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도 쓰는 여성용품, 지역경제 살렸다

머니투데이 백선기 이로운넷 에디터 2015.04.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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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히든 챔피언] 도봉구 목화송이협동조합

편집자주 나랏님도 풀지 못한다는 숙제를 척척 해결해 나가는 이웃들이 있다. 돈벌기는 기본! 우리 동네에 일자리를 만들고 어려운 이웃을 돕고 환경을 지키는 착한 기업들이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히든 챔피언’ 즉 대중한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시장을 이끄는 우량기업의 새로운 모델이 아닐까? 머니투데이는 미디어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글쓰기 사회적기업 이로운넷과 공동으로 '우리 동네 히든 챔피언'을 발굴해 그들의 활약을 소개한다.

이효리씨가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hyori79lee)에 올린 면생리대 소개글.이효리씨가 자신의 블로그(http://blog.naver.com/hyori79lee)에 올린 면생리대 소개글.


"면 생리대 사용해 보셨나요? 빨고, 삶고, 말리고, 조금은 수고스럽고…. 내 손으로 빨기 꺼림직하다 생각도 들지만, 내가 죽어도 500년 동안 썩지않는 내 생리대가 쌓여 있다는 게 더 꺼림직 하신 분들. 또 내 몸을 더 편안하게 사랑해 주고 싶은 분들 한번 써 봐요."

지난해 여름 이효리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면 생리대 소개 글이다. 덧글 2361, 공감 5270.



이효리씨가 제주 한살림 매장에서 구매했다고 밝힌 면 생리대는 바로 목화송이협동조합(www.cottonball.kr)이 만든 것이다. 그의 글로 촉발된 폭발적 관심에 힘 입어 그해 여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재봉틀이 쉼 없이 돌아갔다. 요즘도 일주일에 800여개의 면 생리대가 꾸준히 팔리고 있다. 10여 년 전 한달 판매금이 1만 원에 불과했던 때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다.

◇여성이 행복한 일터…중장년 취약계층 직원으로 채용= 서울시 도봉구 방학로 166. 건물 2층 목화송이 작업장에 들어서면 켜켜이 쌓아놓은 원단과 제품사이로 재단과 바느질에 바쁜 직원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사무직원을 빼곤 모두 취약계층과 50세 이상의 중장년층 여성들이다.



한경아 목화송이협동조합 대표(53)는 "여성이 행복한 일터를 만들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떤 일터가 그럴까?

"기술은 있지만 좀 편안한 환경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좋은 직장이죠. 우리 회사가 월급은 많지 않아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7시간 일하고 시급 5580원 기준으로 임금을 책정하니 평균 110만 원의 임금을 받습니다. 반장님이나 기술이 있으신 분들은 조금 더 받으시구요."

'목화송이'는 직원협동조합이다. 총직원은 13명. 작업반장인 이현숙씨는 60세로 최고령자다.


"빨간 글씨 다 놀고 가족분위기 같아서 좋아요. 이제 작업하려면 돋보기도 써야 하는데 근무시간이 10시부터 6시라 편해요."

이들 가운데는 척추장애로 몸이 불편하거나 약한 지적장애를 앓고 있는 취약계층도 있다. 최영순씨(50)는 자활센터를 통해 목화송이에 취직했다.

"고교 졸업 후 30년 동안 한복 짓는 일을 했어요. 그 때는 내 시간이라곤 없었지요. 지금은 아이들과 함께 시간도 보내고 제가 좋아하는 취미생활도 즐깁니다."

목화송이협동조합의 방학동 작업장./사진제공=이우기 작가,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목화송이협동조합의 방학동 작업장./사진제공=이우기 작가,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일감 나눔 "동네 영세한 봉제업자 우선 생각해요"= 목화송이 협동조합은 도봉구 마을기업 1호다. 직원들은 대부분 도봉구 지역주민이다. 목화송이가 직접 채용한 직원은 13명뿐이지만 실제로 먹여 살리는 인원은 훨씬 많다. 일감을 다른 소규모 봉제업체에 나눠주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 봉제업을 하는 동네 분들이 사무실로 찾아왔다. 일감을 부탁하러 온 것이다. 한 대표는 "그렇게 힘든 분들이 많은 줄 몰랐다"고 했다. 그 날 이후 목화송이가 하청을 주는 업체는 대단위 규모의 공장에서 영세한 봉제업체로 바뀌었다.

