱 극적이다. 만 39세인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선에서 승리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 프랑스 최초 30대 대통령이 탄생했다. 오스트리아에선 31세 제바스티안 쿠르츠 총리가 당선됐고, 젊은층의 지지에 힘입어 37세의 여성 저신다 뉴질랜드 총리가 됐다. 아일랜드와 우크라이나에서도 30대 총리가 나왔다.



이들 30대 지도자들은 공통점이 있다. 10~20대때 지방 기초단체 등에서 정치를 배웠다. 나이는 어리지만 정치 경력은 이미 10년이 훌쩍 넘는다. 젊음이 무기인 이들은 자유롭고 실용적인 노선을 추구했다. 과거 정당 정치에도 집착하지 않았다. 유연한 정치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모든 게 바뀌는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가득찬 젊은 세력들에게 나라의 운명이 맡겨졌다.

[런치리포트]젊은정치(1)-대통령 출마 나이 30대로 낮추자
대한민국은 어떨까.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선 젊은이들이 설 자리가 없다. 헌법상 대통령에 출마하려면 만 40세가 넘어야한다. 젊은층은 자연스럽게 배제된다. 기득권 세력들도 젊은층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한국 정치가 늙어가는 가장 큰 이유다. 지난해 치러진 ‘장미대선’에 나온 후보자들 평균 연령은 61세다. 한 때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74세다. 40대 후보는 아예 없었다.

젊은층을 수혈받지 못한 우리 정치는 계속 늙어가고 있다. 젊은 생각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해가고 있는 경제, 사회, 문화와 달리 유독 정치만 바뀌지 않고 있다. "어느정도 나이를 먹고 연륜이 쌓여야 정치를 잘 한다"고 생각하는 게 대한민국 정치의 모습이다.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이 ‘대통령 출마 나이 30대로 낮추자’고 제언하는 것도 이런 잘못된 생각을 없애기 위해서다. 대한민국은 지금 '젊은 정치', '젊은이들의 반란'이 필요하다. 정치가 젊어지지 않으면 우리 경제는 계속 활력을 잃어간다. 사회도 바뀌지 않는다. 취업난과 저출산 등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들 역시 늙어가는 정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많다. 기득권층의 관심밖 일이기 때문이다.

오는 6월 치러질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기회다. 지역 의회 등 기초 단체에 젊은 층들이 직접 뛰어들어 '내 삶을'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청년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는 기존 관습이나 기득권의 폐해를 없앨 수 있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도전 정신이 우리 사회에 켜켜이 쌓인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얘기다. 기득권 정치인들이 풀지 못한 문제는 이제 젊은 정치인들에게 넘겨야한다.

이광재 여시재 원장은 “세계는 지금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대한민국만 앞으로 갈 생각을 못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의 에너지가 모아져 분출할 수 있는 여건이 중요한데, 지방자치 등을 비롯해 여러 단계에서 훈련받은 젊은 인재들이 넘쳐나야 가능한 일이다”고 말했다.

'헌' 법에 억눌린 '유스퀘이크'…"대한민국 정치도 흔들어야"

[런치리포트]젊은정치(1)-대통령 출마 나이 30대로 낮추자
안희정, 임종석, 이재명, 남경필….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잠룡들이다. 이들이 기성세대 지도자상과 차별화된 포인트는 뭘까. 바로 '젊음'이다. 지난 대선때 안희정 충남지사는 '시대교체'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새로운 시대의 젊은 지도자를 강조한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당시 '미래를 여는 젊은 대통령'이란 캐치프레이즈를 썼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박근혜정부와는 달리 젊고 역동적인 비서실장 상을 보여주며 차기 대권 이미지를 쌓고 있다. 그런데 '젊은 지도자'인 이들의 나이는 모두 50대다.

대통령에 도전하는 50대 중년들이 젊은 지도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이 그만큼 '고령화'됐다는 반증이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오스트리아의 세바스티안 쿠르츠 총리, 뉴질랜드의 재신다 아던 총리 등 30대 지도자 바람이 거세게 부는 것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우리나라도 30대 정치인의 시대가 열리는 듯 했던 시대가 있었다. 2000년 전후로 대거 정치권에 진출한 이른바 '386 정치인'들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발탁했고 노무현 정부 때 컸다. 그 뒤로 10년 이상 지나서야 ‘소장파’ ‘젊은 정치인’의 수식어를 뗐다. 이들에게 ‘중진’은 여전히 낯설다

우리나라에서 30대 대통령, 지도자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답은 간단하다. 우리나라 정치 제도 자체가 걸림돌이다. 대표적인 게 대통령 출마 연령이다. 심지어 이 규정은 헌법에 담겨 있다. 헌법 제67조 4항은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고 정했다. 30대는 지도자의 경륜과 소양, 경험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예단이 전제된 조항이다. 30대를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에서 '30대 지도자'가 나올 리 만무하다.

