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세계 최대 유전자변형식품 연구개발 투자

테크앤비욘드 편집부 2015.01.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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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테크놀로지 리뷰] 중국의 GMO 대량 비축②

중국, 세계 최대 유전자변형식품 연구개발 투자


Rice editor
활발한 성격에 매력적인 웃음이 특징인 가오차이샤 박사는 낙관과 에너지로 가득한 중국 GMO 연구의 현재를 잘 보여준다. 가오 박사는 ‘Just Do It’이라는 분홍색 글자가 적힌 회색 티셔츠를 입고 식물세포·염색체공학중점실험실에서 운영하는 온실을 안내했다. 실험실은 베이징의 중국과학원 산하 유전·발육생물학연구소 소속기관이다. 가오 박사는 탈렌(TALENs)과 크리스퍼(CRISPR) 등 최신 유전자 편집기술 사용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다.

과거 유전자 총은 식물세포의 어느 부분에 DNA를 삽입할지 정확히 제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산탄총’에 가까웠고, 성공 여부는 확률의 문제였다. 반면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면 DNA의 특정 염기서열을 절단하면서 입자를 삽입할 수 있다. 게놈의 원하는 위치에서 유전자를 삽입, 삭제하거나 뉴클레오티드 몇 개만 치환하는 등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작업도 가능하다. 토양 박테리아 등 다른 종에서 유전자를 빌려올 필요가 없기 때문에 형질전환 작물에 대한 비판에도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가오 박사는 벼 유전자변형 연구의 최전선에 있다. 그는 습도가 높고 시험재배 중인 벼로 가득한 온실을 걸어가며 품종마다 적어도 유전자 하나씩은 새로운 편집기술로 ‘쳐냈다’고 설명한다. 한쪽 선반에는 단위면적당 파종량을 늘리기 위해 곧게 자라도록 만든 품종이, 다른 선반에는 좋은 향이 나는 품종이 자라고 있다.

그는 “향도 좋고 맛도 좋다. 품질 향상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품종은 훗날 질병 저항성 등의 특성을 가진 유전자변형 품종이 나왔을 때 시장의 수용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가오 박사는 마지막으로 키가 보통의 절반 정도인 벼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유전자 하나를 삭제해 키를 작게 만든 품종이었다. 아직 효과는 불확실하지만, 벼가 만들어내는 에너지 중 잎으로 가는 양이 줄고 볍씨로 가는 양이 늘어나면서 수확량이 늘어나는 게 연구진의 바람이다.



사실 가오 박사의 온실은 전국적으로 진행 중인 대규모 연구의 일부에 불과하다. 2002년 중국 학자들은 세계 최초로 벼의 게놈 염기서열 분석을 완료했다. 2014년에는 필리핀 국제미작연구소(IRRI)와 베이징유전체학연구소의 ‘그린 슈퍼라이스(green super rice)’ 공동개발의 일환으로 벼 품종 3000개의 염기서열을 공개했다. 베이징게놈연구소는 고속 분석기술을 사용해 다양한 벼 품종을 체계적으로 비교해 왔다.

연구소의 목표는 수확량, 맛, 질병 및 제초제 저항성, 가뭄과 염분 및 침수에 견디는 능력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이다. 여기에 새로운 유전자 편집기술을 더하면 방대한 지식이 축적될 수 있고 머지않아 빠르고 정밀한 GMO 개발 시대가 열릴 것이다.

가오 박사 연구진은 벼 다음으로 중요한 옥수수, 밀, 콩에 대해 이와 유사한 체계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밀에서 두 번째로 흔한 ‘흰가루병’에 저항성을 가진 품종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필자는 기다랗게 늘어선 공장들을 지나 새로운 품종의 시험재배가 한창인 베이징 교외로 향했다. 전통적 방식의 품종개량을 거친 작물은 물론 기름이 많이 나오는 콩, 잎이 마르지 않는 벼 등 GMO 기술로 만든 작물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대규모 시험재배가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공개된 데이터는 거의 없다. 황다팡 박사는 베이징에서 2~3시간 거리에 있는 밀 농장에서 최근 수확이 이뤄졌다고 말한다. 중국농업과학원은 가뭄 저항성 밀의 시험재배도 진행하고 있다. 가뭄 저항성 옥수수 연구도 중국의 다른 연구기관에서 비슷한 단계를 밟고 있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전반적으로 시험재배단지의 위치를 숨겨야 한다고 본다.(이들의 우려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3년 전 호주에서는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유전자변형 밀 농장을 파괴하는 사건이 있었고, 작년에는 필리핀의 황금쌀 재배단지가 활동가들의 습격을 받았다. 가오 박사와 황 박사는 이와 같은 일이 중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아직 각지의 시험재배 정보를 하나로 모아놓은 곳은 없지만, 일단 시험재배가 규모 있게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황 박사의 견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전국 각지에서 굉장히 많은 시험재배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기초연구 정보는 잘 공개돼 있지만 시험재배에 관한 정보는 비밀로 엄격히 관리되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가 과연 빛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을 품는 연구자도 있다. 가오 박사는 “연구도 할 수 있고 재정 지원도 충분하다. 하지만 과연 개발한 작물을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우한에 자리잡은 화중농업대학교 작물유전개량 국가중점실험실을 이끄는 장치파 박사는 그린 슈퍼라이스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장 박사는 아직 상용재배 승인을 받지 못한 해충 저항성 Bt 벼를 개발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GMO에 대해 입을 여는 것 자체를 꺼린다며 이메일에서 이렇게 밝혔다. “인터뷰에 대한 부정확한 인용으로 인해 오히려 피해를 봤다. 이야기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

