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아버지가 A씨보다 장남인 형을 더 아꼈던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섭섭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무엇보다 당장 자금이 급한 A씨로서는 자신의 사정을 몰라준 아버지에게 야속한 기분마저 들었다. 자신이 형과 비교해 아버지에게 부족하게 해 드린 바가 없다는 다소 억울한 생각도 들었다.
◇상속 재산에서 유언의 효력, 절대적이지 않다
A씨 아버지처럼 재산 전부 또는 대부분을 한 자녀에게만 남기는 경우 다른 자녀들은 자신의 유류분을 주장할 수 있다.
유류분이 인정되는 대상은 △1순위 직계비속(자녀) △2순위 직계존속(부모) △3순위 형제자매 순이다. 상속권과 마찬가지로 1순위 대상자가 있으면 2순위부터는 유류분이 인정되지 않고, 1순위 대상자가 없으면 2순위, 2순위 대상자가 없으면 3순위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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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배우자는 1순위 또는 2순위자가 존재할 경우 같은 순위로 간주되고 1·2순위자가 모두 없으면 단독 대상자가 된다. 유류분에 대한 권리는 망인이 숨진 시점부터 10년, 유류분 청구 이유를 확인한 시점부터 1년 동안 유지된다.
◇유류분으로도 기존 상속분 전부 가져갈 수는 없어
다만 유류분이 인정된다고 해도 망인의 의사를 거슬러 완전히 자신의 상속분을 다 찾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망인이 유언을 남기지 않은 경우 받을 수 있는 상속분 중 법에서 허락하는 일정 비율만 찾아갈 수 있다. 이 비율을 '유류분 비율'이라고 한다.
유류분 비율은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2분의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1이다. 유류분으로 받을 수 있는 재산은 유류분 산정 대상이 되는 총 금액에 상속분과 유류분 비율을 곱해서 정한다.
예를 들어 A씨 아버지가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으로 총 4억원을 남겼고, 상속권자가 형제 2명뿐이라고 가정하자. 이 경우 아버지가 유언을 남기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씨는 상속분에 따라 2억원을 가져갈 수 있다. 반면 위에서 본 것처럼 A씨 아버지가 형에게만 모든 재산을 물려준다고 유언을 남긴 경우 A씨가 받을 수 있는 재산은 1억원으로 줄어든다. 상속분에 따른 금액(2억원)에 또다시 유류분 비율(2분의1)을 곱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자녀나 배우자는 유언이 없는 경우 자신이 가져갈 수 있는 상속분의 2분의1, 부모나 형제자매는 3분의1을 각각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유류분은 망인의 재산에 대해 가족들이 가지는 최소한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유언의 효력을 일부 벗어날 수는 있지만 그 뜻에 완전히 거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