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는 결국 "뉴타운정책은 실패했다"고 국회에서 고개를 숙였다. 지구지정 철회와 사업 중단 요구가 봇물을 이루자 뉴타운으로 재미를 본 여야 정치인들마저 출구를 찾아줘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당초 박 시장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뉴타운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대안을 찾겠다고 했지만 개정 도정법에 제시된 '출구대책'을 손질해 발표하는 것에 그쳤다. 법으로 시장이 할 수 있는 부분은 여기까지다.
뉴타운 환상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왜곡된 정보가 부동산시장 침체와 맞물려 불거지면서다. 주민들은 해제·중단을 요구했고 정치권과 정부는 법 개정으로 이에 화답했다.
하지만 서울시 대책의 핵심은 결코 해제에 있지 않다. 객관적 실태조사를 통해 도출된 분담금 등에 관한 자료를 두고 주민들 스스로 추진 여부를 판단하도록 돕는 게 골자다. 그렇게 해서 사업을 계속하겠다면 공공지원 등을 확대하는 촉진방안을, 반면 전망이 없어 접고 대안을 원하면 이를 강구해주겠다는 게 시의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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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뉴타운사업을 주민들 스스로 옥석을 가리도록 하자는 것이다. 왜 이를 두고 시장이 뉴타운 해제라는 정치적 카드를 선택했다고 주장할까. 현행 뉴타운사업을 적극 살리는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인지, 기반시설 설치 등에 관한 공공부담을 늘려 주민부담을 줄이면 뉴타운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런 눈으로 보면 '해제라는 정치적 카드'를 선택했다는 엉뚱한 곡해를 할 수 있다.
기반시설 설치에 관한 공공부담을 늘리는 것으로 뉴타운문제가 다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난센스다. 2002년 당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제시한 뉴타운 공약은 졸속으로 나왔고 제도화할 때도 졸속으로 이뤄졌다.
그러면서도 신속한 추진을 위해 사업성 하나에 '올인'할 수 있는 각종 규제 완화를 파격적으로 몰아줬다. 그 결과 지정 남발로 사업 희소성이 사라지면서 어느 지역도 제대로 추진될 수 없게 됐다.
뉴타운이 문제 투성이란 점은 많은 전문가와 연구기관이 지적해왔다. 공공시설 설치에 따른 주민부담은 뉴타운을 어렵게 하는 여러 요인의 하나일 뿐이라고 주장해왔다. 공공기여를 늘리는 게 뉴타운을 살리는 정공법이라면 뉴타운정책을 도입하고 지지한 전임 시장 시절엔 왜 그렇게 하지 못했나.
어찌보면 각종 규제 완화 혜택에, 부동산시장 활황으로 막대한 개발이익을 남길 수 있는 뉴타운사업에 공공재원을 쏟아붓는 건 형평성 측면에서 옳지 않다.
시성도시를 밀어내고 광역적으로 공공이 인프라를 설치해주는 것도 능사가 아니고 그렇게 조성된 뉴타운은 결코 바람하지 않다. 뉴타운은 사업적으로 성공해도 소형주택 멸실, 가격 상승, 세입자 축출, 공동체 파괴 등 깊은 주름살을 남긴다.
총리마저 실패한 정책이라고 한 뉴타운을 되살리는 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정치색을 버리고 본다면 주민들 스스로 뉴타운 추진 여부를 판단하도록 돕는데 초점을 맞춘 이번 뉴타운 출구전략은 솔로몬의 지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