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상포럼 개막일에 北 미사일 시험, "복잡한 北의 셈법"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원종태 베이징 특파원 2017.05.1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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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언론, "북미 대화 가능성 속 주도권 잡자는 포석", "中 눈치 안본다" 일대일로 정상포럼 개막일에 발사

中 정상포럼 개막일에 北 미사일 시험, "복잡한 北의 셈법"


북한이 올해 중국의 가장 큰 외교 행사인 ‘일대일로 정상포럼’ 개막일에 또 다시 미사일 발사시험에 나서자 중국 언론의 시선이 또 다시 북한으로 쏠리고 있다. 중국 언론은 특히 북한이 최근 두 달새 5차례나 미사일 시험에 나섰지만 이날 시험은 이전과는 다른 국면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남북 회담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미국과 북한의 정부 간 대화 가능성도 나오는 상황에서 회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북한이 시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온다.

14일 중국 신화통신과 해외망 등은 “이날 새벽 5시27분(한국 시간) 북한이 평안북도 구성에서 미확인 미사일 발사 시험에 나섰다”며 “이번 발사 시험은 지난달 29일 이후 15일 만에 다시 이뤄진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언론은 북한의 발사 시험 직후 문재인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받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직접 주관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대화 분위기 속 주도권 잡기 위해 '미사일 시험' 가능성

중국 일부 언론은 북한이 불과 두 달 새 5차례에 걸쳐 다양한 미사일 발사 시험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지목했다. 특히 북한은 올 들어 지난 2월 이래 총 7차례 미사일 발사 시험에 나섰는데 이전 6차례 시험과 이번 시험의 상황은 미묘하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전까지는 한반도 긴장이 크게 고조된 상황에서 미·중 정상회담이나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일종의 무력 시위 차원에서 시험에 나섰다면 이번 시험은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식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다며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이달 초 ‘적절한 상황’이 마련돼야 한다는 전제를 깔긴 했지만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야 한다면 영광스럽게 만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북한도 이전보다 ‘대화’에 열린 자세를 띠고 있다. 북한 외무성 최선희 미국국장은 지난 12일 베이징 서우두공항에서 기자들에게 트럼프 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 “여건이 되면 대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 국장은 노르웨이에서 열린 북·미간 비공식 1.5 트랙(반관반민) 대화를 끝내고 귀국하던 길이었다.

홍콩 대공망은 이날 “한반도 정세가 변화하고 있고 한·미, 북·미간 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대화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미사일 시험에 나섰다”고 전했다.


◇中 눈치 안본다, '일대일로 정상포럼' 개막일에 발사

이번 북한의 시험이 중국의 올해 최대 외교행사인 ‘일대일로 정상포럼’ 개막일에 이뤄진 것도 중국 입장에서는 민감한 대목이다.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구축)는 중국 ‘대국 외교’의 핵심으로 이날부터 1박2일 간 열리는 정상포럼에는 세계 29개국 정상들이 참석한다. 북한도 이 포럼에 김영재 대외경제상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을 보냈을 정도로 관심을 갖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정상포럼 같은 외적 요인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북한이 얼마든지 독자적으로 미사일 시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에도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일부러 정상포럼 개막일에 북한이 전격적으로 미사일 시험에 나섰다는 진단도 들린다.

◇문 대통령, 평화 제스처에 어떤 영향 줄지 주목

일부에서는 이번 시험이 문 대통령의 대북 화해 제스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문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식에서 한반도 긴장 완화와 북한의 무력 도발 중단을 위해 압박은 물론 대화를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이날 (북한 미사일 시험으로) NSC 소집을 직접 지시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SCMP는 이어 “문 대통령이 회의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험은 한반도는 물론 국제평화와 안전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2011년 이래 2012년 4차례, 2013년 6차례, 2014년 12차례, 2015년 10차례, 2016년 16차례, 2017년 7차례 각각 미사일 발사 시험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반복된 시험을 통해 상당 수준의 탄도미사일 공격 능력을 갖췄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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