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남살인 대책 "화장실 뒤져라"…일선 경찰관들 '난감'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2016.05.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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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순찰·범죄취약지역 진단 강화, 정신질환자 관리 등 대책 내놔…실효성 의문, 현장선 피로감 호소도

서울 강남역 20대 여성 살인사건에 대해 경찰이 치안강화 대책을 내놨다. 범죄취약 요소의 제보 접수를 강화하고, 범죄 피해시 보다 빠르게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이 담긴 웨어러블 장비(스마트워치)를 배포하겠다는 것. 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 입원 조치와 일상 점검 등도 강화한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23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여성상대 강력범죄 대책을 발표했다. 다만 뜨거운 '여성혐오 범죄' 비판 여론에 떠밀려 사건 발생 6일만에 내놓은 대책치고는 기존 여성대상 범죄의 '재탕' 수준으로, 일선 경찰관들의 순찰 강화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찰 강남살인 대책 "화장실 뒤져라"…일선 경찰관들 '난감'


◇3달간 특별 치안활동, 신고기능 스마트워치 제공=경찰은 6월부터 8월말까지 3개월 동안 '여성범죄대응 특별 치안활동'을 실시한다. 6월 한 달 동안 스마트폰 국민제보앱과 오프라인 등을 통해, 여성 범죄취약요소 및 취약인물에 대한 제보를 받는다.

제보를 받은 지역에 대해선 순찰활동을 강화하고, 범죄취약요소를 보완한다. 이를 위해 경찰서 11곳에서 시범운영 중인 '범죄예방진단팀'을 전국 경찰서로 확대한다. 위협을 느끼는 여성에 대해선 신고기능이 있는 스마트워치를 제공한다. 또 6월 중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지역치안협의회를 열어 취약시설을 보완하고, 우수 지자체 공개와 인증패 수여도 추진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보건복지부·여성가족부 등과 협의, 정신질환자 관리 체계를 만들 예정이다. 사건 피의자 김모씨(34·구속)가 조현병(정신분열증) 치료를 중단, 정신질환이 사건 핵심 원인으로 꼽힌데 따른 조치다. 강 청장 역시 "이번 사건은 '정신질환에 따른 묻지마 범죄'라는 수사팀의 분석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은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신보건법 전면개정안에 맞춰, 정신질환자의 행정입원 요청에 관한 매뉴얼(지침)과 진단표(체크리스트)를 오는 11월까지완성하고, 전담병원을 운영할 계획이다. 새 법안은 경찰이 긴급상황 없이도 정신질환자의 입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또 퇴원 절차 강화는 물론 퇴원 후에도 보건소·경찰관서 등과 연락망을 구축해 정신질환 정도 등을 파악, 관리점검 체계를 만들 계획이다.

강 청장은 "여성의 불안감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데 공감한다"며 "불안감 해소 등을 위해 경찰차원, 유관기관 협조차원, 입법차원 등 세 가지 틀에서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상대 범죄 대책 '재탕', 일선에선 피로감 호소= 일각에선 경찰의 이번 조치가 앞선 여성 관련 범죄 대책의 '재탕'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변 위협을 받는 여성에 대한 스마트워치 제공은 지난 2월 경찰의 '데이트폭력' 대책에 포함됐던 내용이다. 경찰은 데이트폭력 피해자에게 이미 1019대의 스마트워치를 제공·운영 중이며, 6월 중 1000대를 추가 구입할 계획이다.

경찰은 또 이날 강 청장 명의로 일선서에 "(여성 치안 대책의) 면밀한 후속조치를 취해달라"는 지시를 내렸다. 지구대마다 범죄에 취약한 업소 외부, 공용화장실 등 현황을 파악, 순찰을 강화하라는 게 지시의 골자다. '가능한 대책부터 시행한다'는 전략이지만 일선에선 순찰 강화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선서의 한 경찰은 "오늘부터 2시간마다 공중화장실 점검을 하게 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시적으로 순찰을 강화한다 해도 현장에서 범행 가능성이 높은 정신질환자를 선제적으로 가려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인력·장비의 한계 탓에 경찰이 내놓을 카드는 현실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에, 경찰이 지역사회에서 동원 가능한 자원을 최대한 끌어내는 등 유관 부처·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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