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왕국' 넥슨의 지주사 이사회 개편, 어떤 의미였을까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 2024.01.20 08:55

[게임인마켓]
김정주 창업자 금고지기 및 외부 회계전문가 동시 영입
정부가 2대 주주 된 상황에서 가족경영 탈피 위한 목적
외국계 자본의 2대주주 등극시에 대비한 안전장치 마련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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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4일 한국 게임업계 '원탑' 넥슨의 지주사 NXC 이사회에 변동이 생겼다. 2022년 김정주 창업자가 별세하기 전 사실상 '100% 가족회사'로 구성돼 있던 NXC 2대 주주로 정부가 들어온 게 계기다.

사외이사에 새로이 이름을 올린 두 명의 인사가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한 명은 고 김정주 회장의 '금고지기', 또 다른 한 명은 한국은행 출신의 회계 전문가이자 현직 교수다. 둘 다 새로이 설치되는 NXC 감사위원회에도 이름을 올렸다.


돌아온 김정주의 금고지기 이도화


이번에 NXC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린 이도화 이사는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다섯 살 터울 서울대 공대 후배다. 그는 김정주 회장, 김학용 이사와 함께 2012~2019년 NXC 사내이사 겸 재무전략본부장으로 활동해온 전력이 있다. 김정주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 이도화 이사는 NXC 재무 뿐만 아니라 김 대표의 개인자금까지 관리를 맡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넥슨에 합류한 것은 초창기인 1998년이었다. 공인회계사이기도 한 이도화 이사는 삼일회계법인을 잠시 거친 뒤 넥슨에 재입사해 2006년 재무팀장을 지냈다. 2011년 넥슨의 일본 도쿄증시 상장을 주도했고, 그 이듬해부터 NXC 재무를 맡았다. 당시 이도화 이사는 NXC 이사와 더불어 일본의 넥슨 본사를 비롯한 넥슨 관계사 여러 곳에서 이사, 감사, 대표 등을 겸직하며 활동했다. 특히 김정주 회장의 개인 자산 또는 NXC의 여유자산 운용과 관련된 VIP사모주식형펀드, 가승개발, 엔엑스프로퍼티스 등의 대표직을 맡았다.

이러한 이도화 이사가 2019년 말 '일신상의 사유'로 NXC를 떠났다. 4년만에 NXC로 돌아온 것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넥슨의 새 총수로 지정한 유정현 이사를 돕기 위해서다. 사실상 '오너 100%' 소유이던 NXC의 지분 중 30% 가량이 상속세로 정부에 물납되면서, 이에 따른 후속조치 등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사외이사 이세중 교수 '회계 전문가'


고 김정주 넥슨 창업자. /사진=넥슨
함께 이사회에 이름을 올린 이세중 서울시립대 경영학 교수는 2003~2016년 한국은행을 거쳐 이후 홍익대와 서울시립대에서 강단에 섰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온 뒤 고려대 경영대학원과 홍콩대에서 각각 회계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한 회계 전문가다.

이도화 이사와 달리 이세중 이사는 넥슨과의 연이 없다. 오히려 공공부문 출신으로서 현재 NXC의 2대 주주가 된 캠코측의 입장을 충실히 대변할 가능성이 있다. NXC측은 이세중 이사 선임 배경에 대해 "회계와 데이터 분야에서 두드러진 연구 업적을 쌓은 전문가"라며 "회계와 가상자산 및 대용량 데이터를 포함한 IT 관련 기술에 대한 다각적인 이해와 깊은 식견 가지고 있어, 게임과 가상자산은 물론 핀테크와 첨단 기술 분야에 다수의 포트폴리오를 지닌 NXC의 사외이사로서 역할과 직무 수행에 최적이라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NXC 2대 주주 캠코, 넥슨 경영에 손 미칠까


일각에서는 이세중 사외이사 선임이 NXC 이사회에 대한 캠코의 경영 개입을 뜻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가 지분을 보유하고 대표이사 인선 등에 개입하는 KT&GKT 같은 기업을 연상케 하는 추론이다.

마침 이번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회'가 신설된 것도 이 같은 추정에 부채질을 한다. 이도화, 이세중 등 2인의 사외이사와 1인의 사내이사로 구성되는 감사위원회에 대해 NXC측은 "이사회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돕고, 이사회의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기업 지배구조를 탄탄히 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외부 주주를 가진 회사로서 좀 더 주주친화적인 정책으로 나가기 위해 선제적으로 도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가족기업'으로 운영되던 NXC에 2대 주주가 들어오면서 '관리감독'의 필요성이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같은 사외이사 선임 및 감사위원회 도입이 실제 경영 개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번 임시 주총이 열린 날은 2023년 12월 4일이었다. NXC 상속세 물납분에 대한 공개입찰은 2023년 12월 18~19일, 25~26일에 걸쳐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입찰자가 없어 유찰됐지만, 어떠한 매수자가 들어오더라도 캠코의 지분을 그대로 넘겨야 할 판국이었다. 캠코가 유찰된 지분을 장기간 보유하면서 넥슨 경영에 개입할 목적이었다면, 임시 주총과 사외이사 선임은 2차 유찰 이후가 됐어야 한다.


외국계 자본의 NXC 입찰에 대한 사전 포석일 가능성도


넥슨 판교사옥 전경. /사진=넥슨
NXC 이사진 개편이 외국계의 2대 주주 등극에 대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도 있다. '가족경영'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외부 회계전문가인 이세중 교수를 먼저 발탁하고, 이를 보완해 유정현 총수를 보필할 목적으로 김정주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이도화 이사를 재차 이사회에 끌어들였다는 해석이다. 이번 NXC 임시주총을 개최해달라고 요청한 게 캠코측이 아니라, 기존 NXC 이사회였다는 점도 이러한 추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다만 이번 이사회 개편의 배경에 대해 NXC는 "현 그룹 거버넌스 체계에 맞춰 재무 및 금융 분야의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해 이사회의 다양성을 높이고, 경영감독의 역할과 더불어 이사회 의결과정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중장기적 기업가치 향상을 도모하고자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히고 있다.

현재 2차례 유찰된 캠코 보유 NXC 지분은 수의계약을 통해 언제든 주인이 바뀔 수 있다. 비록 지분 가치가 1조9000억원을 넘는 데다 오너 일가의 지분율(약 70%) 때문에 인수자가 의결권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게임 왕국'을 건설한 넥슨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중국 및 중동계 자본에게 여전히 매력적일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계 자본이 NXC 지분을 사들인 뒤 이사회에 개입해 목소리를 낼 경우 넥슨이 자체 설정한 기업성장 방향성에 차질을 빚을 우려도 있다"며 "이번 이사회 개편이 NXC나 캠코 모두의 공감대 위에서 넥슨의 '탄탄한 경영'이 흔들리지 않을 안전장치를 만들어놓은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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