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과학 '19금' 과학 버라이어티쇼도 가능하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4.05.0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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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 과학공연 무대 선보인 원종우 과학과 사람들 대표

과학 버라이어티쇼 '사랑의 과학-당신이 사랑할 때' 공연의 진행모습/사진=과천과학관  과학 버라이어티쇼 '사랑의 과학-당신이 사랑할 때' 공연의 진행모습/사진=과천과학관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

포스터에 새겨진 공연 콘셉트부터 도발적인 '19금' 과학 버라이어티쇼 '사랑의 과학-당신이 사랑할 때'는 격식을 갖춰 즐기는 경양식집의 코스요리처럼 특별한 맛이었다.

대체로 불특정 다수를 소비층으로 삼던 대중문화의 보편적 특성이 최근 특정 계층과 연령을 겨냥한 방송과 공연 등으로 변모해 눈길을 끌고 있다. TV 예능프로그램인 '나는 남자다'와 뮤지컬 '미스터쇼' 등이 가까운 예다.



이 같은 시류 나쁘지 않다. 과학문화계도 기존 어린이나 중·고등학생을 타켓층으로 삼던 공연기획서 탈피, 성인층을 정조준한 공연 콘텐츠로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열어 보이고 있다.

4월 18일~19일 양일간 경기도 과천시 국립과천과학관 천체투영관에서 열린 이 공연에는 주머니가 얇은 대학생 커플과 시쳇말로 '줌마'라고 칭하는 4050세대까지 다양한 연령층 관객들로 붐볐다.



대학로같은 예술공연 일번가에서 이뤄질 법한 성인쇼가 어린이들이 즐겨 찾는 과학관 무대로 옮겨졌다는 점은 사뭇 이색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번 공연을 올린 과학콘텐츠 전문업체 '과학과 사람들'에 원종우 대표는 기자와 통화에서 "한마디로 모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원종우 대표/사진=과학과 사람들 원종우 대표/사진=과학과 사람들
원 대표는 "과학 관련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를 제작하면서 성인들도 과학을 알고 싶어하는 욕구가 크다는 것을 알게 됐고, 국내에선 어른을 대상으로 한 과학문화 공연이 없기 때문에 되든 안 되든 해보자는 식의 모험을 걸었다"고 말했다.


무대 조명이 켜지자 분홍빛 짧은 치마를 입은 손미나 전(前) KBS 아나운서가 재치 넘치는 진행으로 관객의 시선을 한데 모았다.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의 에로틱하고 맛깔난 해설이 더해지면서 공연 분위기는 점차 농염하게 물들기 시작했다. 에스닉 퓨전 밴드의 재즈선율이 곁들여지면서 국내 첫 성인전용 과학콘서트는 5000원 티켓 한 장값 이상의 고품격 쇼로 승격되면서 큰 재미를 선사했다.

마땅히 견줄만한 모델이 없지만 굳이 이 공연을 비교하자면 성교육 전문가 구성애 강사의 '아우성'을 연상케 했다. 구성애 씨가 '원맨쇼'였다면, '사랑의 과학-당신이 사랑할 때'는 음악공연과 360도 대형영상, 과학강연 등의 다양한 변주로 제법 고풍스런 멋을 자아낸 아우성의 '2014년 리메이크판'이었다. 3040 구성애 세대에겐 그 옛날 추억으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이기도 했다.

원 대표는 이번 공연의 연출 포인트를 이렇게 말했다. "과학이론은 알기 위해 이 공연을 찾을 필요는 없죠. 이미 인터넷에 다 있는걸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것을 어떤 느낌으로 대중에게 전달하고 또 관객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에 대한 고민이죠. 이를 뒷받침할 수단으로 음악과 멀티미디어 등을 동원한 거에요"

성인쇼의 전형적인 분위기라면 숫기없는 남성관객들이 엉큼하게 무대를 흘끔흘끔보게 되는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이 공연은 그런 이들에게 좀더 너그러운 메뉴를 제공했다.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이 강연하고 있다/사진=과천과학관 이정모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이 강연하고 있다/사진=과천과학관
공연에서 이 관장이 제시한 몇 가지 '사랑의 레시피'를 맛배기로 들여다보자.

"밸런타인데이 때 초콜릿을 주는 건 상술이라고 하지만, 전 세계 젊은이들이 모두 동참하는데는 분명히 그만한 과학적 이유가 있겠죠. 초콜릿 속 페닐에틸아민은 처지고 출렁대는 남자친구의 뱃살마저 사랑스럽게 만들어 '콩깍지 호르몬'이라고 하죠. 그러니 내가 보는 앞에서 반드시 초콜릿을 까먹도록 해야 해요. 다른 곳에서 먹는다면 아마 엄한 놈이 그 혜택을 보게 되겠죠."(웃음)

강연은 주로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과 세로토닌, 엔돌핀, 옥시토신 같은 다양한 호르몬들이 사랑이란 복잡 미묘한 감정의 여러 영역들을 어떻게 나눠 관장하는지에 맞춰졌다.

이 관장이 강연에서 예로 든 사례에는 애틋함이 묻어나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그는 1950년, 가짜 어미를 사랑한 붉은털 원숭이 실험 사례를 통해 남녀간 스킨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붉은털 원숭이 새끼에게 우유통을 단 어미 원숭이 인형과 부드러운 천을 감아놓은 어미 원숭이 인형을 동시에 보여줬다. 과학자들은 먹이를 가진 인형 어미 원숭이에게 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 결과는 달랐다. 대부분 시간을 새끼 원숭이는 부드러운 천을 두른 어미 인형 곁에서 머물렀다. 이 사례를 자세히 설명한 이 관장은 "그만큼 사랑의 중요한 요소는 접촉"이라고 강조했다.

손미나 전 KBS 아나운서가 설정연극에 참여한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과천과학관 손미나 전 KBS 아나운서가 설정연극에 참여한 사람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사진=과천과학관
이 공연 백미는 남녀 한 쌍을 무대에 올려 직접 실험을 진행하고 이를 객석에서 관찰하는 것. 이날 중·고등학교 과학교사 커플로 7년간 인연을 맺어온 커플이 피실험자로 올랐다. 이들에게 소개팅에서 처음 만난 것처럼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되는 과정을 연기토록 했다.

설정 중엔 여자가 남자와 눈을 맞추며 턱을 괴는 장면을 연출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이 관장은 "턱괴기는 동성간엔 절대 나올 수 없는 행동으로 오로지 여자가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만 하는 행동"이라며 노골적으로 호감을 표현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원 대표는 "설정연극 실험을 통해 버라이어티쇼라는 느낌을 강하게 어필하려 했다"고 말했다.

'사랑의 과학-당신이 사랑할 때'는 첫 공연에서 성공가능성을 직감한 공연관계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차기 공연계획을 현재 조율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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