중국의 연구성과.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는 연구기관 수백 곳에서 GMO 개발이 한창이다. 대표적인 사례 세 가지를 소개한다중국의 연구성과. 국가의 재정지원을 받는 연구기관 수백 곳에서 GMO 개발이 한창이다. 대표적인 사례 세 가지를 소개한다
Going it alone
2014년 초 중국은 세계수준의 기초연구와 현대화된 종자산업을 결합시킬 필요성을 강조한 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제시된 목표는 수천 개의 국내 종자업체를 합병해 몬산토와 같은 업체를 탄생시키고 기초연구를 종자 대량생산과 결합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오래 전부터 동물사료 및 종자 전문기업이자 중국의 농업기업 중 가장 시장가치가 높은 다베이농그룹을 방문하고자 했다.

특히 신젠타(Syngenta)의 연구책임자 출신인 루위핑 박사가 이끄는 베이징 다베이농생명공학연구소를 찾을 계획이었다. 연구소는 현재 제초제 저항성 콩은 물론 제초제와 해충에 모두 저항성을 가진 ‘다중형질’ 옥수수를 개발하고 있으며, 필자는 실험실과 시험재배단지를 전반적으로 둘러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필자가 다베이농그룹을 찾기 불과 3주 전인 7월 초, 아이오와주 디모인 연방법원 대배심은 다베이농그룹 회장 부인 윈모 여사에 대해 무역기밀 유출 공모 혐의로 유죄를 선고했다. 정확히는 아이오와주와 일리노이주의 듀퐁, 몬산토, 엘지씨즈(LG Seeds) 시험재배 농장에서 값비싼 옥수수 종자를 훔치려고 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2013년 말에는 다베이농그룹 및 자회사 소속 직원 6명이 종자 절도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한 명은 차량 의자 밑에 옥수수 알이 든 상자를 숨긴 채 버몬트주에서 캐나다로 넘어가려 했고, 다른 직원들은 훔친 옥수수를 지퍼백에 넣어 일리노이주에서 홍콩까지 택배로 보내려고 했다. 검찰은 이로 인해 듀퐁과 몬산토가 총 5억달러에 달하는 손해를 봤다고 추산했다.

