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희 전 장관 "유승민 싹수있어…안철수는 정치센스 없다"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6.03.2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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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열전' 서평회… "김종인 '북한궤멸론'도 잘못됐다, 진보정당 원내교섭단체 돼야"

18일 열린 책 '진보열전' 서평회에 참석한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현실정치에 대한 비판도 가감없이 쏟아냈다. /사진=김창현 기자18일 열린 책 '진보열전' 서평회에 참석한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현실정치에 대한 비판도 가감없이 쏟아냈다. /사진=김창현 기자


언론계에서 20년간 활동한 뒤 1979년 제10대 국회의원에 당선, 내리 4선을 지낸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 누군가는 그를 가리켜 "체제 내 리버럴"(자유주의자)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또 "꿈은 진보에 있으나 체질은 보수에 있었다"고 평했다.

최근 그의 책 '진보열전' 서평회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더 나은 사회'와 진보운동을 고민하는 '합리적인 보수주의자'였다. 그는 지난 반세기 동안 지켜본 정치이야기를 풀어내면서도 현실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을 잊지 않았다.



그의 소신은 "진보정당이 원내교섭단체가 돼야 우리 정치의 발전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비례대표제가 확대되고 더 나아가 대통령 선거에서도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국회의원 시절부터 국회보 등에 기고하며 주장했던 바다.

"이석기 때문에 진보정당이 망했죠. 그런데 이석기 문제가 진보정당 문제로 연결되는 것 잘못됐다고 봐요. 이석기는 이석기대로 국가보안법으로 처리하되 진보정당 자체를 헌법재판소에서 해산할 이유는 없어요. 한 사람의 재판관이 소수의견냈죠? 그 사람 의견이 맞다고 봐요."



남 전 장관은 통합진보당 해산으로 정치가 위축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정의당과의 연합을 거부한 데 대해 우려도 나타냈다. 야권 연대를 통해 진보정당의 입지를 확장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언론계 선배'로서 현재 언론지형에 대한 가감없는 비판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연대) 그 문제가 앞으로 나올 것 같아요. 잘 돼야 할텐데 말이죠. (진보정당이) 커야된다고요. 그렇지않고선 가망이 없어요. 우리나라에서 (진보정당 입지가) 자꾸만 좁혀져 가지고. 공포정치 아닙니까, 분위기가. 아이고 종편(종합편성채널)들 보면 언론테러입니다. 막 그냥 매일 테러를 하고 있어요"

젊은 시절 정치부 기자로 혁신정당을 출입하며 관련 인사들과 두루 친하게 지낸 그다. 그의 책 '진보열전'은 그때의 경험과 관찰을 고스란히 복기한 기록이다. 만약 그가 지금 정치인 가운데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누굴까. 그는 주저없이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를 꼽았다.


"난 유승민이가 싹수가 있어요. 괜찮아요. (공천은) 못 받을 거 같아요. 유능한 사람이면 살아남아야지."

그는 또 "TK(대구경북) 지역만큼 우리나라에서 유교적인 유대가 남아있는 곳이 없다. 굉장한 유대감 가지고 있어 당분간은 TK가 (정치를) 주도할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는 TK가 분열돼야 우리나라도 잘 될 수 있다. 분열 안되면 독주체제가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때 자신의 동료였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괜찮다"고 치켜세우면서도 그의 '북한궤멸론' 등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어떻게 집권할 정당이라고 생각하면 평당원도 아닌데 (당 대표가) 북한 궤멸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궤멸'하면 '크래쉬(충돌), 하드랜딩(경착륙)'인데 그 피해가 남한국민한테도 오는 거예요. 집권할 자세가 있으면 '소프트랜딩(연착륙)' 시켜야죠. 마음속으로는 아니라고 해도 정책적으로는 소프트랜딩 유도하는 발언을 해야죠."

이어 "야당 당수라면 대통령과 특별면담을 요청해서 당당하게 이야기해야지 국회 연설하러 온 사람 붙잡고 3분 동안 겨우 (면담) 하는 것이 뭐냐"며 쓴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진영 밖 '관찰자'로서 진보운동을 지켜본 남 전 장관이 생각하는 '진보의 실패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미국의 영향력을 같이 보지 못한 점을 꼽았다. 남 전 장관은 "우리는 밑의 반토막만 보면서 정치를 논하는데 사실 위의 반토막(미국)을 함께 논해야 우리 정치도 논할 수 있다"며 "미국의 압도적인 영향력은 현실이고 배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무조건적인 '반미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

"미국이라는 존재가 우리 정치의 반을 점령하고 있는데 우리는 손오공이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 안인 거죠. 월가는 우리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고요. 그런 측면은 전혀 (고려) 안 하고 지엽적으로 보면 안돼요."

그는 '국민의 당'에 대해서도 "처음부터 회의적이었다"며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안철수 의원이 문재인 전 대표를 앞지르는 인기가 있었다고 (판단했죠). 그런데 (국민의 당) 정책은 새누리당과 중간에서 좀 애매하게 하면 정책 시비는 없겠죠. 새누리당 지지층까지도 끌어들여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중도노선을 내세운거죠.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에서 중도가 성공할 수가 없어요. 더불어민주당의 정책도 시시한데, 화끈하지 않은데 거기에 물 타서 중도로 해서 국민이 어떻게 공감하냐 이거에요."

그는 안 의원이 주장했던 중앙당 해체나 국회의원 수 축소, 기초의회 공천 폐지 등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이 정치판에 온 다음에 한 번도 안타를 친 적이 없어요. 정책을 국민에 호소하는 것 세운 적도 없죠. 중앙당을 없앤다면 토호들, 지방 건설업자나 지방신문 관계자에게 정치시키겠다는 거잖아요. 국회의원 수는 줄일 수가 없어요. 오히려 국제적인 평균을 봤을 땐 조금 늘려야 돼요. 줄이면 더 귀족화되고 특권화될 겁니다. 정치적인 센스가 없는 거예요."

그렇다면 그가 바라보는 '진보정당'의 활로는 무엇일까. 그는 '이데올로기' 논쟁에 파묻히는 것을 경계했다.

"이동화씨가 진보당 창당할 때 당 강령에 '사회민주주의'란 개념을 넣었어요. 이 때 참모였던 이영근씨가 왜 그걸 넣었냐고 비판했어요. 사람들이 사회주의하고 사민주의를 어떻게 구별하느냐는 이야기였죠. 대신 '대동사회', '균등사회'를 건설하자 이런 식으로 하자고 했어요. 이영근씨가 출마했을 때 공약이 딱 하나였어요. '1일(日) 3식(食) 완전보장' 근사하죠. 사민주의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 이거에요. 이렇게 나가는 게 현명하죠. 이데올로기 논쟁을 할 필요 없어요. 공약을 내세우고 선전할 때는 실생활 향상에 구체적인 이야기만 해야 하는데 (진보정당들이) 여태까지 못했죠. 요새 좀 그렇게 돌아가긴 하는데 늦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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