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안 간다던 공무원, 청약 '눈치작전'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1.10.15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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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이전 앞두고 내집 마련 분주…과천청사 풍경 돌변

↑세종시 첫마을 1단계 외경.↑세종시 첫마을 1단계 외경.


"아이고. 경쟁률이 왜 이렇게 높지. 다른 데 넣어야 하나?"

지난 13일 국토해양부 공무원들 사이에 '눈치작전'이 펼쳐졌다. 이날은 대우건설에서 분양하는 '세종시 푸르지오'의 공무원 특별공급 인터넷청약 마감일이었다. 직원들은 삼삼오오 자리에 모여 '국토해양부 지식행정시스템'을 통해 청약 경쟁률을 실시간 확인하며 막판까지 고심하는 모습들이 역력했다.

국토부 한 사무관은 "M3블록 101㎡타입을 청약하려고 했는데 경쟁률이 높아서 고민"이라며 "정 안되면 다른 건설사의 분양을 기다려볼 참"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종시 푸르지오' 특별공급은 평균 1.9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옆자리에 있던 주무관은 느긋한 표정이었다. 그는 "지난 6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실시한 분양 물량을 이미 받았다"며 "부인도 공무원이어서 고민하지 않고 진작부터 세종시로 내려가 살 생각으로 준비했었다"고 말했다.

국토부 옆 동에 있는 지식경제부도 최근 화제의 단골메뉴는 단연 세종시다. 내려갈까 말까 망설이던 공무원들이 예전과 달리 아파트 타입에 대해 토론을 벌일 만큼 적극적인 자세로 변했다. 경쟁률이 치솟다보니 이젠 국토부를 탓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식경제부 한 공무원은 "이주 공무원 대상 분양이 전체의 70% 밖에 안돼서 물량이 너무 적어졌다"며 "국토부가 미분양 사태를 방지하려고 나머지를 일반분양으로 돌려 공무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공무원들이 내려가지 않아 세종시는 결국 죽은 도시가 될 것이란 일각의 비판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풍경이다. 세종시 첫마을 분양이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한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세종시로 내려가더라도 출퇴근을 결심했던 공무원들마저 마음을 돌리고 있다.

↑대우건설 직원들이 과천정부청사역 앞에 '세종시 푸르지오' 인터넷 청약을 앞두고 현수막을 걸고 홍보에 나서고 있다. ⓒ사진=전병윤 기자↑대우건설 직원들이 과천정부청사역 앞에 '세종시 푸르지오' 인터넷 청약을 앞두고 현수막을 걸고 홍보에 나서고 있다. ⓒ사진=전병윤 기자
우선 내년 말까지 이전해야 할 공무원 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입주해야 할 분양 물량이 적다는 점이 공무원들의 마음을 다급하게 하고 있다. 내년까지 총 1만4000여명 가량이 세종시로 옮겨가야 한다. 단순 계산하면 올해까지 계획된 공무원 특별공급 물량이 5650가구여서 절반 넘게 부족한 실정이다.


세종시 분양을 위해 한 달간 과천청사 앞으로 출근했던 전영설 대우건설 과장은 "전에는 불확실성이 높고 먼 얘기라서 설명을 해도 공무원들이 귀담아 듣지 않았는데 점점 현실로 다가오면서 적극적으로 돌변했다"며 "더구나 첫마을에 대한 프리미엄도 있어 청약을 해놓고 보자는 심리도 있다"고 설명했다.

맞벌이를 하거나 자녀교육 문제로 출퇴근하려는 공무원들도 적지 않다. 또 정년이 임박했거나 여의도가 직장일 정도로 국회를 자주 드나들어야 하는 고위공무원들도 이주 비율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의 한 서기관은 "대학교 2학년인 딸 하나를 혼자 두고 부부가 내려가려니 마음에 걸린다"며 "그나마 출퇴근이 가까운 사당동쪽으로 이사를 가거나 혼자서 세종시 근처에 월세를 하나 구해 살고 주말에만 올라갈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정부과천청사.↑정부과천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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