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언론 '눈치 보도' 계속…김정남 아닌 '북한 남성'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2017.02.2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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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 사망 소식 이후 관영언론 통제 계속… 연이은 도발로 북한 대응책 고심 중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생전 모습 / 사진=뉴스1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생전 모습 / 사진=뉴스1


'김정남 암살사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여전히 조심스럽다. 중국 방송에서 여전히 김정남을 '한 남성'으로 지칭하는 등 사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

23일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도통제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중국 관영 방송인 CCTV가 김정남 살해사건 수사 상황 등에 대한 말레이시아 경찰 당국의 기자회견 영상을 보도했지만, 김정남이란 이름은 거론되지 않았다. 김정남을 '북한 국적의 남성'이라고 설명한 화면 자막만 나왔다.



중국 당국은 이번 사건에 극도로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사히는 "중국 정부는 사건 이후 말레이시아 정부 발표만 보도토록 하는 등 국내 언론들의 보도를 규제하고 있는 등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영 언론인 신화통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사히에 따르면 김정남 사망사실이 밝혀진 14일 신화통신 영문 기사에선 김정남의 실명을 거론했지만 중문 기사에는 나오지 않았다. 김정남 이름을 표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16일부터다.



중국 언론의 한 북한 담당 기자는 "정부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지만, 북한 측이 계속 말레이시아 측에 항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자극을 피하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국 관영 언론을 제외한 인터넷 매체에서는 김정남 관련 보도가 대량으로 쏟아지고 있는 상태다. 아사히 신문도 "당국의 규제가 닿지 않는 인터넷이나 모바일 사이트에선 해외 언론보도를 통해 (김정남 살해사건이) 계속 보도되고 있다"며 "많은 시민들이 이번 사건의 배후엔 북한 정부가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대응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사히는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중국과 '혈맹'(血盟)이라 불리는 전통적 우호관계를 맺어온 데다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어 이른바 '완충지대'로서 전략적 가치가 있다"며 "그러나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 등 도발이 잇따르면서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돼 중국 정부도 대응방침을 고심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김정은 북한 노동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지난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암살됐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주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관이 김정남 사망에 관련이 있다고 수사 결과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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