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주가 2배 오를까? 삐딱하게 보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철중 안다투자자문 전 대표 2015.12.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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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유혹]지나치게 낙관적인 신약 파이프라인 가치와 20년전 동신제약의 추억

편집자주 위험과 기회가 소용돌이치는 파고 속에서 투기와 투자만 구분할 수 있어도 절반은 성공한 것이 된다. 투기의 유혹에 걸려들지 않고 증시에서 살아 남는 지혜와 지식을 소개합니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연초 대비 8배나 폭등한 한미약품 (316,500원 ▼2,000 -0.63%)에 대한 공방이 뜨겁다. 한미약품 매도의견으로 논쟁을 불러 일으킨 씨티증권과 국내 증권사들 사이에는 목표주가가 39만원에서 110만원까지 큰 차이가 나는데, 결정적인 요인은 신약후보군(파이프 라인)에 대한 가치평가에서 비롯된다.

씨티증권은 신약이 시판되었을 때의 연간 최대매출액과 시장점유율 가정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하며 한미약품 신약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시장평균치(컨센서스) 대비 3분의1 수준인 주당 28만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반면 국내 증권사 중에서 가장 보수적으로 70만원 적정주가에 중립의견을 제시한 삼성증권조차도 신약 파이프라인 가치를 주당 50만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모두 성공가능성에 대한 할인율에서 차이가 날 뿐이고 아주 냉철한 잣대를 들이 대면 '충분히' 보수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언론들도 '각' 과정이 '모두 다' 성공했을 때 받게 되는 예상금액을 마치 확정된 기술수출금액인 양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제약업 사상 최대 규모이며 한미약품 연간 매출액의 70%에 육박하는 5000억원에 가까운 계약금 계약에 대해서는 대금 지급조건에 대한 기사 내용도 애널리스트 리포트도 찾아보기 힘들다.



마일스톤(표지석) 개념이 근간인 기술수출계약에서 해당 표지석을 통과하는 경우에만 보상이 주어지므로 만약 실패하는 경우에는 속된 표현으로 '말짱 도루묵'이 된다. 삼성증권에서는 전(前)임상 단계에 대해서 16.2%, 임상 1상에 대해서 50%의 성공확률을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기술수입업체 입장에서도 지금까지 지출한 것은 콜옵션 프리미엄과 같아서 만약 실패할 경우 그냥 투자금만 날리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임상 2상 후반부와 임상 3상이 완주될 때 시판의 개연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데, 한미약품의 경우엔 기술수출 후보군 가운데 임상 3상에 진입한 후보는 현재 단 한 건도 없는 상태다. 임상 3상을 통과하기 전까지는 언제든 신약개발에 차질이 빚어지면 기간이 무한정 길어지거나 개발비가 늘어나거나 개발중단에까지 놓일 수 있는 가능성은 언제든지 상존한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한미약품 (316,500원 ▼2,000 -0.63%)에 대한 시각에 리스크 관리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금년 들어 한미약품을 필두로 제약업종이 보인 엄청난 주가 상승률은 2008년 이래 2.5배나 오른 미국시장, 특히 제약·바이오의 높은 상승률을 추종한 측면이 크다. 금년 코스피 종합주가지수는 제자리인데 비해, 제약업종지수는 독보적으로 80%가량 상승했고, 한미약품은 무려 8배나 상승했다.


12월2일자 머니투데이 기사에 따르면, 한미약품 (316,500원 ▼2,000 -0.63%)의 주가수익배수(PER)는 2015년 기준 600배를 넘어 국내 5대 제약업체의 평균 주가수익배수(PER) 49배나 셀트리온, 씨젠 등 바이오업체 19곳의 평균 PER 81배와 비교해 몇 배나 높은 수준이다. 2016년 전망치 기준으로도 PER이 180배에 달한다. 글로벌 제약사의 평균 PER은 20배를 넘지 않는다.

또한 지난 8월 삼성증권은 '틈새 성장주'의 랠리가 지나치다며 장부가치 대비 주가 배수(PBR)가 4배가 넘는 종목들을 고밸류에이션으로 분류,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한미약품 (316,500원 ▼2,000 -0.63%)의 주가는 40만원대로 이미 PRB이 7배에 달해 삼성증권에서 우려스럽다는 고밸류에이션 4배를 크게 상회했다.

한편, 기억도 가물한 20년여 전의 동신제약의 '인슐린 패치제' 스토리도 상기되는 상황이다. 2006년 SK케미컬에 피인수 되기까지, 당시 동신제약은 '신화적인 기록'을 남겼었다. 작은 제약업체 하나가 4만원대까지 급등하면서 1994년 최고의 스타주식이 됐고, 그 상승률도 한 해에 10배라는 한국 증시 역사상 획기적인 기록을 세웠다.

선진국형·노령사회형 '신약전달체계'(Drug Delivery System)와 '마일스톤' 기술수출계약이란 전문용어의 개념이 그 때 처음 자리 잡았었다. 그후 1998년 동신제약은 계열사의 골프장 건설과 외환위기가 겹치면서 부도를 겪었고, 주가는 7백원까지 곤두박질쳤다. 이후 2003년 SK케미컬이 경영에 참여하기까지 한미약품과 지금의 한미사이언스의 2대 주주인 신동국 회장이 동신제약의 실질적인 최대주주였다.

특이한 점은 지금 한미약품 (316,500원 ▼2,000 -0.63%)의 임성기 회장과 한미사이언스의 신동국 회장은 동향 동문 선후배 사이로 1999년에 동신제약을 인수할 때도 같이 했었다. 두 사람은 2008년 초 동아제약 부자간 경영권 분쟁에서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공동행보를 이어갔다.

두 회장은 가희 주식시장의 달인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이점은 일반투자자에게 양면성을 시사한다. 시장생리를 잘 알기에 주가의 하방에 대한 대응력이 있을 것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가 연간 수 십조원의 연구개발비를 쏟아 붓어야 해서 선진국 제약사도 망설이는 신약개발의 지난한 길을 교과서적으로 기다리면서 투자하려고 한다면 지금부터는 한번쯤 재고할 필요가 있다. 쉽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도 특수전문펀드(specialty fund)에서만 투자하고 일반 펀드에서는 아주 제한적으로 포트폴리오 균형차원에서 투자하는 분야다.

일반 투자자들은 본인이 꽤 친숙한 쪽에 투자하는 게 편안하다. 편안해야 기다리기도 쉬운 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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