차분하고 신중한 말투가 인상적인 루 소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연구소 외부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물론 그는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이 연구소와 무관하다며 언급을 피했다. 하지만 루 소장은 연구소가 유전자편집기술을 사용해 웅성불임 벼를 개발하고 있으며, 과거 위안롱핑이 개척한 품종개량 연구를 더욱 빨리 진척시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우선 과제인 제초제 저항성 옥수수와 콩 개발도 당연히 진행할 방침이다. 루 소장은 다베이농그룹이 사실상 중국에서만 발생하는 병충해 해결을 위해 자체 품종 개발에 한창이었다고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중국에서만 발생하는 해충이 있다. 결국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우리만의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다베이농그룹 직원들이 연루된 종자 절도 사건은 중국 산업스파이 활동의 심각성을 논할 때 언급하기 좋은 사례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부정행위가 중국 GMO 전략의 핵심이라고 보는 것은 오해다. 종자를 훔쳐오면 육종 기간을 몇 년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농업부문을 연구해온 칼 프레이 러트거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다베이농그룹이 정부 지원으로 진행 중인 자체 연구가 워낙 많아 생명공학 연구개발의 생산성이 다국적 종자업체에 근접한 수준일 것이라고 본다. 프레이 교수는 다베이농그룹이 “상당히 훌륭한 연구를 하고 있다”면서도 “다베이농의 수준은 몬산토, 듀퐁, 신젠타의 최신 연구성과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적어도 중국에서는 충분히 통할 만큼 기술이 발전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기업들은 구조적, 경제적 우위도 누릴 수 있다. Bt 목화가 대표적인 예다. 1997년 몬산토는 해충 저항성 목화를 중국에 출시했다. 얼마 못가 중국농업과학원이 지분을 보유한 신생기업 바이오센트리트랜스진(Biocentury Transgene)도 자체 개발한 Bt 목화 종자를 상용화했는데, 가격이 몬산토 제품의 절반이었다. 결국 바이오센트리트랜스진은 몬산토를 금방 추월했고, 현재 중국의 목화 종자시장에서 거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앞으로 옥수수, 콩을 비롯한 작물 시장에서도 이러한 일이 반복될 가능성은 충분하다.(장치파 박사는 또 다른 거대 종자업체인 중국종자공사와 함께 벼 품종 개발도 진행 중이다.) 중국에서는 다국적 종자업체의 연구개발이 제한되기 때문에 시장은 국내업체에 활짝 열려 있다. 새로운 품종의 작물은 대부분 중국 내에서 소비될 것이므로 GMO에 까다로운 유럽연합이나 다른 국가의 규제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지금은 중국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유망 신생기업도 GMO 개발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몇년 전 덩싱왕 교수는 중국 출신의 해외 전문가 유치를 위한 ‘천인계획’에 따라 베이징대학교로 들어와 실험실을 열었다. 덩 교수는 후난성 농촌 마을에서 태어나 UC 버클리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예일대학교에서 실험실을 이끌었고, 식물이 빛에 의한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해 주목을 받았다.

덩 교수는 식물 유전자의 기능 파악에 풍부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유전자편집 기술로 작물의 게놈 변형 연구를 이끌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베이징대학교를 찾았을 때는 덩 교수의 실험실이 들어설 공간이 마련되고 있었고, 몇 ㎞만 가면 그가 창업한 프론티어연구실(Frontier Laboratories) 사무실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덩 교수는 1기 제품군에서 GMO를 배제할 생각이다. 현재 잡종벼와 밀 품종을 개발하고 있는데, 전통적 육종법을 기본으로 화학적으로 변이를 유도하거나 유전자 표지를 이용한 분자생물학 기법을 적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토양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삽입하지 않고 제초제 저항성을 가진 작물을 만드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덩 교수는 “이렇게 하면 유전자 변형과 유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제품에 GMO 딱지가 붙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처럼 조심스러운 움직임을 취하는 것을 보면 현재 사회ㆍ정치적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덩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정부는 서두르지 않는 것 같다. 더 시급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당장 나서지 않는 것이다. 아직은 정부가 직접 나설 만큼 GMO의 필요성이 커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한 상황은 언젠가 다가올 것이다. 당장은 정부가 GMO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입장이지만 어떤 시점부터는 지금보다 심각한 국민적 압력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농가가 큰 피해를 입고 도시에서는 식품 가격이 급등하거나 품귀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대학교 기후연구소에 따르면 기온 상승과 강수량 감소로 향후 35년간 중국의 쌀, 밀, 옥수수 순수확량은 13%나 감소할 전망이다.

수확량이 현재 수준을 겨우 유지한다 해도 인구 증가와 식품수요 증가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황다팡 박사는 “중국 농업부문에 아주 심각한 위기가 발생할 경우 정부 입장에서는 GMO 상용화를 추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기존의 농법 개선만으로 수확량을 늘리는 데 성공한다 해도 언젠가는 유전자변형 옥수수 재배를 승인할 것이라는 게 로젤 교수를 비롯한 중국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동물사료용 옥수수 수요는 급증할 전망이고, 사람이 직접 섭취하는 작물에 비해 논란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이 식품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언제부터 어느 정도 규모로 GMO 비축분의 ‘실전 배치’를 시작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향후 식품 가격이 오르고 공급이 빠듯해지면 언젠가 실험실에서 개발해온 작물을 재배하기로 결정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데 의문을 제기하는 이는 없다.

그렇게 되면 중앙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중국 경제의 특성상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유전자변형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황 박사는 “일단 공식 입장이 변하면 모든 것이 매우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가오 박사를 비롯한 연구자들의 실험실에서 개발 중인 수많은 GMO 품종 중 하나가 향후 수십년 내에 극심한 가뭄이나 폭염 극복에 기여한다면, 유전자변형 기술도 중국농업박물관에 들어갈 만하다고 평가 받을지 모른다.

글 데이비드 탤벗
번역 이세현

[MIT 테크놀로지 리뷰] 중국의 GMO 대량 비축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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