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전관'은 로또?..돈의 맛 안 스타검사의 몰락

머니투데이 채원배 부장 2016.05.31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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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전관'은 로또?..돈의 맛 안 스타검사의 몰락


매주 토요일이면 늘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올라오는 단어가 있다. 바로 '로또'다. 그런데 지난주 토요일(28일)에는 로또 못지 않게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른 사람이 있다. 바로 홍만표 변호사다. 그가 전날 오전 10시부터 이날 새벽 3시까지 17시간에 가까운 조사를 받아 뉴스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리던 홍 변호사는 검찰을 떠난 지 5년 만에 구속될 처지에 놓였다. 검찰이 30일 홍 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그는 다음달 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 홍 변호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변호사법 위반이다. (☞ 검찰, '10억원 탈세' 홍만표 변호사 영장청구 참조)



평생 내노라 하는 권력 실세와 재벌 회장들을 줄줄이 검찰 청사 앞 포토라인에 세웠던 그는 지난 27일 피의자 신분으로 그 자리에 섰다. 홍 변호사가 기자들에게 한 말은 '다소 불찰' '참담'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퇴임 이후 변호사로서 주말이나 밤 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다 보니 다소 불찰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관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검찰 내부에서도 특검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의 구속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라고 한다.



홍 변호사는 지난 9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나. 한탄만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말이고 뭐고 출근해서 밤낮으로 일만 했다"고 하소연했다. 이 기사를 본 네티즌의 댓글은 '돈에 눈이 먼 전관' '1년에 100억원 가까이 벌었는데 탈이 안 날 수 있나' 등이었다.

그는 열심히 일했을 뿐이라고 강변할 지 몰라도 그가 능력과 성실함으로 부를 일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2011년 검사장 당시 홍 변호사가 신고한 재산은 13억원(2010년 기준)이었는데, 변호사 개업 후 불과 2년 만에 그는 연소득 91억원을 신고했다. 평생 모은 재산의 7배를 2013년 한 해에 번 것이다. 지난주 토요일 로또 1등 당첨금은 올들어 최다인 38억원이었다. 로또 1등 당첨 확률은 815만분의 1로, 벼락 맞아 죽을 확률보다도 낮다. 그런데 홍 변호사의 연간 소득은 로또 1등 당첨금의 3배 가까이나 된다. 일년에 로또 1등을 세번이나 맞은 셈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가 보유한 오피스텔은 100채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 되면 투자의 달인, 부동산 고수라고 불릴만 한데 그를 향한 여론은 한마디로 '나쁜 x'이다. 홍 변호사가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고 보지 않고 '전관'이 로또 역할을 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검사장 출신이 아니었다면 그렇게 짧은 시간에 그 많은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홍 변호사와 관련된 의혹은 계속해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홍 변호사가 수사 로비 명목 자금으로 정운호 대표로부터 3억원을 받아간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이번 검찰 수사가 조직 내부로 향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 수사를 열심히 잘 했다고 자평하더라도 앞으로 특검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팔은 안으로 굽을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은 이번에 전관 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검찰의 위상을 회복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서울지방변호사가 입법 청원하겠다고 밝힌 '평생법관·평생검사제'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 제도는 직업 수행의 자유를 제한하기 때문에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 만큼의 제도적 장치를 만들겠다는 자세를 검찰은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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