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지면 20~30배 대박"…없어서 못파는 장외주식신탁

머니투데이 한은정 기자 2015.09.22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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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부자 재테크로 인기…"장기투자·불확실성은 주의"

"최근 강남 부자들은 쿠팡, 옐로모바일, 배달의 민족 등 장외주식에 투자해 적게는 2~3배, 많게는 20~30배씩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고객들의 수요가 많다보니 스타트업, 벤처기업을 한 달에 4~5개씩은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승호 하나금융투자 청담금융센터 PB부장은 "국내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지만 공모주 투자는 대박 행진을 이어가면서 장외주식 투자가 부자들의 재테크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공모주 투자가 성공을 거두면서 청약경쟁률이 수백대 일에 달해 공모주 배정을 받기가 힘들어지자 아예 장외주식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자산가들은 개별 주식에 거액을 투자하기도 하지만 장외주식은 접근이 어렵고 정보도 투명하지 않고 리스크도 크기 때문에 소액으로 장외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신탁상품이 인기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안타증권은 오는 23일 콜럼버스 IPO(기업공개) 신탁 7호를 100억원 규모로 설정할 계획이다, 투자자는 22일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콜럼버스 IPO 신탁은 장외주식을 편입한 뒤 상장 전후에 매도해 수익을 내는 상품이다. 최소 가입금액은 1000만원으로 크게 높지 않아 자산가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도 몰리고 있다. 콜럼버스 IPO 신탁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여섯 차례 모집해 매번 50억~100억원 가량을 모았다.

"터지면 20~30배 대박"…없어서 못파는 장외주식신탁


지난해 만들어진 콜럼버스 IPO 신탁 1호와 2호는 설정된지 8개월만인 지난 7월에 140%가 넘는 수익을 내며 조기상환됐다. 1호와 2호는 지난해 반도체업체인 오킨스전자 (6,980원 ▲150 +2.20%)에 투자해 약 50%의 수익을 낸 데 이어 지난해 편입한 줄기세포치료제 개발업체 코아스템 (11,570원 ▼210 -1.78%)이 올해 상장으로 대박을 터뜨리며 이 한 종목에서만 270%의 성과를 올렸다.



올해 1월에 설정된 3호와 4호는 항암 항체치료제 개발 전문업체 파멥신을 담아 편입가격 대비 200% 넘는 차익을 실현했다. 이밖에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지담, 지난 7월말 코넥스시장에 상장한 동물용의약품 업체인 플럼라인생명과학 등에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5호는 연내 상장이 예상되는 네이처리퍼블릭을 전체 신탁금액의 50% 이상 비중으로 편입했다.

장외주식 관련 상품은 대체로 만기가 길고 보수도 높은 것이 특징이다. 콜럼버스 IPO 신탁의 만기는 3년으로 목표수익률 연 15%를 초과 달성할 경우에만 조기상환이 가능하다. 신탁보수는 선취 일시보수 3.7%와 2년차 이후 후취보수 연 1% 수준이며 수익률이 연 15%를 넘으면 초과분에 대해 20%의 성과보수가 부과된다.

지난달 한국투자증권이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모집한 중소기업 창업투자조합 출자지분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7년 동안 돈이 묶이는 폐쇄형 상품임에도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긴 만기와 높은 보수에도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는 것은 국내 주식이 박스권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어 상장주식으로는 수익을 내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나금융투자 이 PB부장은 "상장주식에 투자해 2~3배 수익을 내려면 코스피지수가 2000에서 3000까지 오르는 초강세장이 와야 하는데 현재로선 언감생심"이라며 "장외주식을 나눠 담으면 리스크는 낮추고 수익을 낼 땐 몇 배씩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반투자자들이 장외주식이나 관련 상품에 투자할 때는 오랜기간 자금이 묶인다는 점은 반드시 유의해야 한다. 한 증권사 PB는 "장외주식은 충분한 수익을 내기 위해 적어도 3년 정도는 투자해야 한다"며 "정보가 쉽게 공개되지 않고 상장이 늦어지는 등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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