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떠나는 모토로라… '딸깍' 스타택의 추억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2012.12.1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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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부유층의 상징 스타택에서 레이저까지… 모토로라의 발자취

↑ 모토로라 스타택↑ 모토로라 스타택


인기 케이블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 서울 부자집 전학생 학찬(은지원)은 스타택으로 통화해 부러움을 산다.

드라마에서처럼 90년 중반 모토로라의 '스타택'은 그야말로 부의 상징과 같았다. 세계 최초의 폴더형 휴대폰으로 디자인과 기능성면에서 가히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딸깍' 소리와 함께 반으로 접히는 스타택을 들고만 있어도 주변에서 부러움의 눈길이 쏟아지던 시절이었다. 130만원에 달하는 고가였지만 4년간 130만대가 팔려나간 초히트작이다. 당시 스타택을 판매한 모토로라는 그야말로 휴대전화의 대명사와 같을 정도로 그 위상이 대단했다.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법인인 모토로라모빌리티가 10일 한국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밝힌 가운데 모토로라의 추억을 되새기는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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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로라는 지난 1983년 세계 첫 휴대전화인 '다이나택'을 개발한 회사이자, 지난 1988년부터 국내에서 처음 휴대전화를 판매해온 회사로 사실상 우리 이동통신 사업과 역사를 같이하는 회사다. 그만큼 이번 철수 선언이 안기는 충격파가 크다.



모토로라는 삼성전자 (76,700원 ▲400 +0.52%), LG전자 (90,800원 ▲200 +0.22%)가 본격적인 단말기 사업을 시작하기 이전에는 거의 유일한 휴대폰제조사로서 국민들과 함께해왔다. 90년 초중반까지 사실상 국내 휴대폰 시장을 장악해온 모토로라는 2000년대 들어 노키아와 삼성전자 등 경쟁사에 거센 도전을 받아 3위로 처지게 된다.

↑ 레이저↑ 레이저
그러나 2004년 슬림 디자인으로 전세계적 인기를 모은 레이저를 통해 다시 한번 반전을 모색했다. 무려 2억대가 팔린 레이저의 흥행에 힘입어 다시 세계 2위까지 치고 나섰지만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공급망 효율화 전략을 앞세워 신흥국 저가폰 시장을 장악한 노키아를 쫓아 제3세계 시장으로 사세를 확장하려는 무리수가 발목을 잡았다. 레이저의 반짝 흥행에 자만했고, 사내에 팽배한 관료주의도 한몫했다. 세계 휴대전화시장이 디자인과 멀티미디어 시장으로 분화하는 흐름도 읽지 못했다.


2008년 121억 달러이던 휴대전화 매출이 이듬해 71억 달러로 반토막 났다. 게다가 그즈음 불어 닥친 애플발 스마트폰 열풍은 치명타를 가했다.

구원투수로 등장한 퀄컴 출신 산제이 자 최고경영자(CEO)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 위주로 개편하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집중키로 하면서 잠시 회생조짐이 보이기도 했다. 실제 2009년 북미시장에서 구글과 손잡고 안드로이드폰 '드로이드'를 내놓아 적자폭을 줄이기도 했다.

↑ 드로이드↑ 드로이드
하지만 삼성 갤럭시와 애플 아이픈의 스마트폰 2강 체제아래에서 더 이상 발붙이기 어려웠다. 모토로라는 지난해 이후 신제품을 내놓지 못했고 적자도 지속됐다.

지난해 휴대전화 사업부인 모토로라 모빌리티가 솔루션사업부 모토로라솔루션과 분사했고 이후 모토로라모빌리티는 구글에 전격 인수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현재 모토로라 제품 국내 사용자는 4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모토로라가 휴대폰사업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상황이라면 앞으로 국내에서 모토로라 제품을 찾아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모토로라는 이제 중장년층의 추억 속 단말기로 남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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