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그리스에 103억유로 구제금융 지원…채무경감도 포함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2016.05.2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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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11시간 마라톤 회의 끝 채무조정안 포함 합의안 마련…IMF 다시 구제협상에 참여

/사진=블룸버그/사진=블룸버그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협의체인 유로그룹이 25일(현지시간)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 지원에 합의했다. 그동안 입장을 유보해왔던 국제통화기금(IMF)도 다시 참여하기로 하면서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이 전환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전날부터 11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그리스에 103억유로(약 13조6400억원)의 신규 차관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그리스 의회가 지난 9일 연금 삭감과 증세안에 이어 지난 22일 추가 긴축안을 통과시키는 등 유로그룹이 제시한 개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결과다.



무엇보다 그동안 IMF가 주장해왔던 채무 조정안이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포함되면서 IMF가 다시 논의에 참여하기로 한 점이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비록 IMF가 원했던 선행적·무조건적인 부채 탕감은 아니었지만, 필요시 2018년에 채무 재조정을 해주기로 유로그룹과 합의했기 때문이다.

단 그리스의 구제금융 원리금 상환 부담이 중기적으로는 GDP(국내총생산)의 15% 이하, 장기적으로 20% 이하를 충족한다는 전제조건에서다. 또 채무 상환 이자를 낮추거나 만기를 연장하는 안을 고려할 뿐, 직접적인 채무 삭감은 없다는 계획이다.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우리는 오늘 그리스의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새로운 국면에 이를 수 있도록 중요한 돌파구를 찾았다"면서 "얼마 전까지 내가 예상했던 합의 수준에서 훨씬 더 나아간 것이다. 상호 신뢰가 회복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폴 톰슨 IMF 유럽국장은 "(이번 합의에 따른) 조치로 필요한 부채 탕감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면서 합의 내용을 IMF 이사회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합의로 IMF의 부채 탕감 제안이 약화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부채 탕감 시기를 미뤘다는 점에서 큰 양보를 했다고 했다. "우리 모두 유연성을 보였다"고도 말했다.

그동안 IMF와 독일을 필두로 한 일부 유로존 국가들은 그리스의 부채 탕감 문제를 놓고 수개월간 팽팽히 맞서왔다. IMF는 그리스에 대한 부채 탕감을 주장하며 지난해 여름 그리스와 유로존이 합의한 3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서명하지 않았다. 반면 독일 정부는 그리스에 대한 채무 재조정엔 합의할 수 없다면서도 IMF가 참여해야 의회의 반대여론을 잠재울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구제금융 합의 당시 설정했던 GDP의 3.5% 수준의 재정흑자 목표에 대해선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IMF는 증세 규모를 줄이고 연금 삭감 수준을 늘려 2018년까지 재정흑자가 GDP의 1.5%를 달성하게끔 하자고 주장한다. 그리스가 어차피 유럽에 진 빚을 갚을 능력이 없으니 기존 빚을 탕감해주고 채무 변제용으로 쓰이던 재원을 경제 개혁에 돌려야 된다는 것이다.

유클리드 차칼로토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번 합의로 인해 그리스가 경기침체와 구제금융 조치가 반복돼 왔던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오는 7월 말까지 유럽중앙은행(ECB)과 IMF 등 채권단에 36억유로 규모의 채무를 상환해 이번 구제금융 자금 지원으로 급한 불은 껐다.

2010년 재정 위기로 유로존에서 첫 구제금융을 받은 그리스는 2012년에 2차, 지난해에 3차 구제금융을 받아 6년째 긴축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그리스는 지난해 7월 860억유로 규모의 3차 구제금융을 받기로 하면서 2018년까지 GDP의 3%에 해당하는 54억유로의 긴축조치를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160억유로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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