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 중 골프' 6급 공무원은 직위해제…도지사는?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5.03.27 15:35
글자크기

[the300]"홍준표 미국 출장 중 '평일골프' 징계대상" 목소리

↑미국 교포 최모씨가 캘리포니아주 남부 한 골프장에서 평일 라운딩을 즐기는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촬영했다며 제보한 사진.↑미국 교포 최모씨가 캘리포니아주 남부 한 골프장에서 평일 라운딩을 즐기는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촬영했다며 제보한 사진.


근무시간중 골프를 친 공무원들이 직위해제 등 중징계에 처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출장 중 금요일 오후에 골프를 친 홍준표 경남지사 역시 공직자 의무규정을 위반한 징계 대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7일 정치권과 감사원 경상남도 등에 따르면 경남 창원시는 지난해 근무시간에 골프연습장에서 골프연습을 하던 동주민센터 직원을 직원 A씨(6급)를 직위해제했다. 또 이를 적발하고도 뇌물을 받고 무마한 시청 감사실 직원 B(7급)씨도 직위해제했다.
창원시가 이들에 대한 중징계를 경남도 인사위원회에 요구함에 따라 도는 60일 이내에 징계위원회를 열 방침이다



정작 홍준표 지사는 출장중 평일골프 논란을 '해프닝'으로 간주,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 해 부하직원에겐 엄격하고 자신에겐 관대한 이중적 처사란 비판이 나온다. 홍 지사는 과거 경남도청 간부들에게 "업자와의 골프는 절대 안된다"고 지시한 바 있다.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27일 성남중원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교롭게도 홍 지사가 근무시간 중 골프로 물의를 일으켰던 20일(미국 현지시각) 직후인 24일 경상남도 관할인 창원시청에서는 근무시간에 골프연습을 한 6급 공무원이 직위해제라는 중징계를 받고 경남도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2009년 전라북도 공무원 1명과 임실군 공무원 2명은 교육 기간에 교육훈련을 받지 않고 골프장을 출입해 적발됐고 군산시의 한 공무원은 금요일 점심시간 이후 골프를 쳐서 징계를 받았다"며 "감사원은 이를 직무 태만으로 규정하고 군산시장이 징계를 결정하도록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근무 중 골프로 적발된 공무원들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중징계에 처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서 규정한 '성실의 의무'와 '직장 이탈 금지', '품위 유지의 의무' 등의 규정을 적용받아서다.

지난 2007년 7급에 해당되는 지방검찰청 검찰주사보는 근무 시간 중 골프를 친 비위로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자 업무 특성을 고려해 징계를 철회해 달라는 소청을 냈지만 기각되기도 했다. 해당 공무원은 정보 수집과 동향 파악을 위해 근무 시간 구분 없이 정보원과 접촉하는 업무의 성격 상 일반 공무원과 같은 기준으로 규정을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 소청심사위원회는 "본인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근무시간 중에 일반적으로 용인되는 장소가 아닌 곳을 출입하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며 공무원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홍 지사 역시 이 같은 규정을 적용할 때 징계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 정치권과 경남 지역 여론의 지적이다.

정 최고위원은 "징계를 내려야 할 단체장이 징계대상이 된 상황에서 과연 홍 지사가 ‘셀프징계’를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감사원의 감사와 징계 요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남 지역의 시민사회단체와 법조계, 종교계, 학계 인사 등으로 구성된 '민생민주회복을 위한 경남315원탁회의'는 지난 25일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 출장의 목적과 예산내역에 대해 투명하게 밝히라"며 ""골프경비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경남도청 통상자문관 주아무개씨와의 관계를 정확하게 밝힐 것"을 촉구했다.

홍 지사는 미국 출장 중 골프에 대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오는 31일 전북도청 공무원 대상으로 예정된 특별 강연을 취소했다. 그는 ‘미래 50년을 준비하는 공직자의 자세’라는 주제로 특강을 할 예정이었다. 자신의 부적절한 처신을 의식한 대응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그럼에도 홍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평소 같으면 비난은 받겠지만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일과성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 무상급식과 관련을 지어 비난을 하다 보니 일이 커진 것"이라며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반대진영의 표적이 되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좀 더 사려 깊게 처신하도록 하겠다"면서 공직자로서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비난을 회피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