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교수가 대학생 벤처에 투자한 이유

머니투데이 강상규 미래연구소M 소장 2013.02.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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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지식서비스공학과 이문용 교수, 앱 공모전 대상 수상한 창업가이기도

▲카이스트·숙명여대·서울대 대학생들이 만든 지식나눔 소셜벤처기업인 '촉'(CHALK)에 엔젤 투자자로서 초기 투자한 카이스트 지식서비스공학과 이문용 부교수(49). (사진= 여수아)▲카이스트·숙명여대·서울대 대학생들이 만든 지식나눔 소셜벤처기업인 '촉'(CHALK)에 엔젤 투자자로서 초기 투자한 카이스트 지식서비스공학과 이문용 부교수(49). (사진= 여수아)


◇지식나눔 소셜벤처기업, 한국사회의 등대가 되기를 기대

“카이스트 학생들은 지식을 ‘가진자’들입니다. 그런 ‘가진자’들이 지식나눔 목적의 소셜벤처기업을 만들어 한국 사회에 기여하려는 모습이 기특해 보였습니다.”

카이스트 지식서비스공학과 이문용 부교수(49)는 카이스트·숙명여대·서울대 대학생들이 공동으로 지식나눔 소셜벤처기업 '촉'(CHALK)을 창업했다는 얘기를 듣고는 엔젤 투자자로서 초기 투자를 결정했다. 촉은 머니투데이와 기업가정신재단(이사장 이장무)이 개최한 제2회 청년기업가대회 결선에 진출해 인기상을 수상한 팀이다.



자신의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창업한 벤처에 초기 투자하는 일이 거의 전무한 게 한국 상아탑의 실정이다 (한편, 인터넷 검색엔진 1위인 구글(Google)의 창업자가 스탠퍼드대학 박사과정에 있으면서 구글을 창업했을 때 지도교수는 엔젤 투자자로 초기에 투자했다). 그런 풍토에서 이 교수의 투자는 예사롭지 않다. 더군다나 이 교수가 투자한 촉은 수익성보다는 공익성을 추구하는 소셜벤처기업이다.

촉의 여수아 대표(27)는 “이 교수님의 재정적 지원이 초기 개발 단계에서 기폭제가 됐다”며 “이 교수님은 동일한 금액만큼 후속 투자도 약속하셨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한국 사회가 사교육에 너무나 많은 재원(resources)을 쏟아 붓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촉과 같은 지식나눔 소셜벤처기업을 통해 고비용의 사교육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촉이 사교육만이 솔루션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는 첨병으로 자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교수는 고비용의 사교육 구조를 벗어나기 위한 좋은 사례로 미국의 칸아카데미(Khan Academy)나 한국의 교육방송(EBS)을 들었다.

한편, '공익을 추구하는 소셜벤처기업은 돈을 벌지 못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 이 교수는 “이용자들이 많이 모이면 새로운 가치가 창조되고, 서로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얼마든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소셜벤처기업의 미래를 매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 1위인 페이스북(Facebook)이나 인터넷 검색엔진 1위인 구글(Google) 등도 처음엔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하며 시작했습니다. 이들도 처음엔 돈을 어떻게 벌겠나 걱정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교수는 자신이 엔젤 투자자로서 투자한 촉이 단순히 이윤만을 추구하는 벤처기업이 되기보다는 미국의 칸아카데미처럼 우리나라의 다른 많은 대학으로 재능기부가 확대될 수 있도록 선봉자 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촉이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조그만 탑을 쌓는데 그치지 않고 어디서나 바라볼 수 있는 등대처럼 한국사회에 물꼬를 트는 지식나눔 벤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카이스트 지식서비스공학과 이문용 부교수는 2011년 ‘대학민국 스마트 미디어 앱 공모전’에 출전, 앱개발 부문에서 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창업가이기도 하다. (사진= 여수아)▲카이스트 지식서비스공학과 이문용 부교수는 2011년 ‘대학민국 스마트 미디어 앱 공모전’에 출전, 앱개발 부문에서 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창업가이기도 하다. (사진= 여수아)
◇'가진자'들이 '빚진자'의 마음을 갖고

이 교수는 촉에 대한 투자뿐만 아니라 현재 대전 지역에서 중·고등학생들에게 무료로 멘토링스쿨을 제공하고 있을 정도로 그 스스로 지식나눔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미국에서 11년간 교수생활을 하며 생활화된 기부활동이 이곳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교수는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학(University of Maryland)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University of South Carolina)에서 경영정보학 부교수를 역임하다 지난 2009년 카이스트에 부임했다.

이 교수의 이러한 지식나눔 소신은 기독교 신앙에서 비롯됐다. “사도 바울은 로마서에서 그 스스로를 ‘빚진자’(debtor)라고 불렀습니다. 카이스트 학생처럼 ‘가진자’들이 스스로 ‘빚진자’로 여기며 자신이 가진 지식을 기부한다는 점은 보람있는 일입니다”

한편, 이 교수는 대학원생들과 함께 지난 2011년 ‘대학민국 스마트 미디어 앱 공모전’에 출전, 앱개발 부문에서 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창업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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