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건설산업 추락, 더는 안된다

머니투데이 박상규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 2011.04.29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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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건설산업 추락, 더는 안된다


 지금 건설산업은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보다 매우 심각하다. 누란지위(累卵之危) 형세다. 계란을 층층이 쌓아놓은 것처럼 위태롭기 그지없다. 조금만 건드려도 와르르 무너질 형국이다.

4년째 공사물량은 줄어들고 있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져 적자공사가 속출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건설사 부도로 멈춰선 아파트 공사마저 수주경쟁이 치열하다.



 일감이 부족하다보니 과거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소규모 공사에도 대형회사들이 입찰에 뛰어들고 있다. 게다가 유일한 블루오션이던 해외건설도 중동의 정세불안과 과당경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주택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미분양·미입주 물량이 적체된 데다 기존 계약자마저 계약을 해지하면서 자금회수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에 금융권은 자산건전성 확보를 위해 신규대출을 사실상 전면 중단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도 건설사의 우량 여부를 구분하지 않고 회수 중이어서 건설업계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 결과 100대 건설사 중 29개사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13개사는 대주단협약에 가입함으로써 42개사가 법원과 채권단의 관리 아래 있다. 또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25조원의 PF대출 중 2분기에 대출 만기가 집중돼 일부 대형건설사를 제외한 건설사는 언제든 부도에 직면할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100위권 이하 지역 중소건설사들도 올해는 어떻게든 살겠지만 내년에는 대책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건설산업의 위기는 비단 건설산업의 추락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건설은 서민경제와 가장 밀접하고 지역경제의 초석이 되는 산업이다. 고용유발 및 생산유발 효과가 어느 산업보다 높다.


 건설업 취업자 167만명 중 대다수가 서민근로자다. 건설투자 비중도 GDP 대비 17%를 차지해 건설업의 위기를 방치하면 경제성장률 하락은 물론 금융사의 동반부실 및 주택공급 차질 등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당면한 위기의 1차 책임은 부동산경기만 믿고 사업을 추진한 건설사에 있지만 지금은 기업과 금융권 및 정부 정책의 잘잘못을 따지기보다 국민경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시급하다.



 건설업계는 앞서 국토해양부 정종환 장관에게 단기적으로 금융권의 대출금 회수 및 만기연장 때 과도한 담보요구 등을 자제하도록 요구하고 중장기적으로 국토부 주도로 '건설금융 선진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또 주택 및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분양가상한제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도록 하고 주택거래 정상화를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폐지와 담보인정비율(LTV) 기준을 금융권이 자율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다행히도 최근 금융당국은 PF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건설사에 대한 지원을 금융권에 요청했다. 정부도 조만간 건설산업 지원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에는 단기적인 유동성 지원대책과 함께 근본적으로 부동산경기를 활성화할 실질적인 대책이 포함돼야 한다. 국회도 분양가상한제 폐지 및 도시정비사업 규제를 조속히 완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건설산업의 회생을 실기할 수 있다. 건설기업도 과거의 사업방식에서 탈피해 수익성에 기초한 사업을 추진하고 사회구조 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생존전략을 적극 모색해나가야 당면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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