목화송이는 인근의 가내수공업체인 신우사를 비롯해 승진사. 방학동 푸름 등 5개 업체에 일감을 나눠 주고 있다. 행사장을 뛰어야 할 때면 일시적으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기도 하고 오후 시간 때면 노인 일자리 차원에서 할머니 2명이 4시간씩 일을 하고 가신다.

목화송이협동조합 직원의 한경아 대표./사진제공=이우기 작가,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목화송이협동조합 직원의 한경아 대표./사진제공=이우기 작가,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 건강·환경·경제 세 마리 토끼 잡기까지= 목화송이 협동조합의 핵심적인 사업은 면 생리대를 만들고 보급하는 일이다. 면 생리대는 건강과 환경을 지킬 뿐 아니라 경제적이라 1석3조이다. 한 대표는 10년 전 한 살림의 조합원으로 활동하면서 면 생리대 만드는 법을 처음 배웠다. 기대보다 좋았다. 때마침 제 딸이 첫 생리를 시작해 선물로 만들어줬다. 그는 "일회용생리대는 편리하지만 화학물질 범벅"이라며 유해성을 콕콕 짚어주었다.

"90%가 폴리에틸렌이라는 플라스틱이고 약간의 펄프가 섞인 거에요. 하얗게 하기위해 형광증백제를 쓰고요. 썩는 데 300~500년이 걸리고 태울 때 다이옥신이 발생합니다."

면 생리대를 써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건강과 경제성이다. 그는 "일회용 제품을 사용하시는 분들 가운데 상당수가 피부염을 호소한다"며 "면 생리대는 이런 증상들을 없애고 면 생리대 사용 후 생리통이 없어졌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여성이 평균적으로 일생동안 사용하는 일회용 생리대의 수는 1만5000개에 이른다. 비용만 따져도 상당하다. 그는 "이에 비해 면 생리대는 경제적"이라며 "제 경우 10년 전에 처음 만들어 썼던 것을 얼마 전까지 쓰고 버렸다"고 말했다. 3만 원이면 10개를 구입해 최소 5년 이상 쓸 수 있다.

목화송이는 면 생리대 만드는 키트도 개발해 행사장과 학교를 돌며 보급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행사장에서 면 생리대 만드는 법을 가르쳐주면 할머니들께서 기겁을 하고 도망 갔다. 하지만 요즘은 젊은 여성들 중심으로 배우고 만들어 쓰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목화송이는 2009년 식약청의 허가를 받아 건강생리대를 본격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12년에는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마을공동체 공간지원금 사업에 선정돼 50여평의 작업실도 생겼다. 그 사이 취급하는 품목도 20여개로 늘어났다. 장바구니와 컵 주머니, 에코가방, 자투리 천을 이용한 미니 주머니, 그리고 폐현수막을 업사이클링 해 만든 돗자리 등 모두 일회용 제품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제품들이다.

목화송이협동조합의 면생리대.목화송이협동조합의 면생리대.
◇도봉구 스타기업…높은 품질 덕에 ‘이효리 효과’증폭= '우리 동네 히든 챔피언'으로 목화송이 협동조합을 추천한 도봉구사회적경제지원단의 진유정 매니저는 목화송이를 도봉구 스타기업이라고 치켜세운다. 진 매니저는 "디자인과 품질이 우수해 사회적 장터가 열리면 제일 먼저 섭외하는 1순위 기업 중 하나"라며 "장터가 열리는 곳이 그 어디든, 가면 언제나 소비자의 이목을 끈다"고 말했다.

