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월세 해결사라더니…'도시속 골칫덩이'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민동훈 기자 2011.12.09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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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표잃은 도시형생활주택<3·끝>]"땜질식 처방에 곪는다"


- 오피스텔 등 난립…일조권 침해·주차난 불 보듯
- 난개발·투기 심화 장기 도시계획에 악영향 우려

전월세 해결사라더니…'도시속 골칫덩이'


 서울 구로구 구로동 일대에선 도시형생활주택 건립이 한창이다. 지하철 2호선 대림역을 중심으로 소형 오피스텔과 함께 도시형생활주택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지난 1월 신축된 '하나세인스톤1차'가 1개월 만에 입주가 완료되자 4차까지 사업을 확대하는 등 도시형생활주택의 추가 건립계획이 많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기존 아파트 주민들과의 마찰도 빈번하다. 일조권에 대한 불만부터 주차난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단기간에 공급물량을 늘려 서민들의 전·월세난 해소 목적으로 정부가 도입했던 도시형생활주택 정책이 시행 과정에서 각종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로동 인근 아파트에서 도시형생활주택이 들어서면서 일조권과 조망권을 침해당했다며 펼침막을 걸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전병윤 기자↑구로동 인근 아파트에서 도시형생활주택이 들어서면서 일조권과 조망권을 침해당했다며 펼침막을 걸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전병윤 기자
도시형생활주택 공급물량은 세제혜택과 주차장 설치 등 각종 건축기준 완화란 날개를 달고 지난 3월 4273가구(인·허가 기준)로 월 단위 사상 최대치를 나타낸 후 5개월 연속 기록을 경신했다. 올 한해 도시형생활주택 인·허가 물량은 5만595가구(9월 기준)로 지난해(2만519가구)의 2.5배에 달한다.



 하지만 이처럼 공급물량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종전에 추진하던 재개발구역 지정이 어려워지는 부작용을 초래하는가 하면 지방자치단체들은 난개발을 우려, 조례를 통해 건축 인·허가를 깐깐히 적용하는 등 사실상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기보다 치솟는 전셋값을 잡기 위해 하루빨리 전·월세 주택을 공급하려는 정부의 조급증이 빚어낸 '미봉책'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80% 이상이 원룸형으로 공급되면서 2~3인 가구의 전·월세물량이 부족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며 "30가구 미만 사업이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만큼 소규모 난개발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주차기준 강화로 난립 제동
주차문제는 도시형생활주택의 아킬레스건이다. 아직 입주 초기인 곳이 대부분이어서 심각성이 크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잠복된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주거지역에 들어서는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은 연면적 60㎡당 1대 규모의 주차장 면적만 갖추면 된다. 상업 또는 준주거지역은 120㎡당 1대, 주차장완화지역의 경우 200㎡당 1대만 조성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원룸형의 경우 20~30㎡ 이하로 짓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법적 기준에 맞춰 주차장을 만든 단지라면 주차공간을 2가구당 1대부터 10가구당 1대밖에 확보하지 못하는 셈이다. 주차장 문제가 도시계획에 큰 골칫덩이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자 지자체들은 주차장 조례를 통해 도시형생활주택 난립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최근 대구시는 조례를 개정해 도시형생활주택(원룸형)은 120㎡당 1대에서 30㎡ 이하 0.6대 이상으로 2.4배 확대했다. 제주도는 준주거와 상업지역에 신축되는 도시형생활주택의 주차장 설치기준을 현재 주거지역 기준으로 60㎡당 1대에서 40㎡당 1대로 강화해 내년부터 시행한다.

 경기 성남시의 경우 아예 면적에 상관없이 1가구당 1대를 충족하도록 했다. 현재 성남시는 건축법을 근거로 주차공간이 작은 도시형생활주택의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주차기준을 허용된 조례범위에서 최대로 강화해 주차문제를 안고 있는 도시형생활주택의 난립을 봉쇄하겠다는 의지다.



주차장을 추가로 확보하려면 그만큼 건설비용이 늘어나 도시형생활주택의 공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 높다. 성남시 관계자는 "지금도 구 시가지에서는 대로변에 2~3중으로 겹쳐진 불법주차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 때문에 추가로 주차장 조례를 완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 6월 전국의 완공된 도시형생활주택 실태를 조사한 결과 아직까지 주차장 부족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며 "조례에서 허용한 범위에서 기준을 강화하는 것을 막을 수 없지만 현실을 충분히 반영해 유연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국토해양부자료: 국토해양부
◇신종 '지분쪼개기' 전락 우려
각종 제한완화를 통해 도시형생활주택이 무더기로 공급되면서 난개발을 야기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노후주택이 몰린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4가 일대의 경우 서울시의 한강변 정비계획 대상지역으로 지목되면서 재개발 수익을 노린 투자자가 몰렸다.



 현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양평동4가 일대엔 기존 주택을 헐고 도시형생활주택을 지어 지분을 여럿이 나눠 갖는 소위 '지분쪼개기' 방식으로 재개발 수익을 노리는 사례도 발생했다. 하지만 신축된 도시형생활주택이 늘어나면서 노후도(전체 건물의 60%)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유도정비구역에서 제외됐다.

양평동뿐만 아니라 용산구 한강로1·2가 등도 도시형생활주택 신축 등 지분쪼개기가 기승을 부렸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도시형생활주택이 과도하게 들어서면 노후도 등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사업이 좌초될 수 있다"며 "장기적인 도시계획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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