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반대, 삼성물산-엘리엇 표심 경쟁 향방은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5.07.03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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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3일 투자자들에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권고안을 제시함에 따라 합병의 운명은 국민연금의 표심이 좌우하게 됐다. ISS는 의결권 자문분야에서 투자자들에게 큰 영향력을 지녀 이달 17일로 예정된 삼성물산 주주총회 결과에도 적잖은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ISS 왜 반대했나=ISS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의 자회사로 세계 주요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 외국 기관 투자자에 의결권 판단기준을 제시해왔다.



ISS는 제일모직 1주와 삼성물산 0.35주로 정해진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국내에서는 상장사 주가를 토대로 합병비율을 정하지만, 해외에서는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ISS는 최근 삼성물산이 기업설명회에서 "통합 후 배당성향을 높여 주주가치를 높이고 주주 권익을 보호할 거버넌스위원회를 신설하겠다"고 계획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럼에도 합병비율 선정에는 아쉬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ISS는 3일 공개한 의견서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현저히 불리하다"며 "잠재적인 시너지가 저평가의 이유가 될 수 없고 합병을 통한 매출 목표가 지나치게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ISS 결정은 이달 17일 오전 9시 aT센터에서 열릴 삼성물산 주주총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해외사정에 밝지 않은 외국 기관 투자자의 경우 ISS의 분석을 많이 참고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크게 2가지 시각이 나온다. 우선 ISS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삼성의 우위가 유지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ISS의 반대의견 표명은 시장에서 어느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라며 "이에 따른 외국계 투자자들의 의결권 이탈을 감안해도 삼성이 지금까지 확보한 의결권이 최소 40%가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10% 가량을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할 경우 삼성에 크게 불리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엘리엇, 국민연금과 개인주주에 운명 갈린다=다른 한편에선 ISS가 국내 투자자들에게 미칠 영향도 봐야한다는 시각을 내놓는다. ISS에 앞서 의결권 자문 2위업체인 미국 글래스 루이스가 '반대' 의견을 냈고 한국에서는 서스틴베스트도 '반대' 의견을 냈다.

남은 것은 국민연금이 의결권 자문을 받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판단인데, 나 홀로 '찬성'을 외치기가 부담스러워 졌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의결권 11.21%를 보유하고 있지만 제일모직 보유지분은 공시 의무가 없는 5% 미만에 그치는 만큼 찬성 입장을 내려면 납득할 만한 논리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ISS 등 의결권 자문사의 권유를 포함해 다양한 의견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합병안에 찬성할 경우 개인주주들의 손에 운명이 돌아간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어림잡아 30% 수준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삼성물산이 개인주주들의 과반수 이상을 우군으로 확보할 경우 주총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나 이 표가 엘리엇으로 갈 경우는 상황이 무척 복잡해진다.

삼성 측에서도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개인투자자 의결권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명의로 주주들에게 합병 찬성을 촉구하는 서류도 발송했다. 이 서류에서 삼성물산은 "주주 여러분의 이익을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며 "합병 조건은 외부 전문기관의 평가를 받아 합리적으로 산정됐으며 합병을 통해 2020년 매출 60조원 규모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무산될 경우 재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한 만큼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행사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의견도 나온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가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더라도 ISS 반대 권고에 따라 많은 외국인 주주가 합병에 반대한다면 개인투자자의 표심이 향방을 좌우할 수 있다"며 "우선은 삼성물산 합병 비율을 문제삼아 반대하는 소액주주가 더 많은 것으로 보이는데 합병이 무산됐을 경우 손익계산을 고려하는 개인투자자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물산은 KCC에 매각한 지분까지 합해 19.95% 수준의 우호지분을 확보한 상태다. 삼성물산이 주총에서 승리하려면 참석 지분의 3분의 2 이상, 전체 지분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3분의 1 이상의 지분, 즉 33.34%의 지분을 확보한다면 삼성물산의 합병 결의를 무산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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