인기의 바탕에는 부지런함이 깔려 있다. 한 대표는 오전에 작업장을 둘러본 뒤 매일 동대문시장에 간다. 원단도 살펴보고 새로 나온 샘플도 구경하고 리빙 페어나 디자인 박람회가 열리는 곳이라면 어디든 빠지지 않고 참석해서 최신 트렌드를 살핀다. 핸드메이드 페어에 나가면 고객들로부터 "가격이 싸면서도 바느질이 튼튼하고 디자인도 좋다"는 칭찬을 자주 듣는다. 한 대표는 이 말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2013년 매출은 3억 원, 지난해에는 이효리 효과로 매출이 늘어나 4억3000만 원으로 급성장했다. 올해 매출목표는 6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 한 대표가 매출 성장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최근 잇달아 성공시킨 판로의 다변화에 있다.

목화송이는 그동안 자신들의 출발점인 한살림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한 달에 장바구니 2000장. 면 생리대 1600장을 전국 190개(2015년 기준) 한 살림 매장에 납품하고 있다.

이제는 한살림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백화점인 행복한세상, 두타 등에 납품하고 크고 작은 매장의 숍인숍의 형태로 판로가 확장됐다. 이달 말에는 서울의 19개 홈플러스 매장에도 진출한다. 마포구 공덕동 늘장의 3평짜리 콘테이너형 전용매장을 비롯해 각종 사회적 장터 그리고 지마켓, 옥션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목화송이 제품을 만날 수 있다.

서울시 도봉구의 목화송이협동조합 직원들이 올해 매출목표를 달성하자며 '으랏차차'를 외치고 있다./사진제공=이우기 작가,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서울시 도봉구의 목화송이협동조합 직원들이 올해 매출목표를 달성하자며 '으랏차차'를 외치고 있다./사진제공=이우기 작가,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한 일터 '워커즈'= 목화송이는 회사형태부터 일하는 사람 중심의 공동체, 워커즈 콜렉티브(Worker's Collective)에서 출발했다. '워커즈 콜렉티브'는 공동투자, 공동경영, 공동책임을 기본으로 하고 수익 역시 똑같이 나누는 대안적 노동 방식을 뜻한다.

한 대표는 워커즈 콜렉티브를 하면서 협동의 중요성과 동시에 어려움을 깨달았다. 초창기 멤버들이 떠나고 워커즈가 해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마을기업이자 협동조합으로 새출발해 지금은 순항하고 있다.

앞으로의 바람을 묻자 한 대표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끼리 점차 복지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늘어나는 물량에 따라 재택근무자 등 좀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늘리는 것, 동료들에게 보너스 주는 것,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회식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만드는 것 등등….

다함께 단체사진을 한 장 찍자고 부탁하자 일손을 멈추고 직원들이 함께 모였다. 누군가가 "우리 제품 하나씩 들고 찍을까요?"라며 은근슬쩍 간접광고의 열의를 보인다. 이때 한 대표가 제안한다.

"우리 올해 매출 6억 달성을 위해 주먹 한번 불끈 쥐어볼까요?"
"으랏차차~~!"

환한 미소와 함께 웃음 섞인 함성이 울려 퍼졌다.


[메모장] 워커즈 콜렉티브란?= 워커즈 콜렉티브(이하 워커즈)는 '일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고용되지 않고, 필요한 자금을 똑같이 출자하고. 자신을 고용하여 함께 경영하는 사업체이다. 경제활동을 통해 지역과 사회나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자립, 자율적인 사업형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생활협동조합을 방문한 조합원들이 일본의 워커즈 콜렉티브(Worker's Collective)를 직접 보고 온 후 하나 둘 실험을 시작했다. 일본 최초의 워커즈는 1982년에 설립한 반찬과 주문 도시락을 만드는 '닌징(人人)'사업이다.

지금은 식당, 카페, 빵집. 도시락 등 생협의 물품을 이용한 먹거리 사업과 어린이, 노인, 장애인 대상의 복지사업에까지 확대돼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표적인 사례는 한 살림에서 찾을 수 있다. 한살림은 워커즈를 생활협동조합 조합원의 주요 활동 중 하나로 두고 지역이나 지부별로 워커즈의 설립과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목화송이도 워커즈에서 출발했고 현재 반찬과 샌드위치를 만드는 '찬장', '착한밥상 맛깔손'도 그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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