◇박정희, 30대 야당 지도자 도전 막으려 헌법에 = 대통령 출마 자격에 40세 이상이란 연령 제한을 둔 건 1963년 5차 개헌 때다. 박정희 대통령이 1961년 5·16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후 대통령 40세 이상 출마 자격 규정만 헌법으로 따로 뺐다. 이는 20대 국회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한 김영삼·김대중·이철승 등 젊은 야당 정치인들의 도전을 막기 위한 꼼수였다. 실제 1967년 치러진 대선에서 야당의 젊은 지도자들은 나이 때문에 대선 출마가 무산됐다. 박 전 대통령은 무난히 재집권에 성공했다.

40세 미만 대통령 출마 금지는 한마디로 독재정권의 잔재다. 문제는 헌법 조항이기에 이는 국민투표가 필요한 개헌으로만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1987년 개헌 당시 짚고 넘어갈 만한 문제였지만 당시 개헌을 주도한 '3김'은 40대를 훌쩍 넘은 상태였다. 이들은 이 조항 덕분에 젊고 새로운 30대 지도자들의 위협을 느낄 필요없이 몇 차례씩 대선에 출마할 수 있었다. 결국 이 조항은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30대 정치인들의 도전 자체를 막았다. 일종의 고령자 기득권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해 온 셈이다.

[런치리포트]젊은정치(1)-대통령 출마 나이 30대로 낮추자
대통령 출마 연령 제한뿐만 아니다.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 의원 등 각종 국내 선출직 출마 연령(25세)도 다른 나라에 비해 높다. 독일, 스페인, 캐나다 등은 투표를 할 수 있는 나이인 18세가 되면 선출직 출마 자격도 함께 준다. 노르웨이는 지방 소위원회의 경우 18세 미만 청소년도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다. 2012년 로데 지역의 소위원회에서는 15세 소년 알렉산더 스키가 자유당 대표를 맡아 화제가 됐다.

우리나라에서 20대 국회의원이 자취를 감춘 것은 출마 제한 연령과도 관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대 후반에 들어서야 제도권 정치에 진출할 수 있는데다 실제 정치적 기반을 닦는 데 소요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그 시기는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30세, 국회의원 19세'…정치권 내 목소리= 최근 정치권에선 피선거권 제한 연령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커졌다. 지난 4월 송옥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이 피선거권 연령을 선거권 연령과 같은 19세로 하향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같은 당 표창원 의원도 지난달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냈다. 민주당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선거권 연령 하향과 함께 피선거권 연령 하향도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대통령 출마 자격을 40세에서 30세 정도로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을 삭제하거나 30세 정도로 하향 조정하자는 의견이 있다"고 주장했다. 권 후보자는 "조금 더 젊은 층 의견이 반영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에 향후 대통령 출마 연령 하향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31세의 나이로 19대 국회에 입성했던 김광진 전 의원(민주당)은 "의원 시절 국회 법제실과 대통령 40세 출마 제한 규정 논쟁을 오랫동안 했다"며 "관련 속기록과 연구자료를 검토해보니 '합리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가 결론이었다. 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평균 59.5세 '환갑 국회', 30대 의원은 2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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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총선 때 국회에 입성한 의원들의 평균 나이는 55.5세. 2020년 임기 마지막해가 되면 이들의 평균 나이는 59.5세가 된다. 한국 나이로 평균 환갑이 되는 셈이다.

대한민국 인구 10명 중 3명 정도(27.9%)는 20~30대다. 이들을 대표할 국회의원 중 30대는 단 두명 뿐. 전체 의석 300석 중 0.67%에 그친다. 젊은 층을 대변할 목소리가 적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의민주주의의 뿌리가 흔들린다는 비판도 있다.

지역구에 출마한 30대 의원은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40) 한 명 뿐이다. 김 의원은 만 39세였던 지난해 부산 연제구에서 당선됐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34)과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31)은 그나마 청년비례대표 제도로 의원직에 선출될 수 있었다.

애초에 기회가 적었다. 지난해 총선 예비후보 중 20~30대는 원내 4당 모두 합쳐 43명에 불과했다. 20~30대 청년 정치인에게도 자격은 있다. 만 25살이 되면 피선거권을 얻는다.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의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힘들다. 출마하려면 주요 정당에서 공천을 받아야 하지만 기다릴 '줄'이 너무 길다. '검증'되지 않은 정치 신인을 공천하기는 당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중 절반 이상(161명)은 50대다. 60대 81명, 40대 50명이 뒤를 있는다. 70대 의원도 5명 있다.

'86세대'로 통칭되는 과거 학생운동 출신 정치 지도자들이 여전히 국회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20~30대 나이로 국회에 입성한 이들은 50대에 접어든 지금까지 힘을 쌓고 있다.

그러다보니 입법도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중심으로 이뤄지는 분위기다. 이에반해 청년층은 다른 정치세력에 비해 집단화가 덜 돼 있다. 지지기반이 약해 소수의 청년 정치인이 국회에서 큰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의원 평균 연령이 높다보니 시스템도 낡아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빈 민주당 디지털대변인은 "이제는 그래픽시대인데. 의정활동이나 당 최고위원회 등도 모두 문서 위주"라며 "청년들은 그래픽에 익숙하고 민주당 지지자 중 20~40대도 많은데 당원들이 답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강연에서 만난 청년들 중 사회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었다"며 "형이나 누나같은 (젊은) 사람이 있다거나 나도 저런(법안) 생각했는데라고 느끼면 더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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