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원순 뉴타운 해법의 곡해

머니투데이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 2012.03.13 11:09
글자크기
[기고]박원순 뉴타운 해법의 곡해


 서울 뉴타운사업이 시작된 지 10년째다. 긴 시간이 흘렀지만 길음·은평뉴타운 등 시범지구를 제외하면 완공된 곳이 없고 앞으로도 성공할 곳이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초기에 주민들은 뉴타운이 '황금알'을 낳을 것이라고 여겼지만 이젠 재산권을 빼앗기고 쪽박찰 것을 걱정한다.

국무총리는 결국 "뉴타운정책은 실패했다"고 국회에서 고개를 숙였다. 지구지정 철회와 사업 중단 요구가 봇물을 이루자 뉴타운으로 재미를 본 여야 정치인들마저 출구를 찾아줘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과 '도시재정비촉진을 위한 특별법'(도촉법)이 여야 합의로 개정됐고 이에 근거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을 발표했다.

당초 박 시장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뉴타운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대안을 찾겠다고 했지만 개정 도정법에 제시된 '출구대책'을 손질해 발표하는 것에 그쳤다. 법으로 시장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다.



 그런데 뉴타운을 주택건설산업으로만 바라보는 측에선 박 시장이 '주민 갈등을 일으키는 뉴타운 해제라는 정치적 카드'를 선택했다고 곡해한다. 주민 갈등은 이미 전임 시장 때부터 비등했다. 뉴타운 추진세력이 부풀리고 왜곡한 사업성 정보가 주된 요인이었다.

뉴타운 환상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왜곡된 정보가 부동산시장 침체와 맞물려 불거지면서다. 주민들은 해제·중단을 요구했고 정치권과 정부는 법 개정으로 이에 화답했다.

 하지만 서울시 대책의 핵심은 결코 해제에 있지 않다. 객관적 실태조사를 통해 도출된 분담금 등에 관한 자료를 두고 주민들 스스로 추진 여부를 판단하도록 돕는 게 골자다. 그렇게 해서 사업을 계속하겠다면 공공지원 등을 확대하는 촉진방안을, 반면 전망이 없어 접고 대안을 원하면 이를 강구해주겠다는 게 시의 복안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뉴타운사업을 주민들 스스로 옥석을 가리도록 하자는 것이다. 왜 이를 두고 시장이 뉴타운 해제라는 정치적 카드를 선택했다고 주장할까. 현행 뉴타운사업을 적극 살리는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인지, 기반시설 설치 등에 관한 공공부담을 늘려 주민부담을 줄이면 뉴타운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런 눈으로 보면 '해제라는 정치적 카드'를 선택했다는 엉뚱한 곡해를 할 수 있다.

 기반시설 설치에 관한 공공부담을 늘리는 것으로 뉴타운문제가 다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난센스다. 2002년 당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제시한 뉴타운 공약은 졸속으로 나왔고 제도화할 때도 졸속으로 이뤄졌다.



그러면서도 신속한 추진을 위해 사업성 하나에 '올인'할 수 있는 각종 규제 완화를 파격적으로 몰아줬다. 그 결과 지정 남발로 사업 희소성이 사라지면서 어느 지역도 제대로 추진될 수 없게 됐다.

 뉴타운이 문제 투성이란 점은 많은 전문가와 연구기관이 지적해왔다. 공공시설 설치에 따른 주민부담은 뉴타운을 어렵게 하는 여러 요인의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공공기여를 늘리는 게 뉴타운을 살리는 정공법이라면 뉴타운정책을 도입하고 지지한 전임 시장 시절엔 왜 그렇게 하지 못했나.

 어찌보면 각종 규제 완화 혜택에, 부동산시장 활황으로 막대한 개발이익을 남길 수 있는 뉴타운사업에 공공재원을 쏟아붓는 건 형평성 측면에서 옳지 않다.



시성도시를 밀어내고 광역적으로 공공이 인프라를 설치해주는 것도 능사가 아니고 그렇게 조성된 뉴타운은 결코 바람하지 않다. 뉴타운은 사업적으로 성공해도 소형주택 멸실, 가격 상승, 세입자 축출, 공동체 파괴 등 깊은 주름살을 남긴다.

총리마저 실패한 정책이라고 한 뉴타운을 되살리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치색을 버리고 본다면 주민들 스스로 뉴타운 추진 여부를 판단하도록 돕는데 초점을 맞춘 이번 뉴타운 출구전략은 솔로몬의 지혜라 할 수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