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없는 현대상선, 제3의 방안 나오나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5.11.2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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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자구안 제출 임박…워크아웃도 법정관리도 어려워

네덜란드로테르담항에 입항중인 현대상선 컨테이너선네덜란드로테르담항에 입항중인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유동성 위기에 빠진 현대상선 (15,080원 ▲230 +1.55%) 처리를 두고 채권단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특단의 자구책을 내놓지 않는 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갈만큼 재무상황이 악화됐지만 어떤 조치도 취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반복되는 급한불 끄기…'근본 자구안' 제출 임박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현대상선에 근본적인 추가 자구안을 조속히 제출하라고 요청한 상태다. 데드라인을 못박은 적은 없으나 현재 현대상선의 유동성 상황을 감안하면 연말 전엔 자구안이 제출돼야 한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현대상선은 갖고 있던 현대아산 지분매각과 지분신탁, 영구전환사채(CB) 발행 등으로 당장 5500억원의 유동성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채권단에선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가 비정상적인 용선계약 문제로 누적되고 있는 적자에서 초래된만큼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지난 9월말 기준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부채는 6조3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1000%에 육박한다. 지난 2011년 이후 매년 2000억~5000억원의 영업손실이 누적된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지원 여력이 부족한데다, 최근 자금조달 과정에서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의 지분을 현대엘리베이터로 옮기며 결국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을 포기(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시장성 차입 많아 워크아웃은 채권단이 '난색'

시장은 현대상선이 이미 재무상황이 악화된 데다 유동성 부족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내달 결과가 나올 대기업 수시 신용평가에서 '부실징후기업'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자금 지원 등이 감안돼 대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 B등급을 받아 주채무계열로 분류,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은 상태다.

하지만 내달 나올 대기업 수시평가에서 C나 D등급으로 강등될 경우,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야 하는데 두 방안 모두 현실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워크아웃'은 채권단의 반발로 성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의 전체 차입금은 4조7000억원(6월기준)인데 이 중 워크아웃을 주도하는 채권단의 채권액은 약 1조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전체 채권 중 약 25%만이 은행이나 제도권 금융에서 빌려준 돈이고 나머지 75%는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 시장성 차입인만큼 현재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상 채권단이 자금을 지원해도 이 돈이 회사채 등 사채권자의 돈을 갚는 데 먼저 쓰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채권단 지분이 80% 가량은 돼야 워크아웃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는데 비해 현대상선은 시장성 차입금의 비중이 매우 높고 채권단 협약에 포함되기 어려운 외국 금융사들이 있는 탓에 현대상선이 워크아웃을 원해도 채권단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현대상선은 금융기관 협약채권의 대부분(약 70%)을 산업은행이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의 입장에선 워크아웃을 수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법정관리 가면 얼라이언스 퇴출 가능성…제3의 방안 나올지 촉각

워크아웃이 부결되고 법정관리를 가는 상황에도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다. 법정관리를 가게 된다면 동결되는 채무가 훨씬 커지는만큼 만약 향후 매각을 한다면 이점이 있다. 또 벌크선 운임지수(BDI) 급락 전 맺은 용선계약이 일정부분 무효화되며 현대상선의 근본적인 적자 발생 사이클이 어느 정도는 정리될 수 있다. 앞서 팬오션이 법정관리를 거쳐 하림에 매각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면 현대상선이 속한 글로벌 해운동맹(얼라이언스)에서 퇴출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업계 2위 현대상선과 1위 한진해운은 각각 G6와 CKYHE라는 전세계 두 축의 해운동맹에 속해 있다. 현대상선이 퇴출되면 그간 구축해온 해외 영업망이 붕괴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이 현대그룹에서 떨어져나오되 형식적으로는 '정상기업'으로 분리되는 제3의 방안도 거론된다. 이를테면 대우조선해양은 재무상황으로 봤을 때 부실기업이지만 정부의 지원이란 특수한 변수로 형식상 정상기업이다. 현대상선이 갖춘 영업망에 대한 국가경제적 가치 등을 명분으로, 대우조선처럼 지원을 받는 시나리오도 일각에선 제기된다.

다만 최근 구조조정 방침 등을 감안하면 현대상선에 대우조선처럼 국책은행을 통한 전적인 지원을 단행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을 매각하고 공적 지원을 추가하는 방안 역시 거론된다. 시장에선 해운회사인 팬오션 인수를 검토한 적 있던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비스 등을 인수 후보로 꼽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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